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치는 재미
“저요? 중학교 때 처음 기타 잡았는데 그때 아버지가 기타 세 개는 부쉈을걸요?”
곱슬곱슬한 장발머리에 회색 후드티. 기타 레슨 선생님은 생활밀착형 락커 포스를 뿜뿜 풍기는 분이다. 이론부터 알려주면 빨리 떨어져나간다며 코드 잡는 법부터 알려주고, 하루에 세 개의 악보를 던지는 ‘야매 강습’의 달인이기도 하다. 한반도 스파르타식(?) 교육 덕분에 한 달 된 것 치곤 빨리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언제 처음 기타를 잡았냐는 질문에 선생님은 중학교 2학년인가 3학년 때라고 말했다. 음악인의 고달픈 길을 먼저 밟아 본 선생님의 아버지는 선생님의 기타를 세 대나 망가뜨렸다고 한다. 하지만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선생님은 결국 고양이 4마리와 개 1마리, 퀴퀴하면서도 낭만적인 냄새가 나는 합주실을 거느리는 음악인의 삶을 살고 있다. 역시 극렬한 반대에 부딪힐수록 엔딩이 빛나나보다.
완전 초반엔 에델바이스 따위의 곡을 가까스로 연주하면서 감흥에 젖었다. 친구한테 음성톡 보냈다가 달팽이관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는 욕도 좀 들었다.(ㅋㅋ) 최근엔 자우림, 김창완의 악보를 접하며 연주하며 부르는 재미에 빠졌다. 어제는 자우림의 heyheyhey를 배웠다. 코드가 세네 개 뿐이라 간단할 것 같지만 하이코드라는 복병을 극복하는게 쉽지는 않다. 목소리와 손의 화합은 아직 요원하지만 내면으로 노래하며 어깨를 들썩이는 나를 발견할 때면 괜히 머쓱하고 즐겁다.
흥에 젖어 연주에 몰두하는 내 모습에 선생님도 덩달아 신이 난 것 같다. 어제 실수로 기타로 물컵을 쏟았는데 웃으며 바닥을 닦으셨다. 그래 기타 세 개 뿌셔가며 음악길을 택한 분인데, 헤이헤이헤이 흥얼거리는 초짜가 얼마나 갸륵해보였을까. 퇴근하면 너무 늦은 시간이라 집에서 마음껏 연습 못하는 게 비통할 뿐이다.
꽃다운 내가 그대의 마음을 채우고. 향기가 한가득 하얀 도시를 채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