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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딜러 한혜미 Mar 11. 2020

미술애호가의 추천 미술책

강의를 준비하며 도움받았던 미술 도서들



서점을 가면 '베스트셀러-신간 서적' 순으로 먼저 보는 편이다. 요즘 찾는 책과 어떤 책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는지 확인하는 그 시간이 괜스레 설레는데, 나는 그 설렘을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포털사이트에 검색만 하면 뭐든지 다 나오는 시대지만, 누군가 혼신을 다해 고민하며 기록했을 책들을 참고하는 게 더 즐겁다. 이번에 맡은 미술 강의 역시 그랬다.  








강의의 주제는, '나도 그림 살 수 있을까'였다. 


웬걸 막상 강의를 준비하려니 참 어렵고 난감하더라. 미술사부터 그림 가격이 어떻게 매겨지는지 여러 주제를 고민했지만, '강의에 오시는 분들'이 강의자와 주제를 모르고 오는 강의였다. 물론 나 역시 그들을 알 수 없었기에 어느 선까지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그들이 강의에 있어서 바라는 바는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고민 끝에 내 강의의 목표만 정했다.

 

1. 미술은 어렵지 않아요

2. 그림 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3. 그런데 그 그림 사는 게 알고 보면 참 대단한 일이에요

4. 그리고 그걸 내가 할 수 있어요


강의 후 이 중 2개 이상 생각했다면, 성공.





pt의 표지와 내용 일부





그래서 '미술에 아예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스스로 공부하는 사람'까지, 누구나 관심 있을 법한 주제로 생각을 했고, 기초부터 작품의 에피소드, 그림 가격이 결정되는 방법 등 두루 알 수 있는 포괄적인 내용으로 접근했다. 


불특정 소수로 이뤄지는 강의인만큼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필요했는데, 나는 그 매체를 이번에도 책으로 찾았고 역시나 큰 도움을 받았다. 





강의 마지막에 첨부했던 참고서적 화면




그리고 이 기회에 '미술에 대해서 알고 싶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는' 분들을 위해 책 리스트를 한번 더 공유하고 싶다. 미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알고 싶거나, 역으로 미술 강의를 해야 하는데 고민이 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 정하윤(2019)

고희동부터 강익중까지, 한국의 현대미술사에 거론되는 인물별 상황 및 이야기가 정리되어 있다. 현재 미술 경매시장에서 매번 거론되는 김환기, 박서보, 김창열뿐만 아니라 논란이 있던 작가들까지, 이 책을 읽으면 그들이 남겨준 미술사적 의의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사실 이 책은 강의 준비 이전에 소장해서 완독 했던 책이다.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했고, 한국의 현대미술을 한번 더 정리하고자 구입했다. 이번 내 강의 주제가 '한국의 현대미술'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질문에 대한 예상 답변을 정리하고 싶었기에 한번 더 참고하게 되었다.


작가는 한국의 현대미술가에 대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서술했는데 그래서 아쉬웠던 건 '윤형근 화백'의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정말 사심 담긴 아쉬움이랄까. 담백하게, 그러나 애정 있게 작가 한 분 한 분이 기록된 책이었기에 어떻게 윤형근을 서술했을지 참 궁금했다. 한국의 현대미술사, 혹은 작가들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분에게 추천드린다.



*여러분은 예술의 효용성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아니, 예술이 유용하긴 한가요? (중략) 그렇지만, 어찌 눈에 보이는 것만이 중요하겠습니까. 예술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래서 더 귀한 측면이 있지요.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영혼의 미술관]의 저자 알랭 드 보통의 말을 빌려 대답하고 싶습니다. "예술에는 파악하기 어려운 일상의 진정한 가치에 경의를 표하는 힘이 있다." 네. 글자 그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일상의 진정한 가치를 보게 하는 것. 저는 이것이 예술의 '효용성'이라고 믿습니다.







2. 샐러리맨 아트 컬렉터/ 김정환(2018)

주식시장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가 예술의 세계에 들어오면서, 컬렉터로 활동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중간중간에 작가가 구매한 작품에 대한 소개도 흥미롭다. '컬렉터'의 마음을 더 알고 싶어서 책의 목차를 살펴봤다가, '태운 암갈색 - 군청색의 블루 윤형근'이라는 장을 보고 구매했다.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발견한 기분.


이 책은 무엇보다 '아트 컬렉터'의 세계를 알고 싶은 사람이나, '컬렉터'의 마음을 알고 싶은 미술 관계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작가의 시선 자체가 '미술 애호가'로 바라본 미술시장이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데, 주식 시장과 미술 시장을 비교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미술품 가격 형성 이야기나 호당 가격제 등 일반인도 알면 좋을 미술 지식도 담겨있다.




* "그림은 사람과 교감함으로써 존재하는 것이며, 감상자에 의해 확장되고 성장한다." - 마크 로스코(Mark Rothko)


* 그는 "예술에 대한 관심은 로마에서 도쿄까지 세계 곳곳에서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경험을 하게 만들어 주고, 수집하는 예술 작품만큼 활기와 상상력, 따스함이 넘치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준다" 고 했다. 컬렉션에 대한 이와 같이 솔직하고 명쾌한 정의가 또 있을까.







3. 즐겁게 미친 큐레이터/ 이일수(2017)

안목, 지식, 열정, 큐레이터의 자질과 입문에 또 무엇이 필요할까/의 소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한 분야에 '미치게' 전념하고 있는 분의 책이다. 다른 추천 도서들에 비해 '미술 현장'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서술했다. 


원래 책을 읽을 때 두 번째부터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표시하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할 수밖에 없었다. 내 마음을 어찌 이리 세련된 문장들로 담아내신 건지.. 주옥같은 이야기들과 지금 체크하지 않으면 놓치는 실수를 저지를 것 같아서 계속 표시하며 읽었다.


'작가의 마인드까지 닮고 싶은'책이라 아마 앞으로 강의 준비를 하거나 마음을 다잡고 싶을 때 계속해서 참고할 듯하다.



* 작품을 투기 목적으로 구입하는 컬렉터들에게 작품 구입 과정은 그 옛날 귀족들이 그랬듯이 부와 지성의 증거이고 명예이며 소통이다. 많은 차익을 남기고 팔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 작품들 중에서 동시대인들의 지적 반응과 정서적 반응의 공감대 안에서 소통이 가능할 때 명작이 탄생한다. 그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 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 아닐까 한다. 불후의 명작은 작가에게 존재하는 이유가 되고 부와 명예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이상향이다


* 예술 경영을 할 때는 남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보다는 다소 위험하고 험난하더라도 능동적으로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사람들은 미술작품을 갖고 싶어 하지만, 사지는 않는다. 또 미술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미술인들과 친분을 맺고 싶어 하지만 막상 작품 구매를 권하는 분위기는 꺼린다. 이처럼 친분은 친분이고, 미술작품 구입은 큰돈을 써야 하는 일이므로 아무나 도전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관람객들에게 미술작품이란 매우 주관적인 취향의 문제이지 생계와 연결된 생필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 미술품이 돈이 되는 경우는 '한 점의 그림에 많은 사람들의 취향에 따른 사랑이 쏟아질 때' 서로 독점하려는 데서 그림 값이 올라갈 때다


* "선생님은 축구를 못해도 보는 거 좋아해. 그림은 손으로 그리는 재주도 중요하지만, 보아내는 능력도 중요한 거야. 작품 감상 소감에는 멋있는지 안 멋있는지는 없으니까. 자기가 특별히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한두 점이라도 용감하게 다가서서 살펴보고, 의문을 가져봐"


* 한 점의 미술작품이 나오기까지, 한 장의 글이 나오기까지 작가들에게는 눈물 나는 고통의 시간이 있다


* 이 땅의 예술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 모두는 무엇으로 사는가. 나를 위한 인맥, 좋은 학교 졸업장, 최고로 인정받는 실력, 아니면 돈. 이 중에 하나라도 완벽하다면 사는 것이 수월하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말이다. 어쩌면 억눌림을 당하거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혼자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는 기로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4. 비밀의 미술관/ 최연욱(2016)

강의 준비 중 머리 식힐 겸 읽었다. 요즘 미술서적 중 인기인 '방구석 미술관'과 비슷한 포맷인데, 조금 더 자극적인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소개 글처럼 '짜릿한 뒷이야기를 훔쳐'보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그 시대 예술가들의 '인간미'를 강조한 책이다. 한 챕터씩 읽고 나면, '그도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하니깐. 


그러나 페기 구겐하임을, '못생긴 코 때문에 천 명의 남자와 잔 페기 구겐하임'이라고 소개한 건.. 팬심으로 생각건대 너무하다. 그녀를 소개할 말들이 얼마나 많은데, '못생긴 코'라며 아픈 상처를 건드려야 했을까. 말 그대로 '팬심담아' 너무했다.



* 미술은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생긴 학문 중 하나이고, 아주 쉬운 분야이다. 갓난아기가 먹고 자고 싸고 등 기본적인 것을 배우고 난 후 가장 먼저 시작하는 일 중 하나가 낙서이듯이 말이다


*결국 기법이니, 재료니, 역사니 하는 부분은 미술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나 중요하지,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5. 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 김소영(2013)

문화부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예술 이야기다. 책 제목 그대로 '초보자'도 알기 쉽게 공간(회화, 사진)/시간(클래식, 오페라, 국악)/종합(무용, 연극 뮤지컬) 예술에 대해 서술했다. 


내가 이 책으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한국화가 김준근'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이다. 작가가 서술한 대로, '김흥도, 신육복과 어깨를 나란히'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더 늦기 전에 기산 김준근을 알게 해 준 작가에게 정말 감사하다.


뿐만 아니라 갤러리, 컬렉터 등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서술되어있다. 덕분에 강의 준비 중 멘트를 교정하는데도 도움을 받았다. 어쩜 이리 알기 쉽게 설명을 하신 건지! 작가가 소개한 '찰스 사치(Charles Saatchi)는 내 글에도 꼭 소개하고 싶은 인물이라 더 흥미롭게 읽은 것 같다.



* 나에게 기쁨을 주고,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눈물을 흘리게 하고, 감동을 받게 하는 예술작품은 지구 상에 분명히 존재한다


* "부자들은 만나면 예술 이야기를 하고, 예술가들은 만나면 돈 이야기를 한다" 


* 인상은 주관적인 것이며, 남들과 공유할 수 없는 고유한 감성의 영역이다. 사막을 찍은 사진을 보고 어떤 사람은 사막의 황량함을 떠올리며 그냥 지나치지만, 어떤 사람은 노란색이 주는 강렬한 느낌에 빠져 두고두고 본다. 그 차이는 감정이입을 어느 정도 하는지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정답은 "당신 말씀이 다 옳습니다"가 되겠다


* 정치는 생활을 바꾸고 예술은 삶을 바꾼다


* 소설가 밀란 쿤데라는 [불멸]이란 책에서 사람들은 불멸 앞에서 평등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불멸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작은 불멸은 생전에 알고 지낸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것이고, 큰 불멸은 생전에 몰랐던 사람들의 머릿속에도 남는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한 생애가 에피소드로 기억되는 우스꽝스러운 불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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