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들으면 어이없어 할 그 이유
"우리 결혼하기로 했어"
여동생의 결혼 발표 날.
언니로서 나는 안 그럴 것 같다고 자신했건만 "나는 이 결혼 반댈세."를 외치고 말았다.
내가 제부(어맛, 스포일러...그렇다. 동생은 그 남자와 결혼했다)와의 결혼을 이유는 단순했다.
아니, 다른 사람이 들으면 콧방귀 뀌며 "네가 어른이냐?"라고 할 정도의 이유였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대수롭지 않은 이유가 이에겐 세상 가장 큰 이유이자 그 이유 하나로
'a'가 'the'가 되고 '그 사람'이 '우리 00'이 된다.
*제부를 반대한 이유
1. 그는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2. 그는 개를 먹었다. 심지어 집에서 키우던 개를!!
(사실 개를 좋아하지 않는단 것보다 이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그의 집안은 개를 식용으로 생각했던 거다.
집에서 닭을 키워 먹던 것처럼 개도 '육고기'로써 키워진 거였다. 그의 집에서 키웠던 백팔이와 백구가
사라졌던 중복날. 동생은 장난인 줄 알고 몇 달동안 그 얘길 믿지 않았고, 그에게 자상하던 그 남자의
부모님의 눈빛에서 종종 살기가 보이는 후유증에 한동안 시달렸다.)
3. 그는 우리집 강아지들을 전혀 귀엽다, 예쁘다 하지 않았다.
1. 망치(13세 / 2013)
늠름, 의젓, 어쩌다 어른, 충성, 잘 생김, 파워
특기 : 손 주기, 사랑해요~
2. 둘기(12세 / 2015년 현재)
핸섬, 섹시, 자립심, 독립성, 제멋대로, 자기주장
특기 : 손 주기, 짖기, 점프
3. 모모(10세 / 2014년)
수줍음, 청순, 귀여움, 상큼, 애교쟁이, 사랑스러움
특기 : 손 주기, 애교, 뽀뽀, 총 맞은 척, 벌 서기
넌 우리 개들에게 모욕감을 줬어.....
하지만 그들은 이미 어른. 나의 말 같잖은 의견 따위 쉽사리 무시하고 지들 플랜을 척척 진행했다.
그렇게 그 사람과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우리를 여전히 못했다.
*제부가 우리를 이해 못하는 이유
1. 개를 사람처럼 대한다. (대화, 안부 묻기, 건강검진, 간식 포함 삼시세끼 챙기기, 함께 자기 등등)
2. 개에게 많은 돈을 쓴다. (건강검진, 글루코사민, 영양제, 의류구입비 등등 )
3. 개로 인해 감정기복이 심하다. (먼저 간 멍멍이를 그리워하며 오열, 멀쩡히 웃다 오열 그리고 오열...)
그.리.고.
그렇게 5년...
저 북쪽 끝에 있던 하얀색과 저 남쪽 끝에 있던 빨간색이 서서히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분홍색이 될랑말랑 거리게 됐죠.
우리 제부는 더이상 개고기를 먹지 않아요.
시댁 어르신들은 여전히 즐겨 드시지만
적어도 집에서 키우는 (상추처럼)
멍삼이와 멍우를 잡아먹진 않아요.
우리 제부는 더이상 개들에게 쓰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아요.
때론 멍멍이 겨울 패딩도 사주고요.
(묻어줄 때도 춥다고 그 옷 입혀 보냈답니다)
때론 제 힘에 부치는 진료비도 부담해 줍니다.
물론....
때론 서로 의견충돌이 있기도 했죠.
그리고 때론...
동네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될 지언정
모모와의 사진 한컷을
소중히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우리는 분홍으로 물들어 갔습니다.
여전히 우리 가족의
오열에 공감하진 못하지만
지금 함께 하는 개의 잘생김에 동의하진 못하지만
아이를 낳아 더이상 진료비 협찬을 못하지만
앞으로 우리에게 더이상
개를 키우지 못하게 하겠지만...
이젠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도 어엿한 반려인의 길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우리도 더이상 개고기 먹는 사람들을 무조건 야만인이라며 소름끼쳐 하지 않아요.
일종의 취향존중이랄까...)
강아지 둘을 떠나보내는 동안 그들의 결혼을 (나 혼자...아무도 몰랐음) 허락했습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저는) 강아지가 이런 것까지 가르쳐주며 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자 의견입니다.
이해를 원하지 않지만 오해도 사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