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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손 Jul 21. 2019

무선 마우스 왜 안 써?

마이너스 손의 고백

"무선 마우스 왜 안 써?"
단골 질문이다. 노트북을 꺼내서 마우스 어댑터와 연결할 때면 어김없이 무선 마우스 어디 갔냔 질문을 받는다. 무선 마우스를 안 쓰는 이유는 자명하다. 지독한 마이너스의 손이라서.

5년 전 값비싼 무선 마우스를 선물 받았다.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인체공학적 디자인도, 줄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도 내겐 무용지물이었다. 물건 잘 떨구기로 유명한 나는 무선 마우스를 미사일처럼 쏘아댔다. 매일같이 던짐 당하는 무선 마우스를 보며 짝꿍인 유에스비 단자는 마우스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거다. 나는 던지려 한 적이 없는데 왜 너는 맘대로 날아가는 거니. (결국 마우스 본체는 행방불명됐다)

어디 마우스뿐일까. 출입처 직원과 식사하다가 숟가락을 허공에 360도 회전시키는 매직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족발을 먹다가 지방 부분을 떨어뜨려 새로 산 쉬폰 바지에 기름 워싱을 더한 적도 있다. 얼마 전엔 세상에 불만 많은 록커처럼 기타로 합주실의 물통을 엎었다. 놓친 휴대폰을 이어폰 줄이 지탱해줘서 휴대폰이 번지점프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는건 꽤 자주 겪는 일이다. 사람들이 경직된 내 손 모양이 부자연스럽다고, 좀 편히 다니라고 조언하지만 나름 주의하느라 그런거다. 당신들의 귀한 옷에 기름 워싱과 숟가락 퍼포먼스의 후유증(이를테면 찌개 국물)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

오늘의 주인공은 블루투스 이어폰이었다. 버스에서 전화가 울리길래 당황해서 허둥대다가 이어폰 한쪽을 떨어뜨렸다. 마침 앞에 앉아있던 여자의 무릎에 안착(?)했다. 죄송하다며 이어폰을 잽싸게 집었더니 여자분이 미소로 화답해주셨다. 낯선 이의 온화한 얼굴을 보며 다짐했다. 아 나는 홀가분한 단절보단 안전한 속박에 어울리는 사람이구나. 아 난 죽어도 무선 마우스 안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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