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8분의 경청이 만든 가장 깊은 대화

엄마와 딸의 진정한 대화

by 독립사회복지사

몇 해 전, 환경 관련 시민활동가를 대상으로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을 진행한 적이 있다. 약 20명 정도, 연령대도 배경도 다양한 사람들이 교육에 참여했다. 교육은 이틀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첫째 날은 퍼실리테이터라는 역할과 개념을 이해하고, 다양한 기술을 비교적 재미있게 풀어내며 함께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모든 강의가 그렇듯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억 속에 오래 남기 위해서는 직접 몸으로 해보는 학습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그래서 나는 다섯 가지 소통의 기술을 이론과 실습으로 함께 구성했다.


소통의 기술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경청’이다. 올바른 경청은 단순히 잘 듣는 것을 넘어, 상대의 이야기 전체 맥락과 그 안에 담긴 감정을 함께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나는 늘 ‘3분 경청, 1분 정리해 말하기’라는 실습을 진행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2인 1조로 짝을 이룬 뒤,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변곡점이다. 예를들면 출생, 사춘기, 대입, 첫 직장, 첫사랑, 결혼, 출산, 노년, 죽음 등을 떠올리며 3분 동안 짝에게 이야기한다. 듣는 사람은 말을 끊지 않고 경청한 뒤, 주어진 1분 안에 들은 이야기를 요점만 정리해 말한다. 물론, 지나치게 개인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역할을 바꿔 같은 과정을 반복한 뒤, 몇몇 참가자에게 실습 소감을 나눈다.

그날도 실습이 끝나고 소감 나누기 시간이 이어졌다. 그때 교육장 뒤편에 앉아 있던 두 여성이 두 손을 꼭 잡은 채 울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 사람은 60대 초반으로 보였고, 다른 한 사람은 20대 초반쯤 되어 보였다. 강사로서 당황스러웠고, 동시에 무슨 사연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자연스럽게 참가자들의 시선도 그들에게로 모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괜찮으세요? 두 분께서 울고 계신데… 이유를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잠시 숨을 고른 뒤, 연세가 있어 보이던 여성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엄마와 딸이에요.”

“경청 실습을 하면서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다 보니, 그동안 알지 못했고 공감하지 못해 딸을 힘들게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어요. 엄마로서 너무 미안해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어머님은 딸의 눈물을 닦아 주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고맙습니다.”


나는 여전히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있던 20대 여성에게 물었다.

“어머님의 말씀을 들으셨는데, 따님은 어떠셨나요?”


붉어진 눈과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애써 감추며 딸은 말했다.

“그동안 엄마와 대화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그런데 오늘을 통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엄마 삶의 무게가 훨씬 무겁고 힘들었다는 걸 처음으로 깊이 알게 됐어요.”

“앞으로는 엄마와 오늘 같은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싶어요.”

그 순간, 같은 공간에 있던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그렇다. 두 사람은 어머니와 딸이었다. 불과 경청 실습으로 주어진 8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은 자신의 삶을 솔직한 감정과 생각으로 표현했고, 서로 공감하고 반응하며,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과정을 함께 지나왔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큰 울림과 깨달음을 얻었다. 평소 이 모녀에게 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바쁜 일상 속에서, 진정성 있게 서로를 마주하는 시간이 조금 부족했을 뿐이었다. 이 이야기가 비단 두 모녀만의 이야기일까. 많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도 서로를 인식하고, 이해하고, 깊이 공감할 기회는 생각보다 드물다. 크고 작은 오해와 갈등이 쌓인 관계일수록, 얼굴을 마주하고 상대의 눈동자 속에 담긴 진짜 마음을 만나는 시간은 더욱 부족해진다.

때때로 우리는 살아가며, 만나고 헤어지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고민과 결단이 필요한 순간을 맞는다. 그럴 때는 가까운 지인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지혜도 필요하다. 스스로 직면한 문제를 언제나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 근원을 혼자서 해결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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