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새벽 두 시 삼십사 분, 잠 못 드는 영혼의 기록

by 독립사회복지사


새벽 2시 34분.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눈을 떴다. 사방은 어둠뿐이고, 하루를 시작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억지로 다시 눈을 감아보지만, 3시 48분쯤 시골 마을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수탉의 울음소리에 다시 깨어났다. 일어나야 할까, 더 자야 할까. 닭의 울음이 두 번, 세 번 반복될 즈음, 동네 개도 짖기 시작한다. 이들의 다소 거슬리는 소리는 새벽의 적막을 가르고, 나의 미련한 잠을 끊어냈다. 피로는 여전하지만, 잠을 포기하고 노트북을 켰다. 생각을 따라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전국을 누비는 강사로 활동하면서, 바다나 산이 있는 곳에서 일정이 없을 때면 가끔 나 자신에게 특별휴가를 선물한다. 프리랜서라는 무소불위 자유를 바탕으로 직장인들이 꿈꾸는 휴가를 현실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지인들이 이런 삶을 부러워하며 묻곤 한다. “혼자 여행은 외롭고 재미없지 않아?” 나는 웃으며 말한다. “내 안에 자고 있던 자유로운 영혼을 깨우는 거지.” 물론, 좋은 말로 ‘특별휴가’지, 실은 강의가 없는 불안한 공백일 뿐이다.


뜨거운 열기를 받아 잔뜩 성이나 있는 고속국도와 싸우듯 세 시간 넘게 운전하며 내려왔다. 1004개의 섬이 어우러진 섬마을. 이곳은 봄의 기운이 가득했다. 미리 검색해 둔 점심 맛집에 도착했을 때, 입구에는 커다란 현수막 메뉴판이 걸려 있었다. 착한 가격으로 ‘전복돌솥밥’과 ‘돼지두루치기’를 먹을 수 있음을 확인하며 들떴지만, 작게 쓰인 ‘2인 이상 주문 가능’이라는 문구가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홀로 떠난 여행의 현실적인 벽이 그렇게 나타났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부산 초량시장에서 참다랑어 대전을 승전으로 이끌지 않았던가! 마음을 다잡으며 당차게 문을 열고 들어섰지만, 금세 조심스러워진 목소리로 물었다. 혼자인데 1인분도 되는지 물었다. 다행히 전복돌솥밥은 가능했다. 그러나 돼지두루치기는 제외였다. ‘아, 이것이 1인 여행의 슬픔이구나.’ 2023년 기준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이 35.5%를 넘었다. 이제는 4인 식탁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도 눈치를 보며 밥을 먹는 현실이 못내 씁쓸하다.


눈칫밥을 뒤로하고 바닷가로 향했다. 봄꽃이 만개한 길에서, 1인 여행의 설렘과 기대가 동시에 밀려왔다. 여정의 정점은 두 개의 섬을 잇는 길고도 아름다운 천사대교였다. 지금까지 보아 온 다리 중 최고였다. 수많은 섬 사이로 바다를 가르며 뻗은 다리를 건너며, 차창을 열고 소리쳤다. 그리고 한적한 곳, 오직 나만의 공간을 찾아 나섰다.


남해를 품은 작은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피하고 소나무 숲 사이를 걷기 시작했다. 바닷바람은 소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반갑고 시원하게 불어왔다. 한 시간을 걸어도 사람 하나 없었다. 단지, 쌓인 솔잎 위 희미하게 남겨진 발자국들만이 나와 함께했다. 걸으며 예전 홀로 여행들을 떠올렸다.


스무 살 즈음, 미래를 향한 설렘과 기대 속에 떠났다.
서른 살 즈음, 함께할 사람들과의 삶을 그리며 걸었다.
마흔 살 즈음, 무한정 쏟아지는 책임감을 짊어지고 떠났다.
그리고 오십의 지금, 지나온 시간과 다가올 시간의 무게를 생각하며 걷는다.


앞으로의 홀로 여행에서는 어떤 생각을 하며 걷게 될까. 나의 걸음은 점점 더디고, 숨이 차고, 발자국이 깊어진다. 단지 신체의 변화 때문은 아닐 것이다. 진짜 무게는 마음속 돌덩이에서 온다. 아마도 이 새벽에, 어둠 속에서 글을 쓰는 이유도, 그 돌덩이를 아직 내려놓지 못해서일 것이다.


홀로 하는 여행은 마음속 짐을 살며시 내려놓는 시간이다. 긴 밤 동안 말없이 품고 있던 것들을 천천히 놓아주고, 편안한 쉼으로 이어지는 여정이다. 산과 바다는 그 조용한 놓음을 도와주는 든든한 동반자이다. 어떤 상황이든, 마음이 복잡하든 어떻든,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길에게 자신을 맡겨보자. 생각도, 계획도 잠시 접어두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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