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대용 May 08. 2016

3주 간의 동남아 노마드 생활 정리 #1

그래서 일하면서 여행하는 건 가능한가?

지난 3주간의 여정을 정리해본다.

전체 기간: 총 20일, 18박 20일(2월 10일 ~ 2월 29일)
체류도시: 총 4개 도시(호찌민, 치앙마이, 꼬따오, 방콕)

하루 스케줄은 단순했다.

8시간 일한다.
8시간 여행한다.
8시간 잔다.

이를 적용한 하루 일과표.

7시 - 8시 기상 및 코웍스페이스로 출근(1h)
8시 - 12시 업무 진행(4h)
12시 - 13시 점심시간(1h)
13시 - 17시 업무 진행(4h)
17시 - 23시 놀기(6h)
23시 - 24시 하루  정리(1h)
0시 - 7시 수면(7h)

오후 5시가 되면 무더운 도시의 열기가 한풀 꺾이는 시점이다. 현지인들도 슬슬 퇴근을 하고 나와 각자의 여유를 즐기는 시각. 그래서 동남아에선 너무 더운 낮시간을 피해 돌아다니는 게 좋다. 오후는 에어컨 밑에서 시원하게 일하는 게 최고. 하지만 대부분의 상점은 9시를 기점으로 하나둘씩 닫기 시작한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도시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은 저녁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두세 시간 남짓되고 출퇴근 시간과 식사 시간을 모두 합하면 6시간 정도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 내 결론은 충분하다.


여행의 목적에 따라 하루 6시간이란 시간은 부족할 수도 있다. 흔히 사람들이 여행할 때 하루 일정을 짤 때 아주 알차게 채워 넣는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고 어렵게 온 만큼 최대한 많이 보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일정을 노마드에게 적용한다면 그건 그냥 놀러 온 여행이지 노마드로 생활하러 온 것이 아니다. 

여행자가 여행지를 하루 동안 아주 부지런히 다니면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쯤까지 하루 13시간 정도다. 노마드는 하루 보통 여행자의 절반만큼만 보는 셈이다. 만약 가보려고 하는 곳이 낮에만 오픈해있다거나 하루가 꼬박 소요되는 스케줄이라면 일을 해야 하는 날에는 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럴 때에는 해결법은 두 가지인듯하다.

1. 업무 스케줄을 조율해서 다녀오거나
2. 주말을 이용해 다녀오거나

회사에서 탄력근무가 가능하다면 평일에도 두어 시간 정도 업무시간을 당기거나 중간에 비우거나 미는 것 방법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령 우리 팀은 점심에 약속이 있으면 두어 시간 정도 여유 갖고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오후에 약속이 있는 경우 오후를 비우고 나중에 저녁에 남은 업무를 하거나 오전을 비우고 점심 후부터 쭉 일하기도 한다. 기한이 타이트하게 정해진 태스크가 없다면 우리 팀은 어디서 언제 일하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 다만 유동적인 스케줄에 대해서는 팀원과 잘 공유가 되어야 한다.


다시 좀 전 얘기로 돌아와서 여행자의 목적으로 도시에 머문다면 보통의 여행자보다는 두세 배의 기간을 더 잡아야 한다. 가령 동남아 일주(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를 하는데 3주의 시간이 소요된다면 노마드는 두 달은 잡아야 한다. 내가 3주간 네 개의 도시를 돌면서 느낀 속도감은 일반 여행자가 같은 일정을 열흘만에 소화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여행자의 자세로 지낸 지난 3주는 어땠을까? 팀원들도 궁금해했던 부분이었는데, 나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한 도시에 체류하는 시간이 적어서 아쉬웠던 점은 당연히 있었다. 이는 휴가를 쓰고, 열흘간 동일한 루트로 여행 다녔을 지라도 동일하게 아쉬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 점은 제외하고 생각해본다면, 하루에 5-6시간 정도 여행지를 구경 다니는 것은 굉장히 즐거웠다. 퇴근하고 치앙마이의 맛집을 간다고 생각해보자! 퇴근하고 2호선 지옥철을 상상하는 것과는 극명한 차이점을 가진다.


반면에 한 도시에서 "지내본다"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 일정은 괜찮았을까 생각해보다면 그건 아니었다. 도시에 이제 적응해서 매력을 하나둘씩 맛보려고 하는 참이면 새로운 도시로 이동해야만 했다. 그래서 여행하기에는 적당한 기간이었지만, 살아보기엔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었다. 한 달에 한 도시의 저자들은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한 달을 지냈다고 한다.

첫째 주에는 머무는 동네를 파악
둘째, 셋째 주에는 도시 외각을 여행
넷째 주에는 그동안 동네에서 인연을 맺은 단골과 인사를 나누고 에어비앤비 호스트와 식사를 나눔


도시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도시에서 지내보려면 최소 3-4주는 보내야 할 것 같다. 다음에는 여행의 관점과 살아보는 관점을 가지고 가상의 시나리오를 써봐야겠다. 비용도 노마드에게 필수로 고려할 내용인데 이에 관해서는 다음 글 비용 정리에서 다루려고 한다.

그래서 일하면서 여행은 가능한가? 내 결론은 가능하다. 


함께 코웍하는 팀도 얼마 전 제주도에서 한 주간 원격 업무를 진행했었다. 창립 기념일을 전 후로 총 한 주간 원하는 사람은 제주도에서 원격으로 일 할 수 있도록 룰을 정했고, 창립 기념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각자 다른 위치에서 업무를 진행했다고 한다.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해 바다낚시를 하러 가거나, 제주도 맛집을 가기도 했고, 한라산을 올라기도 했다. 다들 만족했다고 하고, 내년 창립기념에는 일본이 목표라고 한다.


우리 팀에서도 두 팀원이 이달 중순 무렵부터 일본 오사카에서 열흘을 보내기로 했다. 절반은 각자의 위치에서 여행을 즐기고, 절반은 같이 모여서 일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방식이 잘 맞는다 생각이 들면 다른 여행지에도 갈 생각이 있다고 한다.


디지털 노마드로 생활해 보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나는 주저 없이 한 번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안 해보고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일단 해보고 괜히 해봤다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안 해보고는 이 생활이 맞는지 절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노마드 라이프 in 방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