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욕구와 욕심 사이에서

by 독립사회복지사

얼마 전 부산 출장을 가게 되었다. 힘든 하루 일정을 마치고 맛있는 저녁 한 끼를 위해 핸드폰으로 열심히 주변 맛집을 검색했다. 그날따라 유난히 참치 맛집이 눈에 띄었다. 참치로 소문난 맛집은 들어온 곳은 평점이 높은 참치집이었다. 식당의 위치는 여행지마다 내가 가장 먼저 발길을 향하는 재래시장이었다. 내가 여행지마다 항상 먼저 발길을 옮기는 재래시장에 자리 잡고 있었다. 덕분에 여기저기 시장 구경도 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내 도착한 참지집은 밑반찬 하나 없는 간편한 메뉴만 있었다. 하지만, 가성비가 좋다 보니 손님들이 자리를 전부 차지하고 있었다. 고향이 충청도 내륙이다 보니, 바다에서 나는 요리는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탓에 손이 잘 가지 않지만, 참치와 삭힌 홍어만큼은 내 미각을 자극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주전부리로 입을 달래서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오후 7시가 되자 본격적인 저녁 식사를 위해 길을 나섰다. 하지만 여유를 부린 탓인지 참치집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평일이고, 재래시장인데 설마 자리가 없겠냐 싶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식당 앞에는 동네 슈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빨간 플라스틱 원형 식탁과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사장님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자리가 없다고 했다. 포장 주문도 밀려서 30분, 아니 40분은 걸릴 거라고 했다.


함께한 선생님은 불확실한 기다림에 다른 식당을 제안했다. 그러나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이유는 사장님의 무심한 표정은 마치 “먹고 싶으면 기다리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라고 말하는 듯했고, 그 말이 내 안의 욕구를 더욱 자극했다. 15분을 걷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이동한 나였다. 물러설 수 없었다. 오기가 생겼다. 선생님께 다시 한번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결정한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행동에 들어갔다. 여덟 개의 테이블 중 어디가 가장 먼저 비겠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탐색을 시작했다. 시장 길 가장자리에 앉아 소주 네 병을 마시고 있는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벌써 취기가 오른 듯했고, 마지막 병은 절반도 남지 않았다. 오늘의 타깃이었다.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테이블 상황을 모니터링했고, 경쟁자에게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동물적인 감각으로 집중했다. 이미 내 눈빛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사람의 소통은 욕구로부터 시작된다.”


20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그들이 일어났다. 나는 번개처럼 핸드폰을 들고 그 자리에 달려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마치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등산가처럼 벅찬 감정이 일었다. 사장님은 여전히 참치와 싸우고 있었고, 테이블 정리는 뒷전이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남은 음식과 소주병을 치우고, 밑반찬과 김, 젓가락을 직접 준비했다.


음식값을 계산하며 돌아서는 두 사람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그렇게 참치가 먹고 싶었냐?”는 듯했고, 나는 속으로 외쳤다. “그래! 너희는 맛있는 참치와 벌써 네 병이나 마셨잖아. 빨리 가!”

기다림에 지쳐 만두를 하나 시켜서 먹었다. 인근 식당들과 자연스럽게 음식을 나누는 오래된 상생 문화 덕분이었다. 만두를 먹으며 허기를 달래다 보니, 아직 참치를 먹지 않았음에도 마음속 허기가 사라지는 듯했다. 혹시 욕구가 채워지기 시작한 것일까?


드디어 참다랑어 주도로가 나왔다. 그 빛깔, 그 자태! 순간 행복감이 밀려왔고, 목표를 달성한 뿌듯함이 가슴을 채웠다. 옅은 분홍빛의 뱃살을 입에 넣는 순간, 모든 고생과 기다림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꿀맛이었다. 그 기쁨을 나누고 싶어 늦은 밤에도 형제 단톡방에 사진을 올렸다.


“사람의 욕구는 충족되어야 만족감을 느낀다.”


마음의 허기를 채운 것일까? 몸의 허기를 채운 것일까? 어쨌든 참치로 가득 찬 나는 초량시장 골목을 걷는 동안,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했다. 인간의 욕구는 그런 것이다. 하지만 욕구는 종종 '욕심'으로 변하기도 한다. 욕구는 목적을 위한 계획이지만, 욕심은 분수를 넘은 탐욕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채우려는 마음은 결국 이기주의로 이어진다.

이제 나는 반백 년의 삶을 살아오며, 욕구와 욕심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두려움을 가끔 느낀다. 신체 기능과 경제력이 줄어들면서 욕구가 욕심이 되기도 한다. 욕심이 되면, 누구와도 나누지 않는다. 행동도, 소통도 없다.

욕구는 나를 성장시키는 힘이다. 우리의 하루는 욕구로 시작되고, 반복된다. 새벽 종로 어학원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늦은 밤까지 야근하는 직장인들 모두는 건강한 미래를 위한 욕구로 하루를 산다. 그렇다면 초량시장 참치대작전은 욕구였을까, 욕심이었을까?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마음속 욕심을 내려놓고 욕구를 초대할 수 있는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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