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P 회의에 참석
Guest에서 한국대사관의 Delegate로 신분상승이 중간에 있었다. 한국 대사관에서 나오신 분이 나한테 명찰을 주시면서 "명찰이 와서 들고 왔긴 했는데 그런데 누구신가요?"하셨다.(저는 아무사람도 아닙니다.....I am nobody) 동티모르 대사의 초대로 개인적으로 방문했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이 상황이 짜릿하지 아니한가?
내가 싱가폴로 오지 않고 한국에서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었다면 나는 이 곳에 없었을 것이다. 조국에서 서열을 매겨 나에게 점수를 주고 번호표를 주며 '자, 저 뒤에 가서 기다려. 언젠가 니 차례가 오긴 올거야. 아주 멀었긴 했지만'이라고 할 때 줄에서 이탈한 보람이 있다. 사실 이번 경험은 운이 아주 좋았던 거다. 그렇지만 내가 그 줄에서 서서 막연히 기다렸다면 운이 개입할 여지도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회의는 엄청 딱딱했다.
사실은 조금 아쉬웠다.
늘 그렇듯, 모두 가난을 극복하고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점과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누구하나 해결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없다. 크게 새로운 뉴스는 없었거나 내가 영어를 못들었을 가능성도 크다..(제길. 꽤 큰 가능성이다.)
점심을 먹고 참가자들이 5가지 주제중 관심있는 토픽을 선택하여 토론을 하는 세션이 있었다. 다양한 주제 중에서 나의 흥미를 끌었던 주제는 World bank가 이끄는 'Inclusivegrowth and job creation'이었다. 의장님이 Job이 개인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시는데 마음 속으로 '그렇게 구조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한국에서 공채 한번 써보시면 실감하실텐데요..'를 외쳤다. 그리고 직업의 퀄리티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강조도 있었다. 그리고 통계적으로 세계적으로 절대 빈곤률은 많이 줄었으나 적당히 빈곤한 층들을 전반적으로 줄이는 형태로 갈 필요성에 대해서 말하면서 토론이 시작되었다.
Inclusive growth는 정의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을 뿐더러, '지금 이 시점에서 통합적인 성장을 말할 시점인가요?'하는 의문도 들었다.
인프라 스트럭쳐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어떻게 하면 Job Creation을 할 수 있을지까지 왔다. 의장이 "경제 성장의 경험이 있는 국가 중 Job Creation을 했던 경험이 있으신 국가의 대표분들 예시를 나눠주실 분 있으신가요?"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을 빼면 누가 경제 성장의 경험을 얘기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요즘 심심치 않게 느끼겠지만, 나는 우리나라 얘기를 할 때 내가 말하면서 내가 전율한다.(3년 후 나의 생각: 아, 그러고 보니 3년전까지만해도 우리나라 상당히 괜찮았었나싶다) 내 나라서 그런게 아니고 진짜 멋있는 나라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고, 내가 손을 들었다.
"(영어로 말함. 차마 여기서 영어로 쓰고싶지 않음. 흘러간 영어는 이미 엎질러진 물임) 코리아에서 왔습니다. 여기있는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한국도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전쟁이 끝나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창피해서 내가 뭐라고 했는지는 다 쓰지 않겠지만, 현대의 고 정주영회장님의 사례를 짧게 소개하면서 기업가의 중요성과 정부의 협력에 대해서 말했다. 의장님이 Inspiring한 스토리라고 했다. 당연하다! 스티브잡스의 전기는 영어로 쓰여져서 널리 읽히겠지만, 한국의 위대한 기업가들에 대해서는 들어본적이 없을 것이다.
이후로도 회의 내내 여러 VIP들과 밥먹으며, 차마시며, 짬내서 계속 토론하면서 한국에 대한 많은 질문을 받았다. (근현대사를 더 많이 공부하지 못한 것을 후회함..) 한국의 사례가 다른 나라에도 적용이 가능한지, 특히 한국의 '교육에 대한 신화'가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과거부터 꾸준히 존재해 왔던 국민성인 것인지.
내가 한국의 교육은 산업화에 맞는 인력을 생산하는 용도라고 말했을 때 오스트리아 대사님이 "어? 본인들도 그걸 알고 있단 말이에요? 유럽에서는 그렇게 평가하는데, 본인들도 알고 있는지는 몰랐네요."라고 하셨다. 음.. 그러게요...우리는 알면서도 방법이 없단 말이에요 대사님.
예전에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고 했을 때 감이 잘 안왔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바야흐로 정말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는 시대가 온 것, 아니다. 한국 사람들 스스로 그런 시대를 만든 것 같다. 우리나라가 다음 스텝으로 잘 나아가야 할텐데, 아주 개인적으로 한국에 필요한 것은 다양성이라는 믿음이 있다, 나는.
2013년 2월, 동티모르 UNDP 회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