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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ight Hands Nov 27. 2018

국제개발쟁이가 미술봉사단 꾸렸던 이야기_01

고민 끝에 실험: 미술봉사

저번 글에 국제개발협력 일을 하면서 느끼는 여러 고민들에 대해 썼던 것처럼(https://brunch.co.kr/@handsright/17), 나는 국제개발협력 일을 하면서 만나는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분야를 접목하거나 시도해보려고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여러 자료들을 접하면서 미술이 내 업무(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 빈곤지역의 ‘가난 원인’을 완화하거나 이를 상쇄시킬 수 있는 ‘성장 원인’을 촉진시켜 이들이 궁극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위한 괜찮은 수단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을 계속하다가, 이를 실제로 적용해보고 싶어 졌다. 결과적으로 이런 고민들은 내가 베트남으로 떠나는 미술봉사단을 꾸리는 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제개발에 미술 더하기

사실 시작은 상당히 넓고 막연한 개념이었다. 모티브가 됐던 처음 개념은 ‘SNS 등을 활용한 광고 수익’에 대한 내용과, ‘잠재적으로 소득창출이 가능한 컨탠츠 생산’ 등이었다. 찾아보니 베트남 현대미술 시장이 꽤 컸고, 해외 미술 시장에서 베트남의 젊은 현대미술 작가들의 그림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페이스북, 인스타, Youtube 등의 SNS를 활발히 사용하는 청소년들도 많았다. 이 키워드들을 잘 조합하면 미술 또는 예술이라는 범위 내에서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새로운 기회(또는 변화)를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이 은행계좌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과 베트남 아이들과 우리 사이의 언어장벽 (베트남어-한국어)을 고려하면서 계획은 다시 변경되었다. 대부분 초등학생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 가능한 내용이어야 했고, 언어적인 전달법을 주된 방법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가능한 방법이어야 했다. 언어적 접근을 제외하다 보니, 미술이나 몸을 쓰는 예술 활용으로 방향이 잡혔다. 사업 기간은 초 단기로 잡고, 파일럿 형식으로 시도해보기로 했다. 장기적인 사업을 시작하기엔 아직 관련 자료나 확신이 부족했고, 이 사업을 실제로 진행할 수 있는지 우리 단체의(나의) 역량에 대한 확인도 필요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가능성과 길이 있음을 보여주고, 혹 흥미나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발견하게 된다면 추가적인 지원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이들이 즐겁게 그리고 만든 그림이나 작품이 온라인 공간에 누적되면 또 다른 기회를 부르는 콘텐츠가 될 수 있고, 전 세계 사람들이 이 콘텐츠들을 볼 수 있다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어쩌면, 보호시설에 있는 여학생들의 장래에, 꽤 괜찮은 수익창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니 이런 아이디어들을 한 번 실제로 실현해보기 위해 움직이고 싶어 졌다.      



저.. 미술 봉사단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미술’을 주제로 작은 실험과 같은 봉사단을 하나 만들기로 했다. 소녀 보호시설에 있는 14명의 아이들을 위해 미술을 주제로 한 봉사일정을 만들었다. 디지털 드로잉을 포함한 다양한 미술 방법을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예술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친화 프로그램도 고민했다. 이왕 봉사로 가닥을 잡은 김에, 언어 문제를 뚫고(!)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미술치료도 추가하고 싶었다. 물론 예산은 늘 부족했기 때문에 모든 비용은 봉사자들이 자부담해야 했다. 참가한 봉사단원들에게 내어 줄 혜택도 따로 없었다. 다행히 회사는 나의 엉성한 계획안을 비웃지 않았다.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격려해줬고, 이 계획의 시도를 허락해주었다.(만세!)     


막상 허락을 받고 나니 온갖 걱정이 다 들기 시작했다. 형편 어렵고 바쁜 예술가들과 대학생들이 얼마나 참여해줄까, 예산은 마련할 수 있을까, 예술이 아이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까, 다양한 예술을 접목해볼 수 있을까, 예술이 아이들에게 치유가 될 수 있을까, 결과가 이상하면 괜한 짓 했다고 또 혼나는 거 아니야?     

그래도 허락받았을 때 얼른 해봐야지! 국내외에 모집공고를 내고, 봉사단에 참여할 단원들을 모았다. 주변 지인들에게도 최대한 알리고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나는 디지털 드로잉 작업을 주로 하는 두 명의 현직 일러스트레이터를 포함해 총 여섯 명의 봉사단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핸즈 미술봉사단, 하노이로 갑니다 ;)

일러스트레이터 한 명은 12시간 비행기를 타고 무려 미국에서 날아와 줬고, 발레학원 선생님은 수업 일자를 조정해서 참여해줬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던 학생, 어렵게 구한 주말 알바 업무 일을 변경해서 참가한 학생, 봉사기간 일을 빼기 위해 폭풍 마감을 하고 참여해준 프리랜서, 500시간 가까이 봉사를 하고 있다는 학생이 모였다. 마지막으로 조소를 전공한 미대생 한 명이 미술심리상담 자격증을 가지고 합류했다. 다행히 봉사단원들 모두 취지에 공감해줬고, 본인들의 예술적 특기와 직업적 경험 등을 살려 봉사할 수 있다는 점에 큰 만족감을 표했다.     


봉사단은 사전 모임부터 재밌었다. 쑥스러움과 호기심이 섞여 있는 첫 만남에서는 영어와 한국어가 섞여서 들렸다. 빡빡하기 그지없는 봉사여행 일정을 확인하고 앓는 소리를 내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더 성공적으로 이번 여행을 마칠 수 있을지 방법을 논의하기도 했다. 잔뜩 쌓여있는 미술재료와 교보재들을 어떻게 나눠서 베트남으로 들고 들어갈지도 고민했다. 봉사단원들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고, 이 사람들과 함께 갈 봉사여행이 기대됐다. 


그렇게, 가장 덥던 지난 8월 말, 우리는 베트남 하노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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