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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닐 Oct 17. 2019

비스바덴의 한적했던 오후


 독일 살고 있었을 때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몇 발짝이라도 벗어나고자 가까운 비스바덴으로 떠났다. 

비스바덴에 대하여 아는 것도 없었지만 가깝고 만만했다. 이것은 교통비의 절감을 뜻했다. 

평소에 가지고 있던 모나츠 티켓에 몇 유로만 추가해서 다녀올 수 있었다. 

도착하기 직전에 비스바덴은 온천으로 유명하다는 사실과 그래서 이름이 비스'바덴'이라는 것도 알았다. 

독일의 구석구석을 잘 몰랐던 과거를 회상하며 적고 있지만 사실 지금도 잘 모른다고 느껴진다. 






일단 가보고 느꼈던 비스바덴이란 도시의 느낌은 꽤 한정적이었다. 

그곳은 말 그대로 별일 없는 곳이었다. 

조용하고 깨끗한 길거리에는 노인들이 신문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말 딱히 할 게 없었다. 심심한 오후를 맞이했지만 나는 모처럼의 한적함이 내심 반갑기도 했다. 




나는 이 곳에서 우연히 본 남자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남자는 물에 두 발을 다 담그고 무릎 위로 펼쳐놓은 작은 수첩에 글을 빼곡히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같은 햇살인데 그 남자 위로 쏟아지는 햇살은 유독 시선을 끌었다. 그가 온 신경을 쏟고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 순간에 써내려 지는 그의 언어였다. 나는 저 사람처럼 살고 싶다, 그럴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래도 뭔가를 하고 돌아가고 싶어서 보트를 탔다. 저녁이 될 쯤이었고 아직 공기가 따뜻했다. 

보트를 타던 사람들은 다소 설레어하고 있었고 나도 그랬다. 


비스바덴에 도착하기 전 나는 약간의 치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널찍한 호수에서 잔잔히 물살에 떠다니며 부드러운 햇살에 사락사락 부서지던 물방울들을 보면서 

나는 어느 정도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내가 여기서 바삐 살고 있는 와중에도 비스바덴의 그 공간들은 여전히 별일 없고 한적하리라. 

그 사실 조차 가끔은 내 마음을 안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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