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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손 Aug 23. 2019

반여동 아구찜

아구찜 찬가

소설 <광장>의 명준이 맥락없이 중립국을 웅얼거리듯 아구찜을 남발하던 시절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명준의 연인 이름도 은혜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면 마지막 끼니로 아구찜을 택하겠노라 공언하고 다녔고 어떤 친구는 반여동 아구찜이란 1촌명으로 일촌신청을 걸어왔다.

하지만 객지생활을 시작하며 혼자 먹기엔 단가가 비싼 아구찜과 멀어졌다. '진은혜가 아구찜을 찾지 않으면 옥중 병중 곱창중이다'란 말이 있는데(방금 지어낸거임), 팔 할이 후후자 때문이다. 저렴하고 맛있는 외대앞 도란도란의 마성에 빠진 탓이다.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투입대비 효용 좋은 가성비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 반여동 아구찜이 몇 년만에 돌아왔다. 아삭한 콩나물과 보드라운 아귀살의 밸런스. 아 잊고있었던 유년기&사춘기의 맛이여. 도란도란의 인스턴트식 맛에 눈 먼 미뢰가 산티아고 길과 안데스 산맥을 거쳐 귀향한 것이다!! 항구적이고 포근했던 어제의 아구찜 맛. 큰일났다. 내가 돌아왔으니 전세계 아귀들 긴장해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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