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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Nov 14. 2015

동티모르 대사님과의 특별한 여행 (4)

이상적인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요?

제가 동티모르를 여행하기 전, 아니 컨퍼런스를 끝나고 딜리(수도)를 벗어나 다른 동네를 가기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이 있었습니다.


1) 나는 가난하게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서 울 것이다. (전 진짜 잘울거든요)

2) 사람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어려운 것을 보면 자기가 가진것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고 한다나도 그 사람들의 불행을 위안으로 삼을까? 

3) 아니 그나저나 이 나라는 빨리빨리 선택과 집중을 해서 성장을 해야지!  


모두 틀렸습니다. 


저는 단 한번도 울지 않았고, 항상 웃었으며, 제가 가진 것에 감사하기보다 제가 '누리고 있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어떤 것을 잃어야 했는지에 대해 생각을 했고, 선택과 집중이라는 해결책 대신, 성장이 뭐지?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어디까지 이 사람들의 삶에 간섭하고 도움을 주어야 하는가 등등의 많은 질문이 늘어났을 뿐이었습니다.


제가 여기서 가장 즐거웠던 일 중 하나는 에어컨이 고장난 차에서 창문을 열고 지나갈 때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미소를 주고 받는 것이었습니다애, 어른할머니할아버지 할거 없이 여기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잘 웃어주고 2초도 안되는 순간에 스쳐지나가는 저에게 그렇게들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안녕!! 반가워요!




시골길을 가는 6시간 내내 잠도 안자고 손을 밖에 내밀고 흔들었습니다나중에 Savio씨가 말하시기를 지금까지 열명 남짓한 사람들을 가이드했었지만 저처계속 손흔드는 사람은 없었다고 하시더군요. (미스코리아 감인것 같습니다.) 나중에 보니까 왼쪽 손과 팔이 오른쪽에 비해 더 탔을 정도로 팔을 내밀고 있었더라구요그만큼 사람들의 미소가 너무너무너무 좋았었습니다.


Savio씨와 함께 8-10군데 정도 현지인들의 집을 방문했었습니다. 하나같이 음식을 나눴고, 저의 방문을 정말 반가워했으며(진심으로), 무엇보다 계속 저에게 웃음이 가득한 얼굴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진에 방문한 집은 겉보기 보다 속이 아늑했어요.



 주인은 전통적인 나무로 만든 집 옆에 옥수수를 팔고돼지를 팔고열심히 일한 돈으로 조금씩 조금씩 시멘트를 사고 재료를 사서 새 집을 짓고 있었습니다일가 친척동네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주구요아주머니는 기대감에 가득 차 계셨죠공사를 마치려면 큰 돼지를 하나 더 팔아야 하기 때문에 더 부지런히 돈을 모으셔야 한다고 하셨습니다이런 집 한채를 짓는데 들어가는 돈은  150만원 정도라고 합니다땅의 주인은 따로 없고, 집만 지으면 자기집입니다.

티비도 없고인터넷도 없고책도 없고사람도 많이 없는 여기서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아침에 일어나서 밭에 갔다오고밥먹고각종 마을 행사 참석하고 집짓고 하다보면 시간이 금방간다고 하시더군요.


아주머니가 연신 얼굴에 미소라서 한가지를 더 물어봤습니다.



"아주머니에게 삶이란 무엇인가요?" 



통역을 해주던 사비오씨가 그건 너무 어려운 질문이라고 '인생을 어떻게 즐기시나요?' 정도면 어떻겠냐고 하셨습니다. 좋아요.


아주머니께서는 인생을 즐기는 것이란, '매일 해야할 일을 하고, 나머지는 신에게 맡기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멋진 답아닌가요?


컨퍼런스에서 오스트리아 대사님이랑 종교에 대한 토론을 했습니다그분은 겉은 기독교지만 머리와 마음은 불교를 향하고 있으셨죠. 아시다시피 불교에서는 ''이라는 존재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대사님 저게 여러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셨는데 그 중 하나가 "동티모르 사람들이 사람들은 24년동안 엄청난 고통을 받아왔어요신이 있다면이 사람들에게 왜 이러는 거죠?"였습니다.


 옆에서 본 사람조차 신을 의심하는 이 마당에, 고통의 당사자들은 신을 믿는가?(동티모르는 인구의 약 80%가 천주교동티모르에서도 회사 이메일을 확인하고 걱정을 했으며내일 회사가서 매니저에게 그간 일어난 굿뉴스와 배드뉴스를 어떻게 말할지 고민하고 있는 저는 이 사람들에게 어떤 성장에 대해서 말하고어떤 부분을 도와줄 수 있을까요


국민소득 5만불을 이룩한 싱가폴 사람들보다 더 많이 웃고 즐거워 하는 이 사람들에게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일합시다!" 라고 말하고, 이분들이 "발전한 나라는 어떤 모습인데요?" 라고 물어본다면, 우리는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요?


이상적인 나라, 이상적인 정치, 이상적인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동티모르 여행이 저에게 준 가장 큰 문제의식은 우리가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사회를 변화시켰던 리더들은 항상 눈에 보일만큼 생생한 사회의 비전을 들고 나왔던 분들이죠. 비록 실패했지만 막스가 말한 모두가 동등한 사회, 마틴루터킹이 말했던 백인과 흑인이 같은 테이블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장면, 우리가 정말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변화를 원한다면 우리에게는 가장 어리석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비전이 필요합니다.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철학이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 많이 여행을 하고, 많은 삶을 보며 우리의 상상력을 관점, 시각을 넓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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