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9
이번 주 주제는 '유머'입니다. 주말에 들려온 전쟁 소식으로 세상이 가볍지 않은 시기입니다. 우리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크고 작게 쉽지 않은 일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 앞에 섰을 때, 잠시 자신의 표정을 떠올려 볼까요? 저는 운전하면서 맞닥뜨리는 예상치 못하는 상황들에 몸도 마음도 굳어질 때가 많아요. 아이들의 등하교시간에 자식들 늦지 않게 하려는 엄마들의 바쁜 마음이 얼굴 화끈거릴 정도로 뻔뻔한 행동으로 나타날 때가 많거든요. 저도 모르게 아이 앞에서 욕이 튀어나옵니다. 당황한 순간들 앞에서 나의 얼굴 미간이 좁혀지며 입을 삐죽 내밀게 되는지, 아니면 한 번 숨을 고르며 상황을 다시 살피는 여유를 갖는지 생각해 보아요.
어제 본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떠올랐습니다. 쌀밥 구경조차 하지 못하고 목숨을 걸고 노루사냥을 해야 할 정도로 먹고살기 어려운 1400년대 조선의 산골마을이 배경입니다. 당장에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우리 선조들이지만 그 속에서 해학의 정서가 빠지지 않고 웃음으로 상황을 승화시키는 장면들을 보았습니다. 단연 유해진 배우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었고요. 슬픈 상황을 슬프지 않고 유연한 웃음으로 대처했던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웃음은 현실을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현실에 삼켜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저에게 재능은 없지만 늘 탐내는 능력이 다른 사람을 웃게 만드는 재능입니다. 화가로서 다른 사람을 웃게 만드는 능력은 우스꽝스러운 그림에서 오늘 걸까요? 그것보다 훨씬 우아하게 웃음을 주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인상주의 화가들 중에 유머와 위트가 넘쳤던 화가, 바로 “마네”입니다. 아스파라거스 하면 마네가 떠오르는데요. 이 그림에는 유머러스한 일화가 있어요. 그림(아스파라거스 묶음)을 주문한 수집가 샤를 에프뤼시는 마네에게 약속된 금액보다 200프랑을 더 지불했어요. 나중에 그 사실을 안 마네는 작은 그림(A4반 정도 크기) 하나를 더 그려 보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스파라거스 한 줄기가 빠져 있었습니다.” 그 작은 그림이 바로 “아스파라거스 1줄기 그림”입니다. 그림 하나로 우아한 농담을 했던 마네. 그는 거창하고 애쓰는 농담 백 마디보다 작은 그림 하나로 웃음을 주는 매력의 소유자입니다.
이 작품은 Pieter Brueghel the Younger가 당시 네덜란드 속담을 바탕으로 그린 풍자적인 그림입니다. 돈주머니를 들고 동전을 쏟는 큰 남자가 있고, 여러 사람들이 그 남자의 엉덩이 뒤쪽으로 기어 들어가고 있는데, 이는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아첨하며 달라붙는 인간의 모습을 과장되게 표현한 장면입니다. 속담의 의미는 “돈이 내 주머니로 많이 들어오니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내 구멍으로 기어 들어온다”라는 뜻으로, 부 앞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비굴해지는지를 비판합니다. 비굴한 사람들 가운데 수도사처럼 보이는 인물도 보입니다. 겉으로는 고결해 보이는 사람도 물질과 탐욕 앞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이렇게 다소 무겁고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브뤼헐은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장면을 통해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였어요.
왼쪽의 그림은 길버트 스튜어트의 <윌리엄 그랜트의 초상, 1782년>, 오른쪽의 그림은 헨리 레이번의 <스케이트 타는 목사님, 약 1795년경>입니다. 각각의 그림은 하이드파크에서 피겨를 즐기는 변호사님과, 에든버러 빙상클럽에 가입하여 훈련 중인 목사님을 그린 것이에요.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진지하게 자신의 취미생활을 하는 모습이 근엄함과는 대비됩니다. 유머를 간직한 삶이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발현될 수 있겠죠?
어설픈 음악가들의 음악을 풍자하려고 중간중간 일부러 틀린 음들을 넣고 불협화음을 만들어 아름다움에 대한 상식을 보기 좋게 무너뜨립니다. 유쾌하고 기발한 모차르트의 음악으로 즐겁고 상큼한 3월의 첫째 주 시작하세요~~
https://youtu.be/O-g6L1hOTeE?si=aGiv5yfg7QWT4L3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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