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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손 Aug 15. 2019

F 코드의 장벽을 넘고 말 테야

기타치는 재미

“저요? 중학교 때 처음 기타 잡았는데 그때 아버지가 기타 세 개는 부쉈을걸요?”

곱슬곱슬한 장발머리에 회색 후드티. 기타 레슨 선생님은 생활밀착형 락커 포스를 뿜뿜 풍기는 분이다. 이론부터 알려주면 빨리 떨어져나간다며 코드 잡는 법부터 알려주고, 하루에 세 개의 악보를 던지는 ‘야매 강습’의 달인이기도 하다. 한반도 스파르타식(?) 교육 덕분에 한 달 된 것 치곤 빨리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언제 처음 기타를 잡았냐는 질문에 선생님은 중학교 2학년인가 3학년 때라고 말했다. 음악인의 고달픈 길을 먼저 밟아 본 선생님의 아버지는 선생님의 기타를 세 대나 망가뜨렸다고 한다. 하지만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선생님은 결국 고양이 4마리와 개 1마리, 퀴퀴하면서도 낭만적인 냄새가 나는 합주실을 거느리는 음악인의 삶을 살고 있다. 역시 극렬한 반대에 부딪힐수록 엔딩이 빛나나보다.

합주실의 동료. 흑냥이 3형제


완전 초반엔 에델바이스 따위의 곡을 가까스로 연주하면서 감흥에 젖었다. 친구한테 음성톡 보냈다가 달팽이관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는 욕도 좀 들었다.(ㅋㅋ) 최근엔 자우림, 김창완의 악보를 접하며 연주하며 부르는 재미에 빠졌다. 어제는 자우림의 heyheyhey를 배웠다. 코드가 세네 개 뿐이라 간단할 것 같지만 하이코드라는 복병을 극복하는게 쉽지는 않다. 목소리와 손의 화합은 아직 요원하지만 내면으로 노래하며 어깨를 들썩이는 나를 발견할 때면 괜히 머쓱하고 즐겁다.  

흥에 젖어 연주에 몰두하는 내 모습에 선생님도 덩달아 신이 난 것 같다. 어제 실수로 기타로 물컵을 쏟았는데 웃으며 바닥을 닦으셨다. 그래 기타 세 개 뿌셔가며 음악길을 택한 분인데, 헤이헤이헤이 흥얼거리는 초짜가 얼마나 갸륵해보였을까. 퇴근하면 너무 늦은 시간이라 집에서 마음껏 연습 못하는 게 비통할 뿐이다.

꽃다운 내가 그대의 마음을 채우고. 향기가 한가득 하얀 도시를 채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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