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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Nov 11. 2015

동티모르 대사님과의 특별한 여행 (2)

티모르 대사님, Savio씨에 대하여

<동티모르 대사관을 방문했을 때, 대사님이신 Savio씨와 찍은 사진>


Savio씨의 인생은 한편의 드라마라서, 잠깐이나마 여기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Savio씨는 동티모르의 정글에서 태어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난 이상의 아무것도 없는 집에서 정글에서 태어났지만, Savio씨의 부모님은 교육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으셨다고 합니다. 그건 굉장히 특이한 일이었는데 티모르와 같이 가난한 나라에서는 교육같이 미래를 바라볼 여유가 없고 태어난 자녀가 당장 가족의 생계에 도움이 되는 일에 투입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Savio씨의 부모님은 2시간이 걸리는 거리임에도 홍수가 나든, 지진이 나든 Savio씨가 반드시 학교에 가도록 했다고 합니다.


Savio씨는 그런 부모님의 뜻에 따라 교육만이 희망이라 생각하고 간절하게 공부에 매달립니다. Savio씨의 표현을 따르면,


"티모르에서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저는 장학생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되었어요. 그런데 인도네시아 학생들, 심지어 선생님 조차도 저를 무시했죠. '그 가난한 티모르에서 온 애가 뭘 알겠나?' 저는 공부로는 절대 지고 싶지 않았어요. 

학생들이 한개의 교과서를 보면, 선생님은 두개 정도의 서로 다른 교과서를 보셨습니다. 그러면 저는 네권의 서로 다른 교과서를 봤어요. 선생님보다 두배 더, 다른 학생들 보다는 네배 더 공부를 했죠."


Savio씨는 전교에서 1등을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대학을 진학하는데 실패합니다. Savio씨는 '인도네시아에서 대학을 가는 것은 성적순이 아니고, 어떤 연줄이 있느냐에 달려있기 때문' 이라고 말씀하셨죠. 크게 낙담에 빠졌지만, Savio씨는 포기하지 않고 인도네시아에서 대학을 갈 수 없다면, 외국으로라도 가야겠다고 결심을 합니다. 동티모르 사람들은 이전에 포르투갈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특정 절차를 거치면 포르투갈 여권을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포르투갈 여권을 가지면, EU국민들이 누리는 혜택을 누릴 수가 있지요. Savio씨는 2년동안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영국으로 갈 수 있는 편도 비행기 티켓을 삽니다. 그리고 포르투갈 여권을 발급받아 영국으로 날아가지요. 


Savio씨는 영국에서 대학에 진학하고 영어공부를 하며 그곳에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합니다.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3년전의 이야기라 가물가물하지만, 그 이후 Savio씨는 영국 로이터, BBC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을 하며, 약 15년전에 있었던 티모르가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전쟁을 할 때 나라의 밖에서 많은 기여를 하게 됩니다. 동티모르로 돌아와서 게릴라전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티모르의 험한 정글에서 티모르 사람들은 지형을 잘 이용하여 많은 게릴라 전을 승리로 이끌어냈다고 합니다. 그때 게릴라전사들이 갔던 길과 트릭들을 나중에 제가 그 정글을 방문했을 때 설명해주기도 하셨지요. 그런 게릴라 전 말고도, BBC의 저널리스트로 일하실 때는 '미국 대사관 점령작전' 같은 것을 시행하기도 하셨다고 합니다. 전 세계의 이목을 티모르에 집중시켜서 인도네시아가 벌이고 있는 잔인한 살육을 멈추려고 한 계획이었는데, 동료 저널리스트들의 힘을 모아 미국 대사관을 점령하고 그 메시지를 전한 것이지요.  


그 밖에도 UNDP (UN산하의 개발도상국 발전 기구), 호주 대사관 등에서 근무를 하시면서 커리어를 쌓아오셨고, 어떤 곳에 있든지 조국에 더 많은 기회와 발전을 가지고 오도록 일하셨기에 정식 공무원의 길을 밟지 않고도, 동티모르에서 특별히 싱가폴에 파견한 대사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 전 동티모르 대사이셨던 서경석 대사님에 대해서도 많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 분은 정말 많은 동티모르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분이고, 동티모르 Prime minister(수상)의 집견실에 아무 예약없이도 찾아갈 수 있는 유일한 외국인이었다고 하네요. 동티모르 사람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을 알기위해 먼 산길을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셨고,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알면 그것을 어떻게든 한국으로부터 지원받아서 전달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분의 마지막 프로젝트가 티모르의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인쇄소를 짓는 것이었는데, 그만 프로젝트 중간에 그분의 임기가 끝나서 한국으로 돌아오라는 한국 정부의 지침이 있었다고 합니다. 서경석 대사님이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동티모르 정부의 도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분의 귀국을 늦추려고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이 되어 도장을 안찍어주고, 약속을 미루는 등 늦장을 피운 덕분에 프로젝트가 무사히 완수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분이 만들어 놓으신 좋은 이미지의 혜택을 봤던 한국인 중 하나이겠죠.


아무튼 그렇게 교육이 Savio씨의 삶을 바꿔놓았기 때문에 Savio씨는 교육에 대한 강한 신념이 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가장 잘하는 아이, 학교에서 1등을 하는 아이를 영국으로 유학을 보내주는 일을 개인적으로 하고 계십니다. 학교 등록금까지 내줄 수는 없고, 그 아이가 장학금을 받는다면, Savio씨가 비행기표를 사주시고, Savio씨가 영국에 집이 있는데 그 집을 몇몇 아이들이 기숙사처럼 쓸 수 있도록 무료로 내주는 일을 하시는 거죠. 그렇게 도와준 아이들이 50명이 조금 안된다고 합니다. 


2013년 제가 동티모르를 가기전에 아래와 같이 일기를 썼었네요.



2013년 2월.


동티모르에 가면서 세가지 정도를 걱정했다.


1. 벌레 - 말라리아나 댕기같은 병옮기는 모기는 둘째치더라도 작은 벌레만 있어도 소스라치는데, 여기서 나는 나방보고 새인줄 알았음..이곳이 쥬라기공원!


2. 귀신 - 동티모르는 24년간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독립투쟁을 한 나라다그 과정에서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가까운 인구가 죽임을 당했다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부모님을 죽이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잔인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고 한다그래서 나는 성경책과 성당에서 받은 성수(홀리워터)가져감...


3. 악어 - 이 나라의 탄생스토리가 악어이야기이다.

 소년이 바다로 가려다가 지쳐서 기진맥진해있는 새끼 악어를 발견했다소년은 측은하게 여겨 새끼악어를 바닷가로 옮겨주었고악어는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언제든 바다를 건널 일이 있을 때 바닷가에서 자기를 찾으라고 했다육지의 삶이 싫증난 소년은 바닷가로 가서 악어를 불렀다다 자란 악어는 소년에게 "당신 덕분에 나는 지금 이 아름다운 바다에서 살 수 있었어요."하면서 소년을 등에 태우고 여기저기를 여행했다시간이 흘러 소년이 나이가 들자 악어는 "당신이 살 수 있는 곳을 내 위에 마련해야겠어요."라고 했다악어는 티모르가 되었고악어 등 위에서 소년은 가족들을 만들어서 살게되었다는 이야기.


아름다운 이야기다근데 그만큼 악어가 많다고 한다낚시하러 갔다가 상체만 발견된 소년빨래하다가 다 먹힌 소녀수영하면 안되는 특정 해변가 등등 괴담이 전해지는 가운데.. 어느날 밤개들이 하도 짓어서 '쟤네가 귀신을 봤나보다!!'하고 무서워서 잠도 안오고 꿈에는 목사님 나오고 이랬던 날이 있었다그 다음날 일어나서 왜이렇게 개가 짓었냐고 물었더니 마을에 악어가 왔다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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