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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ight Hands Jun 29. 2020

구내식당 예찬론

오늘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오전에 많은 업무를 마치고, 오천 원이 주는 행복을 찾아서 직원들과 다 같이 구내식당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오늘은 뭐가 나올까?' 식판이 주는 잔잔한 행복도 재미있지만 매일 기대하게 되는 식단이 주는 행복 에너지도 듬뿍인듯하다.


사무실이 위치한 가산디지털단지에는 거의 모든 건물마다 지하 혹은 2층에 구내식당이 있다. 많은 식당들이 서로 경쟁하듯 장사를 하다 보니, 가격은 낮고 질 좋은 음식들이 오전 내내 굶주린 직장인들을 유혹하듯 맛있는 냄새를 풍긴다. 지식산업단지 건물들이 바둑판처럼 정렬되어 있는 가산디지털단지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직장인들은 대부분 점심 식사를 양껏 하게 되고, 본인이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살이 오르게 된다는 정설이 있다. 


점심 한 끼의 즐거움에 목말라있는 직장인들에게 집 밥 마법사들은 우리들이 출출해질 시간을 놓치지 않고 마법 지팡이를 휘두르며, 신선한 재료와 음식 맛을 돋우어줄 양념을 아낌없이 쏟으며 음식의 풍미를 높여준다.  한 끼의 식사가 직장인들의 오후를 책임져줄 에너지를 충전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직장인들에게 대들보보다도 무겁다는 눈꺼풀을 누르며, 나른함으로 식곤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욕심대로 양껏 음식을 담다 보면 식판이 무거워지기도 하고, 고기나 튀김 등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는 날에는 식당 입구에서부터 찬가가 맘속으로 울려 퍼지는 순간이 연출되기도 한다. 간혹 식당 사장님들은 이런 가격으로 수지가 맞을까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마진이 남지 않는 장사를 할 턱이 없고, 우리가 무상급식을 제공받는 것도 아니니 분명 남는 장사일 터이다. (분명 내가 알바는 아니다.)

네모난 플라스틱 식판에 다이어트는 망각한 나의 내적 악마가 유혹하는 시선대로 음식을 퍼담기 시작하고, 다섯 살 때부터 생겨난 식탐이 나의 전두엽을 강하게 자극하여, 후식과 별식도 챙겨 먹으려는 욕심도 참지 않는다. 어떤 구내식당에서는 달걀프라이와 비빔밥, 그리고 라면을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고, 탄산수, 식혜, 누룽지, 아이스크림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오천 원의 점심 코스 요리를 즐긴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수많은 구내식당들이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맞이하기 위하여 다양한 홍보를 하고, 음식의 개수를 늘리는데, 이는 직장인들에게 심각한 결정 장애와 뱃살이 늘어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많은 남자들은 대학에서 학식을 먹거나, 군 복무 중 사용했던 철제 식판에 익숙할 것이다. 음식을 담다 보면 식판 보다 많은 반찬 개수에 나머지 반찬은 어디에 담아야 할지 매번 고민하는 바보가 되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음식에 대한 논리적인 퍼담기의 방식을 만들어냈다. 우선, 특별식이 뭔지 확인하고, 흰쌀밥과 잡곡밥 사이에서 늘 고민한다 (대부분은 잡곡밥을 택한다). 그다음 고기류, 튀김류는 양껏 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머지 반찬들을 조금씩 담는다. 채소를 먹어야 한다는 내 몸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 샐러드도 아주 적당히 식판에 옮겨 담는다. '고기를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되나? 오늘 저녁은 안 먹어야겠다'라는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하지만, 영양사님께서 저칼로리로 이렇게 메뉴를 짜신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 하나만으로 오늘도 식판에 음식을 가득 담아본다. 지인들은 나에게 오천 원이 아니라 돈을 더 내고 먹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직구를 날리지만, 소식하는 다른 직원들을 생각하면 식당 사장님은 결코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건 아닌듯하다.

내가 식판 때문에 많이 먹는지, 맛있어서 먹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구내식당은 맛집이라는 것이고, 가산디지털단지의 구내식당들은 평균 이상으로 내 입맛에 맞는듯하다. 


내일은 어떤 음식이 준비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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