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대용 May 15. 2016

3주 간의 동남아 노마드 생활 정리 #2

그래서 돈 벌면서 여행하는 건 가능한가?

집 나가면, 가만히 있는 것도 돈이 든다는데,

사실이다. 디지털노마드도 공짜는 아니고, 순간순간에 비용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생활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이 생활에 필요한 비용만큼은 벌어야 돈 벌면서 일하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럼 이번 여정은 어떠했을까? 지난 3주간의 비용을 정리해본다. 전체 여행경비는 약 140만 원이 들었다

전체(1인) 1.403,727원(100%)
교통비: 483,988원(34%)
생활비(식비 및 기타): 462,165원(33%)
숙박비: 232,972원(17%)
액티비티(다이빙): 224,602원(16%)

교통비는 크게 항공 이동과 도시 간 장거리 이동으로 나눠서 보면,

항공: 352,589원(25%)
육로: 131,399원(9%)

비행기는 인천에서 호찌민, 호찌민에서 방콕, 방콕에서 한국 이렇게 3번 이용했다.

생활비와 숙박비를 합하면, 전체 비용의 50%였다. 생활비는 실제 체류기간 19일로 나눠보면 하루 약 24,000원을 사용했고, 야간 이동한 날을 제외한 숙박비로는 1박에 17,000원 정도 사용했다. 하루 지내는데 41,000원이 든 셈이다. 3주간 생활하면서, 음식은 항상 배불리 먹었고,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집 전체 사용하는 조건으로만 구했었다. 

완전히 디지털 노마드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면, 한국에서는 주거비(전기세, 수도세 등..), 각종 적금, 보험 등등 고정비용이 나간다. 와이프와 내가 3주 정도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하는데 드는 총비용은 대략 400만 원 정도 든 셈이다.

우리 회사는 일정 조율을 하면 1년에 절반을 원격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방식을 최대로 활용하면 격월로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할 수 있다.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생활비가 총 200만 원이 든다고 가정을 한다면, 부부가 이 생활을 유지하는데 1년에 3,600만 원이 필요한 셈이다. 순 수입만 3,600만 원이 되려면 부부의 연봉이 둘이 합해서 4,200만 원이 되면 이 생활은 유지는 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 부부 각자가 원격근무가 가능하고 2,100만 원 연봉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잡을 구하면 된다. 혹은 둘 중 한 사람이 연봉 4,200만 원 대우를 받을 수 있어도 된다.

5년 전 내가 세계일주를 했을 때 1년간 지출한 비용이 2,200만 원이었던 것을 감안했을 때, 물론 그땐 혼자 다녀서 그랬지만 그래도 그 차이는 더 크게 와 닿는다. 요즘에는 부부가 1년 정도 세계일주를 할 때, 보통은 4-5,000만 원 안팎으로 예산을 책정해서 다니는 것 같다. 각각의 장단점은 있다 한 번쯤은 1-2년 정도 안식년으로 세계일주를 다녀오는 것도 굉장히 좋지만, 경력단절에 대한 고민이 많다면 이러한 방법도 가능할 수도 있다.

한국은 쉽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태평양 건너 미국을 보자. 땅덩이가 너무 커서 도시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실리콘밸리에는 방 한 칸 화장실 하나 있는 집 렌트비가 400만 원이라고 한다(너무 익스트림한 케이스 같다..). 이 중 일부는 그 돈을 렌트비로 쓰느니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택하기도 한다고 한다. 치앙마이에서는 2층에 방 서너 칸 되는 집을 통째로 빌리는데 100만 원 안팎으로 든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 생활이 맞다면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생활비용은 줄여볼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 가능하겠다. 우린 부부여서 비용이 두배 이상 들었지만, 혼자라면 절반 미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다.

풀타임 원격근무가 가능하다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뜨는 것이다. 

전체 비용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교통비다. 격월로 한국에서 해외로 왕복하는 이동비용. 이것을 줄일 수 있다. 1년 동안 한 달에 한 도시를 이동하면서 보낸다면 이동 비용은 크게 줄일 수 있다.

가령 유럽에서 1년 살아보겠다면 영국행 편도 비행기표를 사고 유럽 내에 맘에 드는 도시 12군데에서 살면서 그 근방을 여행하다 터키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표만 구매하면 1년간 항공 이동비용은 150만 원에 퉁친다.

1년간 동남아 쪽에서 살아보겠다면 들어가는 편도 비행기 편만 구매하고 한 달에 한 도시씩 돌아다니다 나오면 항공 이동비용은 30-40만 원에 퉁친다.

전체 비용 중 25%를 차지하는 항공 이동비용을 1년에 한 번만 하니 2%로 줄일 수 있다.

풀타임으로 노마드 생활을 한다면 비용을 25%는 줄일 수가 있다. 그리고 숙박을 구할 때 한 달 렌트 비용은 더 저렴해진다. 나중에 쓸 내용이긴 하지만 최근에 두 번째 노마드 생활할 도시로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을 정했다. 그리고 에어비엔비에서 지낼 곳을 찾아보는데 할인이 보통 주 단위, 월 단위로 붙었다. 우리가 고른 곳은 26박 27일로 하면 130만 원인데 27박 28일로 하면 월 할인이 적용돼서 80만 원에 구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하면 전체 비용 중 17%를 차지하는 숙박비도 줄여볼 수는 있다.

한 달 단위로 살게 되면 항상 바깥 음식만 먹을 수는 없다. 한국에서도 삼시 세 끼를 모두 밖에서 먹진 않지 않는가? 일하는 평일 점심은 간단히 먹거나 근처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집에서 먹고 일주일에 한두 번 외식하는 정도일 것이다. 주로 마트에서 장을 봐서 해 먹고 일주일에 두세 번 외식한다면 전체 비용 중 33%를 차지하는 생활비도 20-25% 까지는 줄여볼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풀타임 원격근무로 노마드 생활을 한다면 (계산이 귀찮으니 단순히 계산..)

항공 교통비 25% -> 2%
숙박비 17% -> 12%
생활비 33% -> 25%

총 36%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그럼 전체 비용은 3,600만 원에서 2,300만 원으로 뚝 떨어진다.

만약에 솔로고 숙소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도 무방하다면 비용은 1,000만 원에도 가능할 것 같다(내 경험에 비춰보면 난 혼자 여행할 때는 한 끼 식사로 0.5-1인분을 먹었고 와이프와 다닐 땐 둘이서 2.5-3인분을 먹었다..). 유럽이 생활비가 동남아에 2배 들고 남미는 1.5배 정도 든다고 가정해보자. 총 3년을 동남아, 유럽, 남미에서 일하면서 여행하기는 4,500만 원이 들겠다. 1년에 (세전)연봉 1,700만 원 이상 받을 수 있는 풀타임 리모트 잡을 구하면 3년간 돈 벌면서 세계일주를 할 수가 있다.


부부라면, 둘이 합해서 (세전)연봉 2,600만 원을 벌 수 있으면 1년 간 동남아 쪽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지낼 수 있다. 위의 케이스와 동일하게 적용해보면, 총 3년 간 풀타임 원격으로 일하면서 동남아, 유럽, 남미에서 여행하기는 1억 350만 원이 들고, 둘이 합해서 (세전)연봉 4,000만 원 이상 받을 수 있으면 된다.


하지만, 비용보다는 원격 근무가 가능한 회사가 국내에 있는지가 문제다. 일부 스타트업에서는 종종 원격근무가 가능한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은 일주일에 몇 번 가능한 정도이지, 한 번에 3-4주 원격 근무가 가능한 경우는 별로 못 본 것 같다. 국내에서도 일부 디지털노마드로 생활하는 사람들을 보면, 프리랜서 이거나, 일부 스타트업 혹은 개인 사업자인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 같았다. 


돈을 벌면서 여행을 한다는 것이 저축하는 것 없이, 한국에 고정 지출비용이 없고, 통장 잔고가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 선이라고 가정하고 결론을 정리해보면,


1. 솔로는 최소 연봉 1,700만 원 이상 받을 수 있는 풀타임 리모트 잡을 구하면 가능하다.

2. 커플은 최소 연봉 4,000만 원 이상 받을 수 있는 풀타임 리모트 잡을 구하면 가능하다.


격월 혹은, 분기당 한 번 등, 한국에서의 생활을 유지한 채 디지털노마드 생활을 한다면, 그 비용은 조금 더 늘겠지만, 그래도 4년제 대졸 기준 중소기업 초봉이 약 2,500만 원인 것을 생각해보았을 때, 이 정도 이상 대우해줄 수 있는 회사에서 원격 근무만 가능해도 충분히 살아볼 수 있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