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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Nov 10. 2016

치킨팜(chicken farm) 이야기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이 일어나는 가

오늘 회사 동료들과 늦은 저녁을 먹었다. 나의 숨겨왔던 감자농장 주인의 꿈을 말해주었는데, 동료 중 한명이 필리핀에서 엄청 큰 양계장 운영하는 집의 딸임을 고백했다. (옆에 또 다른 동료 필리핀애가 "필리핀에서 제일 큰"이라고 말했는데 얘가 "오바하지마"라며 말을 막았다.)


그러면서 양계장 얘기를 해주었다. 대박 흥미진진.


"너네 닭을 의도적으로 죽이지 않으면 얼마만큼 자라는지 알아? 닭은 무릎도 넘게 자라 커질 수 있어. 내가 어려서 농장에서 처음 닭을 봤을 때, 닭이 너무 거대해서 정말 너무 무서웠었어. 그러 닭들은 수탉이야. 수탉은 자연스럽게 늙어 죽을 때까지 죽이지 않거든. 왜냐면 수탉은 교배를 위해서만 사용되기 때문이지. 수탉 한마리 당 암탉 200마리가 배당이 돼."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는 얘기, 드론과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얘기는 들어왔지만 닭 농장이라니!!! 


"오 마이...그러면 수탉 한 마리가 암탉 200마리 모두와 섹스하는거야?! 걔는 하루에 몇 번을 한대? 그러면 계란을 낳기 위해서는 전부 섹스를 해야해? 정력이 유독 좋은 수탉이 따로있어? 만약에 수탉이 성욕이 없으면 어떡해?" 그녀가 대답했다.


"수탉 한마리가 모두와 해. 하루에 몇마리와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리고 계란은 암탉 혼자서도 낳는데, 다만 병아리가 되지 않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후라이용으로 먹는 달걀이 나오지. 사람으로 치면 난자를 그냥 낳는거야." 나는 또 물었다.


"그러면 많은 계란 속에서 그 계란이 병아리가 될 계란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아?"그녀가 대답했다.


"특수한 빛에 비추어보면 병아리가 될 부분이 보여. 그건 사람이 계란 하나하나를 비춰보며 감별해 내."


닭은 일반적으로 한 3년을 키우고 나면 닭고기로 만든다고 한다. 대신 죽이지 않고 계속 키우는 닭이 수탉인데, 이 수탉이 죽으면 유전자가 가장 좋은 네덜란드에서 종자가 좋은 닭을 수입해온다고 한다. 내가 먹는 치킨이 네덜란드종이었다니...네덜란드가 농업 강국인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유럽이 농업을 버렸을 것 같지만, 많은 나라들이 은근히 농업 강국이다. 특히 EU가 출범한 큰 이유 중 하나가 식량 자급자족을 100% 달성하기 위해서 였고, 지금은 생산량 혁신으로 100%를 넘어 120%를 달성하고 있는 중이다. 나의 감자 농장은 아일랜드에 차릴 예정이지만, 네덜란드에는 꼭 견학을 가고 네덜란드 농장에서 일을 해봐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암튼 그래서 우리가 먹는 치킨들은 네덜란드 닭들의 손자, 손녀들인 것이다. 수탉의 성욕 문제도 여기서 해결이 된다고 한다. 수정란을 많이 만드는 좋은 종자의 성욕 충만한 네덜란드 닭을 엄선해서 데리고 온다.


그리고 닭을 죽이는 과정도 말해주었다. 먼저 죽을 차례가 된 닭을 드레싱 플랜트에 데리고 온다. 그리고 조심스럽고 젠틀하게 컨테이너 벨트에 다리를 매달아서 거꾸로 매단다. 여기서 왜 젠틀해야 하냐면 닭을 막 대해서 거칠게 반항하면 닭의 몸에 멍이 들고 손상이 가서 상품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매달린 닭은 다음 단계에서 머리를 살짝 물에 담군다. 그 물은 전류가 흐르는 물이라 닭은 이 단계에서 기절한다. 그래서 그 후 과정에서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닭이 너무 고통스럽게 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몸이 비실비실한 병아리들은 일찌감치 속아낸다고 한다. 어차피 죽을 애들인데 사료만 축내니까 빨리 죽이고 튼튼한 애들이 더 많이 사료를 먹고 건강해지도록. 몸이 약한 닭들은 세 손가락으로 모가지를 툭 꺾어서 죽이는데 툭하면 똑 뿌러진다고...


여기서 대박 사건. 이렇게 죽인 병아리들이 어디로 가냐면, 뒷 마당(?)에 있는 악어에게 간다. 우리는 다들 깜짝 놀랐다. 양계장에 왠 악어?? 그런데 그녀의 설명이 나름 일리 있었다.


"병아리를 죽이고 사체를 태우거나 묻거나 하면 번거롭잖아. 유기적으로 해야하는 데 다른 적합한 동물 뭐가 있겠어? 곰? 그리고 계속 가둬놓고 키워야 하고, 많은 양을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악어가 적합해."


모르긴 몰라도 악어도 죽으면 가죽도 팔고 악어고기도 팔 수 있지 않겠는가? 아, 너무 알뜰살뜰하다♡


회사 업무를 하다보면, 정말 많은 시간을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쓰고 있음을 알게 된다. 특히 기획 업무로 오고나서는 더욱더 그렇다.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에게 인풋을 받고 거기서 최선을 찾고,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모든 사람들이 이 계획에 동의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것도 나름 재밌는 일이기는 하지만, 회사 밖에 생동감 넘치는 곳이 나는 항상 궁금하다. 그래서 이런 랜덤한 이야기들이 삶에 큰 활력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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