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대용 May 27. 2016

첫 디지털 노마드 후기

팀원들의 피드백 그리고 두 번째 출발

후기

팀 내에서 디지털 노마드 생활은 권리가 아니고 배려다. 남용하면 안 되고, 올바르게 사용되어야 한다. 그렇게 때문에 내가 영유하는 디지털 노마드 생활로 인해서 팀원이 피해받는 것은 피해야 한다. 나 자신이 만족한 지 여부는 제쳐두고 팀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2월 3주간 동남아를 돌아다니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피드백을 나누는 시간을 잠시 가졌었다.


팀원들의 피드백은 몇 가지 없었다. 우리 팀은 이미 평소에도 종종 원격으로 일하고 있고, 팀원 중 한 명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원격 업무 자체에서 발생하는 피드백은 적었다. 다만, 한국이 아닌 장소가 되면서 발생하는 피드백이 있었다.


업무가 바빠서 상대적으로 여행시간이 적지 않았나?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업무가 원활했다.

스카이프 전화가 잘 안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여행 시간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룰을 정했고, 그 룰에 맞춰서 다녔기 때문에 적었다는 생각은 없었다. 업무가 바쁜 경우에는 저녁에도 일하는 경우도 있었고, 돌아다니다 숙소로 돌아와서 더 일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크게 아쉬운 것은 없었다. 확실한 것은 똑같은 스케줄을 서울에서 반복했더라면 그 남은 시간 중 출퇴근 시간으로 2시간 정도를 보내고, 몇 시간은 집에서 뒹굴거리거나, 산책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을 떠나면서부터는 달라진다. 똑같은 산책을 하더라도 새로운 곳을 구경하면서 다니게 되고, 업무로 받았던 스트레스와 피곤은 홀라당 까먹게 된다. 피곤해도 놀 체력은 남아있다는 말도 있지 않나?


사무실을 떠나게 되면, 생산성이 떨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어쩌면 마음가짐의 차이가 있었을 수 있는데, 사무실에서는 일 하다가 길어지면 일 더 하지 뭐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조금 더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밖에서는 이 일을 끝내야 내가 더 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중력을 쥐어짜 냈던 것 같다.


스카이프 070 번호가 통화 품질은 괜찮았던 것 같은데, 전화가 수신이 안 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해서 계속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사실 전화 사용량 자체가 엄청 많았던 것은 아니었다. 다 합해서 10분 내외이지 않을까 싶다. 서비스에 크리티컬 한 이슈가 있어서 통화로 전달할 일이 있다면 상황은 30초 내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 정도의 이슈가 아니고선 Slack 메시지로 전달해도 문제가 없다. 스카이프 070 번호 구매가 3개월 단위로 되다보나, 지난 여정에서 3주를 사용하기 위해서 3개월 결제를 해야만 했다. 그 비용이 12,000원인데 그러느니 짧고 급한 이슈 전달은 로밍 혹은 현지 USIM 번호로 연락받고 그 외에는 스카이프 크래딧 충전해서 내가 전화를 걸거나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그리고 피드백받아야 할 사람이 또 있다. 바로 와이프님. 와이프도 만족스러워야 이 생활을 계속해나갈 수 있다. 나는 평소엔 일을 하고, 여가 시간을 활용해서 여행을 다니는 것이지만, 와이프는 타지에서 나와 함께 있지 않은 시간에는 오롯이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이번엔 처제도 함께했던지라 상황이 조금 다르다), 심심해하지는 않을까, 이 생활이 안 맞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했었다. 와이프는 점심때 만나서 근처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 저녁에 만나서 여행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나와 떨어져 있는 동안에는 다른 카페나 다른 장소에도 가보고 그냥 멍 때리며 공기를 마시고 있어도 좋다고 했다.


그다음은 개인적인 소감.

5년 전에 1년 간 세계일주를 했었다. 그때의 목표는 내게 주어진 자원(금전, 시간)을 활용해서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돌아오는 것. 그래서 347일간 30개국을 떠돌아다녔다. 그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인생에 3번의 세계일주를 가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첫 번째는 20대에 이미 다녀왔고

두 번째는 가족이 생기면 와이프와 아이들과 함께 가는 것

세 번째는 60대 넘겨서 와이프와 단둘이 가는 것.


그 당시 이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30-40대의 인생에서 세계일주는 직장을 관두지 않고서는 떠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노마드라는 키워드를 접하면서부터는 생각이 바뀌었다. 30-40대에도 기회가 닿는 데로 꾸준히 돌아다니면 그걸로 또 다른 세계일주를 완성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번 여정은 그 새로운 목표를 위한 첫발을 딛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나는프로그래머다 팟캐스트에서 디지털 노마드 특집을 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한 분이 이런 멘트를 던졌었다. "공기 맛이 달라요" 그 기분이 딱 공감이 되었다. 산책하면서 코웍스페이스로 향하는 길은 매연이 풀풀 날리는 곳이기도 했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점심시간에 나와서는 새로운 음식 맛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퇴근해서는 시내를 구경하고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고 현지에서 장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굳이 여행지에서 여행을 하지 않아도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은 가득했다.



두 번째 출발.

팀원들의 피드백을 받고 나서, 두 번째 출발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6월이 떠나기 좋은 기간으로 낙찰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부랴부랴 한 달 동안 머물 곳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제주도, 이탈리아 친퀘테레, 체코 프라하, 헝가리 부다페스트, 에스토니아 탈린, 호주 퍼스, 멕시코 칸쿤 등 디지털 노마드를 처음 떠나기 전부터 얘기하던 도시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찾아본 것이 제주도. 요즘에 서점에 가면 제주도에서 살아보기란 주제로 이런저런 책들이 보이기도 하고 우리도 제주도에서 잠깐 살아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던지라 지내볼 곳들을 AirBnb로 둘러보았다. 

AirBnb에서 한 달간 집 전체를 빌리는 조건으로 검색했다.
한 달에 140만원 미만으로 필터링 해보았다.

출발 한 달 남은 시점에서 괜찮아 보이는 집들은 이미 다 예약이 차있는 상태였고 그 외에 괜찮은 것들은 다 비쌌다. 우리의 기준 비용을 월 렌트비 최대 140만 원 선으로 잡았는데 그 비용으로는 위치가 좋지 않거나, 방 크기가 작은 사이즈였다. 대중교통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동네도 아니다 보니 차 렌트도 필요했는데 그러다 보니 한 달 생활비가 쭉쭉 올라갔다.

유럽만큼 비싸잖아!

그래서 우리는 그다음 후보지인 에스토니아를 찾아보았다. 맘에 드는 숙소를 찾아보니 이 곳 또한 정말 괜찮은 곳들은 다 예약에 차 있었다. 음... 괜찮은 데는 2-3개월 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찾다 보니 그중에 오픈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괜찮은 곳을 하나 발견했다. 재밌는 건 AirBnb는 주 단위, 월 단위로 할인이 적용되는데 그러다 보니 27박 28일은 머무는 비용보다 28박 29일이 더 저렴한 신비스러운 경우가 있다. 우리는 그래서 한 달을 꽉 채워 예약했다.

1박을 늘리면 할인률이 올라가는 마법이!(예약한 숙소는 아니고 단순 예시)

그다음에는 비행기표. 잽싸게 항공권 가격비교 사이트 여러 군데를 찾아보았다. 비행기표는 몇 가지 선택지에서 고민을 했었다. 탈린은 취항하는 노선이 많지 않은 관계로 배 타고 2시간 거리에 있는 핀란드 헬싱키를 도착지로 해서 찾아보았다.

인천 - 런던 - 헬싱키 - 런던 - 인천

다구간으로 예약하면 몇 만원을 더 내서 런던에서 며칠을 지낼 수 있는 괜찮은 조건이었다. 이거 좀 끌린다! 하지만 한 달 중 며칠을 런던에서 지내는 게 생각보다 비용 증가가 컸다. 그래서 우리는 과감하게 탈린에 올인하기로 했다.


핀에어가 인천 - 헬싱키 구간 직항인데 이게 때 마침 가격이 저렴했다. 두 번 갈아타야 하는 중국 항공사 다음으로 저렴한 비행기라는 것! 그래서 우리는 바로 예약했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에스토니아 탈린이 두 번째 디지털 노마드 정착지로 선정되었다.

왜 에스토니아를 택했을까?
북유럽과 동유럽 사이에 위치한 발트 3국 중 하나 에스토니아

사실 큰 이유는 없다... 그냥 끌렸다. 수원 인구수와 비슷한 에스토니아라는 나라 그리고 그곳 중에서도 경기도 시흥시 인구수와 비슷한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여기가 요즘에 스타트업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현상도 궁금하기도 했다.


D-3 에스토니아로 가자!

출발 전 선물 받았다. 감사히 잘 읽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Remote Year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