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week 1

by 한도연

도도한(도슨트 도연 한) 살롱 오픈카톡방에 100명이 넘게 계십니다.

2024년 1월 1일부터 지금까지 그림과 책 그리고 전시 등을 나누며 오랜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이제까지 읽고 있는 책에서 매일 하루 한 문장 정도 나누고, 그에 해당하는 그림 등을 소개해드리곤 했어요.

그러다 올해 2026년부터는 매주 1개의 주제를 선정해서 속도는 느리지만, 깊게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보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림인문학 도슨트로서 AI시대에 작품 제목만 넣으면 온갖 정보들이 쏟아지는 이 시대에

제가 더하여 정보를 늘리는 일은 맞지 않는다 생각되었거든요.

월요일에 주제를 배달하고 그 단어를 일주일간 품고 있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에요.

그러면서 자신만의 언어로 질문에 답해보는 것이죠.

단번에 나오는 대답은 아니지만, 생각을 품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생각합니다.



첫 번째 주제는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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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의미로 인생(, human life)이란, 인간, 인간이 생명으로서 생을 받고 희비의 과정을 거쳐

사로 마무리되는 것을 말해요. 사자성어로는 '생로병사()'라고도 합니다.

그 누구도 같은 인생을 살 수 없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아무도 예견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기에,

오히려 그렇기에 인생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죠.


<여덟 단어_박웅현>에서 “인생은 개인의 노력과 재능이라는 씨줄과,

시대의 흐름과 시대정신 그리고 운이라는 날줄이 합쳐서 직조됩니다.”라는 문장을 읽었습니다.

인생은 나의 의지와 계획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운이라는 날줄이 합쳐져서 무늬를 만들어 냅니다.

어떤 무늬가 그려질지 무척이나 궁금한 나의 인생.

시대의 날줄이 분명 쉽지 않겠지요. 험난한 그 과정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극히 미미할 테고요.

그렇기에 나의 씨줄에 방향이 있어야 한다 생각해요. 그 방향이 저만의 길로 인도할 테니까요.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저마다의 삶은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길"

매일 조금씩 걷는 것이 저의 굵직한 씨줄이 될 테죠.


제가 좋아하는 말은 '정성'입니다. 작지만 정성껏 차린 밥 한 끼. 작지만 정성껏 깨끗이 청소한 화장실.

작지만 정성껏 만들어낸 그 모든 것에 저는 숭고함을 느껴요. 그 성실함이 내 하루를 밀도 있게 채운다면 인생의 길이가 짧다 해도 후회는 없을 거라 믿어요.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영화평론가 이동진 님의 말씀처럼, 이 세상은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되는대로' '내버려 두기 Let them'를 해야 하죠.

그 에너지로 오늘 내게 허락된 오늘 하루에 정성을 쏟고 싶습니다. 오늘에 대한 저의 정성은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잖아요. 하루를 정성스럽게 보내는 밀도 있는 시간들이 차곡히 모여 별을 향해 걷는 게 나의 인생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별은 저의 꿈일 수도, 절대자와의 만남일 수도 있고요.

걸어갈 때 반드시 사랑의 옷을 입고 가야 하고요.


저의 언어로 '인생'을 정의해 봅니다.

“인생은 사랑을 입고, 매일의 작은 정성으로, 나의 별을 따라 걷는 것이다.”

Xs6JelM2oxOiunK5i0juQUcTtsE.JPG Hans Andersen Brendekilde, Winter



KakaoTalk_Photo_2026-01-10-14-01-43.jpeg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Paul Gauguin, 1897-98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 작품은 고갱의 인생관과 존재에 대한 질문을 담은 철학적 걸작으로 평가됩니다. 고갱 자신이 삶의 중요한 전환점에 있을 때 완성한 작품이었습니다.

타히티에서의 삶은 낙원이 아니었고, 질병·빚·정신적 고통이 많았어요.

딸의 죽음 소식 등 개인적 불행도 겹쳤습니다. 작품을 완성한 뒤 그는 자살을 시도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고갱에게 이 그림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삶의 유언 같은 작품”이에요. 습작 없이 단번에 그려낸 이 그림은 현재 보스턴 미술관에 있고요, 크기가 139 X 375cm 사이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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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전체는 ‘생–성장–노년’과 같은 삶의 순환 구조를 시각화했는데요.

오론쪽에서 왼쪽으로 보는 것이 시간 순서입니다.

맨 오른쪽은 삶의 탄생과 시작으로 잠든 아기와 어린 인물들이 등장해요.

작품 제목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를 상징하죠. 순수한 출발, 삶의 시작을 보여줍니다.

그림의 중앙 부분은 삶의 과정입니다. 젊은 인물이 나무에서 열매를 따는 장면은 인간의 행동, 변화, 그리고 욕망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시각적 은유입니다.

그림의 왼쪽은 노년과 죽음을 나타냅니다. 죽음을 앞둔 노파가 웅크리고 있는 장면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상징합니다. 삶의 끝과 존재의 방향성을 묻는 장면입니다.


고갱이 죽기 전 물었던 그 물음에 자신의 언어로 답을 해보면 어떨까요?


KakaoTalk_Photo_2026-01-10-14-01-27.jpeg The Three Ages of Woman(여성의 세 시기), 구스타브 클림트, 1905, 로마 국립근대미술관

인간의 존재와 삶의 순환을 주제로 한 작품은 클림트도 있습니다.

클림트가 인생의 시작·중간·끝을 여성 인물들로 표현함으로써, 우리 존재의 보편적 흐름을 시각화한 대표작이에요. 어린아이(생의 시작), 젊은 어머니(활력과 책임), 노년의 여성(쇠락과 죽음)입니다.



죽음을 향하는 인간의 존재는 자연의 섭리이기에 어찌할 수 없다면,

주어진 나의 삶에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도도한 살롱방에서 보스턴의 희진 님, LA에서 연신 님께서 각각 시와 음악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희진]: 삶의 갈라진 틈 속으로 언젠가 피어난 작은 생명.

경계가 무너지며 피어난 이야기가 떠오르는 시를 나눠봅니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함민복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 것과 내 것 아님의 경계를 나눈 자가

행인들에게 시위하는 완곡한 깃발인가

집의 안과 밖이 꽃의 향기를 흠향하려

건배하는 순간인가


눈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꽃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


[연신]: 엔리오 모리코네의 영화 음악 ‘Cinema Paradiso’ 테마입니다.

엔리오는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국립 음악원에서 트럼펫과 작곡을 공부한 클래식 음악가였는데요,

가장으로서 생계를 위해서 대중음악 쪽으로 선회한 작곡가입니다. 사실 경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저 본인의 인생에 발맞춰 내 모습 그대로 살면 된다는 느낌이 드네요. 여러분 인생의 모습은 어떤 모양일까요?

https://youtu.be/Cj7miUnCojQ?si=VF4J-TrpMOGauGyO


경계를 구분 짓지 않고, 자유롭고 유연하게 리듬에 맞춰 사는 나의 인생.

2026년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보아요.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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