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성냥과 아버지 기억

by 독립사회복지사

인생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조각조각 희미해지고, 결국 사라져 간다. 그러나 어떤 물건은 마음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기억을 다시금 깨워준다. 특히 세상을 떠난 이의 물건은 그 사람의 존재와 마음을 고스란히 간직하며,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떠오르면, 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성냥이 함께 떠오른다.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처럼, 성냥은 내게 따뜻하면서도 슬픈, 여린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한때 아버지는 성냥공장에서 일하셨다. 그 시절, 아버지의 일과 성냥에 얽힌 이야기들은 내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성냥에서 비롯된 그 어렴풋한 기억들은 아버지의 소소한 일상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해 준다. 어릴 적 기억의 모퉁이에서 그 추억을 꺼내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성냥을 통해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릴 수 있음에 참으로 감사하다.

내 기억 속 옛 성냥은 네모난 상자에 사자가 힘차게 펼친 날개로 날아오르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불을 붙이는 검붉은 성냥개비들이 담겨 있었다. ‘비사표’라는 이름은 그 성냥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그 시절, 성냥은 어린아이의 눈에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성냥보다 간편하고 빠른 라이터가 더 많이 사용되면서, 성냥은 우리 일상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새로운 물건들의 편리함은 때로는 소중한 추억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린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으면, 머릿속의 기억도, 그 사람도 마치 지우개로 지워진 것처럼 사라지고 만다. 지워지고 남은 흔적은, 그래서 더 슬프다.

인생은 마치 하늘 끝자락에 매달린 연과도 같다. 거센 바람 속에서도 높이 떠오르기 위해서는 홀로서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연은 혼자서는 결코 하늘에 닿을 수 없다. 사람들과 바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삶의 가치는 가족과 학교, 직장에서 맺는 인간관계를 통해 만들어지고, 이는 시간과 기억을 따라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편집되어 간다.


문득 생각해 본다. 내 아이들이 자라났을 때, 어떤 물건을 통해 나를 기억할까? 나는 지난 19년 동안 아이들의 성장과 특별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그 이야기들을 글로 써왔다. 그 이야기들을 엮어 소소한 일상을 담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아버지의 추억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그것이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내 기억 속 아버지의 얼굴은 오래된 앨범 속 한 장의 사진뿐이다. 그 사진을 꺼내어 아버지를 추억하고 싶다. 아버지가 그립고, 보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