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week7

by 한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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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한 사유 한 조각, 이번 주 주제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하루의 시간을 살아가지만, 그 하루가 우리에게 남기는 감각은 조금씩 다릅니다. 시간을 바라보는 두 가지 방식이 있어요! 하나는 시계처럼 흘러가는 시간, 우리가 하루를 보내고 일정을 채우는 ‘크로노스의 시간’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짧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 마음이 움직이고 의미가 생기는 ‘카이로스의 시간'입니다. 흘러가는 크로노스의 시간과 마음에 남는 카이로스의 시간 속에서 나는 지금 어떤 하루를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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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세스코 살비아티, 기회의 순간(카이로스), 1543-45


오늘 하루 중 시간이 가장 빨리 흘렀던 몰입의 시간은 언제인가요? 시간은 객관적이기보다는, 개인적인 심리적 경험에 의해서 늘어지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고, 쏜살같이 지나가 버리기도 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시간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죠.


오늘 저의 하루를 돌아보니 시간의 길이에 상관없이 가슴에 기억하고 남기고 싶은 의미 있는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눈길을 피해 아무도 없이 달렸던 새벽 달리기, 이마에 재를 바르는 의식을 통해 "ashes to ashes"를 묵상했던 재의 수요일 미사, 이야기가 있는 식탁에서 느꼈던 음식에 대한 정성과 맛의 감각 등 붙잡고 싶은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살비아티가 그린 카이로스의 그림에서 뒷머리가 없는 모습은 아무리 잡고 싶은 순간일지라도 지나가면 잡을 수 없는 '시간'의 휘발성을 상기시켜 줍니다. 거기에다 절대로 잡을 수 없게 발에 날개까지 달려있네요. 붙잡고 싶을 정도의 몰입의 행복한 시간도 잡을 수 없지만, 지옥같이 느껴지는 고통의 순간 또한 지나간다는 시간의 속성을 일깨워 줍니다.


image.png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 1931

달리의 ‘기억의 지속’이라는 작품 아시나요? 초현실주의 대표 작품으로 현재 모마미술관에 있습니다. 작품 속에 시계가 4개가 나옵니다. 그중 3개는 까망베르 치즈처럼 녹아내리고 있어요. 그야말로 초현실적이죠. 달리는 정확하고 고정된 시간의 개념을 부정하며, 시간의 상대성과 주관성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제목이 ‘기억의 지속’일까요? 절대적인 그 어떤 시간보다 더 강력한 것은 다름 아닌 개인의 ‘기억’이기 때문이죠.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시간이 아닌 그 시간에서 우리가 가진 기억, 경험, 몰입 등입니다. 뚜껑시계 앞에는 죽음을 상징하는 개미가 바글바글한데요. 인간은 죽음 앞에서, 시간 앞에서 유한한 존재이지만, 그것을 다 녹여버릴 만큼 강력한 것은 기억입니다.


그저 흘러가는 크로노스의 시간을 녹여버릴 만큼 더 강력한 것은 내가 직접 경험하고, 감동하고, 간절하고, 깨달았던 의미 있는 카이로스의 시간인 것이죠. 내게 주어진 시간이 비록 짧을지라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간직할 수만 있다면 그 시간은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살롱방에 계신 모든 분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경험부자, 이야기부자 되세요.



뮤지텔러 빠삐짱님의 음악 추천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째깍째깍 정확하게 움직이며 멈추지 않는 질서 속에 운명을 거스르는 나만의 시간 속으로 빠져든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사랑해선 안될 원수를 사랑해서 죽음으로 치닫는 비극적인 연인들의 이야기!

바로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인데요, 이 곡을 쓸 때 바그너 역시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소용돌이(일명 불륜입니다: 상대는 후원자 베젠동크의 아내, 마틸데)에 빠져 감정이입 엄청 시켜 이렇게 시리게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었답니다. 어찌 됐든 바그너는 그만의 카이로스를 초 단위 분 단위로 열정적으로 쓴 듯합니다. 여러분의 카이로스는 어떤 상황인지 이 음악 감상하시며 곰곰이 생각해 보아요~

https://youtu.be/iTKTV0c7Cno?si=5v0-OB40tCFROl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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