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무리 없이 살아가는 지혜 (1)

by 독립사회복지사

이른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 뒤척이다가 달아난 잠을 잡지 않고 이불 밖으로 나왔다. 딱히 하고 싶거나 할 일이 없어 모자를 푹 쓰고서 집 인근 목욕탕을 갔었다. 마음이 무거운 강의가 있거나 복잡한 일로 스트레스가 쌓여 몸이 무거우면 짬을 내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거나 뜨거운 사우나를 하곤 한다. 그래서 목욕탕은 내게 오랫동안 쌓여있는 돌덩이를 내리고 다시금 충전하는 반복되는 행위라고 할 수가 있다. 물과 함께하는 탕은 열심히 살아오고 가고 있는 몸뚱이를 달래주고 뜨거운 수증기와 열기로 가득한 사우나는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복잡한 머릿속을 하나하나 풀어가게 도와준다. 어릴 적 세 아이는 아빠와의 목욕탕을 그렇게 좋아했지만 머리가 커버린 이후로 뜨겁고 습한 목욕탕 실내가 숨쉬기가 어렵다고 함께하지 않는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아빠의 드넓은 등에 두껍고 무겁게 자리 잡고 때를 어찌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날도 가볍게 소기의 목적을 이루고자 목욕탕에 갔다. 밋밋하게 앉아있기가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고 해오고 있는 8분 스트레칭을 했다. 다소 민망한 자세도 있기에 몇 가지 동작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예전의 동작을 하나 시도했고 문제가 발생했다. 빼먹은 동작을 채우려고 10년 제법 유연한 몸을 가지고 있던 시절에 즐겨하던 동작을 시도하다가 허리와 복부에 통증이 발생한 것이다. 바로 무리한 스트레칭을 멈추고 옆에 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갑자기 놀란 몸을 5분 정도 심호흡과 안정된 자세를 취하고 나서 순간 밀려왔던 통증들이 하나둘 사라져 갔다.


문득 우리 삶도 지나온 시간을 거슬러 무리하게 도전하고 추진하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극심한 통증이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젊을 때는 몸이 부드러워 유연성이 있기에 다소 무리한 동작도 소화할 수가 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몸의 뻣뻣해지고 혈액순환도 떨어지고 전반적으로 신체기능이 떨어지기에 너무 마음이 앞서면 무리가 온다. 그러나 몸에 축적된 나이를 무시하다가 통증을 만난다. 따라서 사람의 몸은 마음과 달라서 시간 앞에 고개를 숙이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요구된다. 몸 상태를 확인하여 적당하게 일하고 충분한 휴식으로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무리하다가 정작 크고 작은 소중한 무엇인가를 나도 모르게 잃게 된다.


목욕탕을 향하는 길목에서 버스정류장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아직도 부족한 잠자리를 뒤로하고 내려놓지 못한 피로를 몸과 마음에 불편하게 남겨 둔 채로 다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얼굴이 궁금해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들은 마치 큰 전쟁을 앞에 두고 있는 군인들처럼 뻣뻣한 자세와 굳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저마다 핸드폰과 출근길을 함께했다. 안타까웠을까? 전혀 안면이 없는 그들의 몸과 마음이 걱정되었다. 정말 짧지 않은 세월을 무리하지 않고 살아가길 바랐다.


나는 건강한 욕심이 많다. 그로 인해 가끔은 충분한 시간을 두거나 굳이 무리해서 하지 않고 되는 일을 벌이고 등을 떠민다. 준비과정이 없이 마음으로 밀어붙이는 일은 때때로 콱 막히고 꽁꽁 얼어붙어서 몸과 마음이 지치게 하고 결국은 건강을 망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느덧 10년을 지기로 만난 ‘이명’도 무리한 욕심으로 비롯되었다. ‘이명’에 대해 말씀하신 한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잊을 수가 없었다. "이명을 친구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 무리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욕심에서 조금만 뻣뻣하지 않고 유연성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은 의미가 없는 마음 목소리를 외치고 싶다.


우리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크고 작은 일과 고민이 수없이 다가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처럼 몸이 허락하지 못하고 이겨내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무리하지 말고 놓아주는 마음과 행동이 지혜롭다. 넓은 들녘에서 하나의 인생을 보내는 벼는 푸르름이 가득하고 매우 건강하고 튼튼할 때도 여름이면 찾아오는 불청객 태풍의 비바람에 무리해서 버티려고 하지 않고 자연에 몸을 맡기며 역경을 이겨내고 황금보다 귀하고 보름달처럼 풍성한 결실을 만드는 지혜로운 생명체이다. 우리도 많이 알고, 많이 경험 있고, 많이 자신 있어도 무리하지 않는 삶으로 행복하고 풍요로운 인생을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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