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잘못된 선택과 그 후의 길

by 독립사회복지사

도라에몽 애니메이션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챙겨보는 막내딸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빠, 만약에 타임머신이 있어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어요?" 이미 어른이 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질문이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글쎄, 아빠는 중학교 3학년으로 돌아가고 싶어." 그러자 딸은 다시 물었다. "왜요?" 나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때 아빠는 중요한 결정을 잘못했거든. 인문계 고등학교가 아닌 실업계 고등학교를 선택했어."


아빠와 딸이 함께 하는 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때때로 지인들과 나누는 이야기 주제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선택하는 시점은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또 어떤 이는 인생의 전환점을 다시 선택하고 싶어 할 것이다.


내 경우,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학업 성적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어머니의 뜻에 따라 졸업 후 바로 취업이 보장되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선택했다. 그때 중학교 3학년의 나는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었다. 하지만 그 선택에 대한 후회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 실습 시간에 처음 '선반'이라는 공작기계를 접하게 되었다. 둥근 공작물을 기계에 물려 빠르게 회전시키며 공구를 이용해 절삭하는 기계였는데, 나는 선반의 손잡이에 손을 대는 순간, 차갑고 서늘한 느낌이 불쾌하게 다가왔다. 그 짧은 순간은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손을 바로 떼어버렸다. 그 차갑고 불쾌한 느낌은 한동안 걱정거리를 하나하나 더하고 곱했다.


길었던 3년이 지난 추운 겨울 졸업했다. 고등학교 졸업식은 초등학교, 중학교보다 쓸쓸하고 힘겹고 지루했다. 가능한 이른 시간에 졸업식장을 벗어나고 싶었다. 너무 나와는 어긋나 있는 학업을 억지로 이어가야만 했던 현실이 힘들었다. 이미 고등학교 삶에서 나는 오랫동안 맞추어서 짜임새 있게 돌아가던 톱니바퀴에서 이탈한 지 한참이 지났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고등학교에서 해 온 것으로 대학교 전공을 선택했다. 선택지가 좁아서 어처구니가 없게도 알면서 잘못된 선택을 반복해 다시금 어두운 터널로 향하는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비로소 깨달았다.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그 선택이 평생을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이리저리 마음대로 흔들 수 있다는 것을 그때야 깨달았다.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한다. "좀 더 일찍 이 길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던지며 시간을 낭비했다. 가끔은 중학교 3학년으로 돌아가 인문계를 선택했다면 내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상상하곤 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만난 친구 한마디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친구는 "그 당시 너의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 지금의 잘된 선택을 위한 과정이었을 거야"라고 말해 주었다. 그 말은 내 마음속 깊은 응어리를 조금씩 풀어주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래 결심했어!” 드라마가 있다. 드라마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는 주인공이 선택하지 않은 인생의 결과를 보여준다. 이야기 흐름은 오롯이 선택에 따른 결과를 보여준다. 한순간의 선택이 한 사람의 인생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 나는 조금 전에도 작은 선택을 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의 선택 앞에 놓인다. 출근할지 말지,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어떤 일을 먼저 할지. 이런 선택의 반복 속에서 우리는 완벽한 선택을 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선택의 결과에 항상 만족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선택에 대한 책임감과 그로 인해 배우고 성장하는 마음이 아닐까.


잘못된 선택도, 옳은 선택도 결국 스스로가 만드는 인생 이야기이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이 다시 돌아가 선택을 뒤집을 수는 없다. 마치 평행선을 달리는 기차 레일과 같다. 지나간 선택에 대해 후회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정답이 없는 선택지에서 무엇을 배웠고,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써 나아갈지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의 선택은 책임져야 할 우리의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기회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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