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강사로 일을 시작하며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척이나 많아졌다. 2024년 봄의 꽃들이 만연한 5월과 6월에는 인천 옹진군에 있는 백령도, 연평도, 자월도 등 6개 섬을 다녀왔다. 백령도는 내가 사는 곳에서 차로 3시간을 이동하고 왕복 8시간을 배편으로 바다를 순항해야 도착하는 긴 여정이었다. 최근 열흘 동안의 길 위의 삶은 만만하지 않다. 인천 강화도, 서울 금천, 강원도 태백, 부산 등 멀고도 쉽지 않은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보통의 강의는 2시간이 주를 이룬다. 2시간 강의하기 위해 짧게는 2시간 길게는 8시간을 길 위에서 보낸다. 다만, 읍면동별 찾아가는 강의가 있을 때는 1시간 강의로 구성되며 오전 1개, 오후 2개로 이루어지고 20분~30분 이동시간이 있다. 이런 이동거리 상황에서는 온전한 식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강의 장소를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 가볍게 샌드위치와 김밥 그리고 목 넘김을 위해 커피와 생수로 때우는 경우가 왕왕 있다.
삼 형제 저녁식사가 있었다. 나의 일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형과 동생은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도 좋지만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을 건넸다. 사실 얼마 전부터는 피로가 쌓여서 그런지 잠을 자고 나서도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 운전 중에 살짝 졸았다가 큰일이 날뻔했다. 또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힘을 쓰는 오른팔 팔꿈치에 통증이 있어서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오랫동안 힘을 주기가 어렵다. 마지막으로 강의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목이 붓거나 목소리가 잠기기 시작했다.
때때로 몸이 염려하다가 살짝 화가 나 경고성 말을 건넨다. ‘그동안 무리했어. 이제는 쉬는 것이 어때? 일을 줄이던가. 그러다가 너 쓰러져.’ 나는 그에게 약한 투정을 부리며 말했다. ‘조금만 참아 줘. 이제 거의 다 왔어. 너도 조금만 가면 되는 거 알고 있잖아?’ 몸은 무리하는 나를 위해 자꾸만 잔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몸과 마음은 말리고 있지만 일에 대한 달콤한 보상에 대한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다.
대부분 잘못된 행동임을 알고도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하는 때가 많다. 그 순간 생각은 그냥 한 번만 하연 될 거라고 문제가 없을 거라고 무시하고 무리한 일을 후회하면서도 반복적으로 한다. 마치 담배와 술을 끊지 못하고 늘 걱정하고 고민하는 사람과 같다. 담배는 몸에 해롭다는 것을 모르고 피는 사람은 없다. 그냥 좋지 않다고 생각 든다면 줄이거나 없애면 된다. 물론 쉽지 않다. 쉬운 일이 아니기에 스스로 잔소리로 다그치게 된다.
나는 손흥민과 토트넘을 좋아하고 그가 뛰고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좋아한다. 최근 손흥민은 허벅지 햄스트링 부상으로 몇 경기를 쉬기도 했고 한 경기 90분에서 전반전을 마치고 얼마 후에 교체되고 있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손흥민 선수가 무리해서 뛰다가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충분한 치료와 쉼을 통해 건강한 모습으로 남은 리그 경기를 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 감독은 눈앞의 게임도 중요하지만 진정으로 선수를 아끼기에 무리하지 않고 몸의 상태를 충분하게 끌어올리는 것이 짧지 않은 토트넘 클럽의 프리미어리그 여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마다 어려운 상황을 지혜롭게 이겨내는 강점을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무리한 와중에도 버텨내는 삶의 지혜 찾아 나서고 있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고속도로에서 운전 중에 졸리면 꼭 휴게소나 졸음 쉼터에서 10분의 쪽잠을 자기를 약속했다. 30분 일찍 일어나 사두어 놓은 과일을 먹기 좋게 잘라서 락앤락에 담아서 거를 수 있는 점심식사를 대비하고, 1시간 일찍 일어나면 강의장 인근 맛집 식당을 검색해서 따뜻하고 맛있는 밥을 먹는다. 그리고 가능하면 대중교통 이용으로 밀려있는 잠을 청하거나, 책을 읽거나, 좋은 강연을 듣거나, 음악을 듣거나, 두 눈으로 담아지는 창밖 자연을 만나본다. 아프고 불편한 몸도 돌보기로 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오후 일정이 있을 때 무서운 잠의 유혹을 뒤로하고 이른 아침 시간을 활용하여 병원에 다녀온다. 바쁜 와중에도 24시간을 세세하게 나누면 짬 시간이 보인다. 지금의 바쁘고 힘든 일정은 한 달이 넘게 이어진다. 무탈하고 별일이 없이 지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5060 세대 아빠들은 오랫동안 무시무시한 무한경쟁 속에서 무리하게 살아왔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마냥 쉴 수가 없는 주어진 상황과 여건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무리할까? 우리는 잘 먹고 잘 살고 건강하기 위해 생각하고 행동한다. 다시 한번 깊고 넓은 생각을 해본다. 건강한 삶을 밀어내면서까지 꼭 해야만 하는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