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ice in wonderland Nov 13. 2016

Design thinking

한 병원에서 Design thinking 컨설팅 회사에 어떻게 하면 병원의 서비스의 질을 올려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자문을 의뢰했다. 기존의 컨설팅 회사라면 탑다운 (top down)의 방식으로 접근해서 가장 먼저 병원의 조직차트 (organization chart)를 보고, 아래로 쪼개 나가며 일을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과 환자들, 환자의 가족들 같은 이해관계자들도 인터뷰를 하면서 문제를 쪼개어 제안서를 가져갈 것이고, 그 제안서를 읽은 경영진들이 진단대로 일을 시행하려하면 병원의 직원들이 "현실도 모르면서 괜히 일만 늘렸네"라며 투덜 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컨설팅 회사가 진행한 방식은 달랐다. 그들은 발표 시작 전, 경영진들에게 비디오를 틀어주었다. 비디오에서는 새 하얀 천장이 보였다. 그리고 계속 그 천장이었다. 경영진들이 '얘네 장난하나?'라고 생각할 때쯤 컨설턴트는 말한다.


"이 비디오는 지난 달 척추 수술을 한 환자 스미스씨가 하루에 최소 3시간은 보게 되는 장면입니다. 우리는 환자의 시각에서 접근했습니다."


그리고 컨설팅 회사는 바틈업 (bottom up) 방식으로 접근했다. 간호사들, 의사들과 심도 깊은 대화를 하며 그들의 경험을 통해 고객(환자, 환자의 가족)이 어려움을 겪을 만한 부분에 대한 아이디어를 듣고, 그것을 디자인을 통해서 구현해 나갔다. 그리고 그들은 문제 분석부터 해결책에 이르기까지 병원 스태프들을 참여시켰고,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시켜 나갔다. 병원 스태프들은 개선안을 자신의 아이디어로 생각했고, 오너십을 가지고 행동했다. 그 결과 그들이 경영진에게 보고서를 제출하게 되었을 무렵에는 병원 스태프들은 그 제안의 가장 큰 지지자로 서포트를 했으며, 실행의 주체자가 되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전율했다. 너무 타당했기 때문이다. 디자인 띵킹을 기반으로 고객사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디자인 컨설턴트는 내가 싱가폴에 처음 왔을 때 가장 관심이 갔던 직업 중 하나이다. 물론 그 때 당시 고객의 문제에 솔루션을 제공하기는 커녕 고객이 뭐라하는지도 못알아들어 고객의 속을 터지게 할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디자인 컨설턴트가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디자인 띵킹은 일단 배우고 싶은 영역 중 하나였다. 그것이 미래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때 당시 싱가폴에서 디자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 중이던 사람을 만난적이 있다. 그 분의 설명에 의하면 디자인 컨설팅은 그 어떤 컨설팅보다도 '변화'에 초점을 둔 접근법이다. 아무리 좋은 모범 답안도 실제로 그걸 실현하는 주체는 직원이 되어야 하는데, 직원에 대한 인간적이고 깊은 이해 없이는 그들이 결코 변화를 이끌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직원들이 주체적으로 변화를 이끌게 하려면, 직원들이 문제를 인지하고 직원들이 해결책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누구나 말하듯 답은 현장에 있지만, 그걸 어떤식으로 구현시키고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해줄지를 디자인 컨설턴트가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기 일 중에서 가장 보람된 부분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인터뷰를 하자고 하면 직원들은 일단 방어적인 자세를 보여요. 매니저들에게 직원을 인터뷰하고 싶다고 하면, 매니저는 인터뷰 질문 리스트를 달라고 해요. 그렇지만 우리는 질문지를 가지고 인터뷰를 하지 않거든요. 왜냐면 우리는 답을 정해놓고 인터뷰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선입견 없이 직원들을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죠. 그러면 매니저는 떨떠름하게 허가를 해줘요. 그리고 인터뷰에 들어가면 직원들은 일단 우리를 경계하죠. '이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말할지 몰라...' 그러나 이내 우리가 하는 질문들에 벙찔거에요. 우리는 이런 걸 물어보거든요. '당신은 왜 이 일을 하나요?' 우리는 이 질문을 계속해서 파고들어요. 왜냐면 우리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는 존재이고, 그것과 회사의 목표가 일치할 때, 혹은 비슷하게라도 갈 때 직원들이 자신들이 하는 일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거든요. 우리는 계속해서 그 사람을 근본적으로 파고듭니다. 몇몇 직원들이 이내 눈물을 보인적도 있어요. '그 누구도 내가 하는 일에, 나에게 이렇게 관심을 가져준 적 없었다'면서요. 우리는 직원들의 신뢰를 얻고, 그들이 하는 일이 더 의미있게, 더 나아질 수있고, 그것이 회사의 이익에도 기여할거라 믿고 이 혁신과 변화의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협력을 하게 되요. 그 인련의 과정을 함께하다 보면 짜릿하죠."




소비자들이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성적인 판단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이 정설이 되고 나서부터 비즈니스도 우뇌적인(이성적인) 접근 뿐만 아닌 좌뇌적인 (직관적인) 접근을 해보자는 것이 디자인 띵킹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2010년대 초반, 혹은 그 전부터 기존 비즈니스 접근법의 대안으로 떠올랐어서 2016년인 지금 시점에서는 좀 더 유명해져 있을 것 같았지만, 지금 사람들은 디자인 띵킹을 별로 얘기하진 않는다. 지금은 디자인 띵킹보다는 데이터로 화두가 옮겨 간 것 같다. 인간을 관찰해서 통찰을 가지고 결정을 하기보다는 데이터가 답을 말해주길 원하고, 디자인 띵킹에 대한 것은 UX/UI 디자인이 맥을 이어가고 있는 듯 하다. 


예전에 내가 디자인 컨설턴트가 되고 싶다고 하니까 나에게 조언을 해줬던 분은 이렇게 말했다.


"앨리스, 너가 작은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2명의 컨설턴트가 너에게 와서 각각 5천만원짜리 프로젝트를 제안해. 한 사람은 디자인 컨설턴트고, 5천만원을 주면 기가막히게 소비자의 경험을 증진시켜주고, 그게 나중에 더 많은 매출을 가져올거라고 약속하고, 다른 한 사람은 세금 컨설턴트고, 5천만원을 주면 너의 세금을 매년 50% 적게 낼 세금 구조를 짜준다고 해. 계산해보니 한 2년 이후에 넌 5천만원 세금을 아끼고 그 다음부터는 매년 2천 5백씩 쭉 아낄 수 있어. 니가 딱 5천만원 밖에 없다면 넌 누구를 고용하겠니?" 


난 그만 세금 컨설턴트를 고용해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말이 되는 아름다운 스토리보다 덜 아름답지만 모두가 논리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숫자가 보고서에 더 중요하게 쓰이기 때문에 디자인 띵킹은 주류가 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몸 담고 있는 기업도, 소비자를 중심에 두기로 유명하지만, 소비자의 목소리는 주로 데이터를 통해서 드러난다. 인사이트에 의존해 비즈니스 결정을 하기보다는 데이터와 숫자가 훨씬 강력한 힘을 갖는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보고를 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고,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변화와 혁신을 위한 인사이트가 필요하다면 사용할 수 있는 소비자를 중심에 놓은 좋은 프레임워크 중 하나라는 것이다. 언젠가 사업을 하게 된다면, 돈을 많이 버는 큰 사업보다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이 즐겁고, 소수의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사업을 하고 싶은데, 그 때는 디자인 띵킹의 접근법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디자인 띵킹 프레임 워크


* 디자인 띵킹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시다면 2가지 추천 도서가 있어요.

1)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 저자;알렉산더 오스터왈더예스 피그누어

2) 이노베이터의 10가지 얼굴; 팀 켈리, 조나단 리트맨 (팀 켈리는 디자인 컨설팅 회사로 가장 유명한 IDEO의 설립자임) 

매거진의 이전글 삼성의 갤럭시 브랜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