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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에서 일하기
by Alice in wonderland Feb 10. 2017

첫 직업이 맘에들지 않을 때

이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나?

안녕하세요.

작년 4월에 이메일 보냈는데 혹시 바쁘셨을지 몰라 다시한번 메일을 보냅니다.
저는 XXX대학 소비자학 주전공, 경영학을 복수전공한 10학번 뿅뿅이라고 합니다.

작년 4월엔 한국에 있었고 7월부터 싱가포르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선배님 글들을 읽고 감명받아 싱가포르 취업에 도전했고 결과적으로 취업도 되어서 잘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배님 글 중 하나에서도 비슷한 구절을 본 것 같은데 문득 customer service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나? 라는 회의감에 빠져들었고 더 늦기전에 다른 포지션에 도전하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선배님 글을 읽고자 링크드인에 들어가보니 선배님도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신 걸 봤어요. 정말 멋지신 것 같아요. 사실 그 포지션이 홈페이지에 열려있어 저도 지원을 했지만 경력이나 다른 부분이 부족하다고 판단되었는지 인터뷰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막막한 생각이 들어 바쁘신 와중에 메일을 또 보내게 되어 죄송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뿅뿅이 드림.




<답변>


어떤 직업에 취업했는지는 모르지만, 먼저 성공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첫 직업에 안착한 걸 축하해요 :)  대견합니다. 절대 쉬운일이 아닌데, 거의 졸업과 동시에 경력이 없이 외국에 안착하기 많이 어려웠을텐데 잘했어요. 남의 돈 받고 사는게 쉬운게 아닌데, 그걸 해내고 밥값하며 살고 있는건 일단 학생일 때보다 훨씬 나아간 거니까요. 


Customer service 얘기를 한걸 보니, CS관련 직업에 안착했고, 아마 10학번이면 경력이 거의 없이 안착할 수 있는 직업이 없어서 CS가 현실적인 대안이었을거에요. 그리고 직무나 하는 일이 성에 차지 않을거에요. 그 비스무리한 직무를 한적 있어서 이해합니다. 초조하고, 시간낭비인것 같고 여러 생각이 들거에요. 


그런데 작년 7월부터 일을 시작했다고 했죠? 아직 1년도 채 안되었잖아요. 너무 급하게 생각할 것 없어요. 한국에서는 첫 직업으로 대기업 마케팅에 들어가고, 전략에 들어가고, 그 위로 쭉 올라가는 것 같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않아요. 물론 처음부터 큰 회사에서 근무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작은 회사에서 보잘것 없어 보이는 직업으로 시작해서 천천히 올라가서 높이 가는 사람들도 충분히 많아요. 


제가 P&G로 이직할 때, ABM으로 조인을 하면서 지난 4년 넘는 경력을 인정받지 않고 왔어요. 제가 했던 일중에 직접적으로 브랜딩과 관련한 일을 한적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제가 아주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오니까 저보다 나이 많은 ABM들도 꽤 있더라고요. 물론 저보다 어린 사람도 있지만요.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더 늦기전에 다른 포지션으로 도전' -> 이 생각을 좀 바꿨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더 늦은'걸 얘기할 때가 아니고, 커리어의 아주아주아주 초반에 있어요. 앞으로 한 5년까지는 아무것도 늦지 않아요. 물론 그렇다고 다른 직업에 apply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부터는 좀 더 멀리보고 움직일 필요가 있어요. 초조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마음만 초조하다고 뭐가 되는건 아니거든요. CS 경력을 가진 사람들을 찾는 직무들이 꽤 많아요. CS하면 일종의 'client facing role'을 해본 셈이 되기 때문에 그 다음으로 세일즈가 되기도 하고, 혹은 좀 더 불특정 다수의 개인 소비자를 다뤘다면, 오퍼레이션으로 가기도 하죠. 특히 IT회사 리더십들 중 CS를 짧지만 해봤던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나중에 보면 그 사람들이 젊었을 때 CS에서 근무한게 꽤 도움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왜냐면 CS는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즐겁고 챌린징한 업무는 아닐 수 있지만, 비즈니스에서 없을 수 없는 기능이고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근데 그게 되려면 일단 들어간 CS에서 확실한 경험을 만들고 나오는게 좋아요. 이왕 들어간거, 이 역할이 어떤 기능인가, 왜 이게 필요한가, 어떻게 돌아가나, 어떻게하면 더 잘하나, 내가 이 일을 했기 때문에 뭔가 차이를 만들 수 있는 건 없을까, 이런 것들에 대해 나만의 관점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나름의 'CS에 대한 나만의 답, 관점'을 갖고 나오면 1년 - 2년 다녔던 것은 헛되게 낭비한 시간이 아니고, 다음 도약을 위해 뭔가 배우고 쌓은 시간이 되는거에요. 1 - 2년 업무를 하고 뭔가를 성취한 후에 이런 나의 성취와 경험들이, 인터뷰를 하면서, 이력서를 검토하면서 채용 단계에서 들어나게 될거에요. 그리고 그 어떤 경험이든 내가 차이를 만들어낸 경험을 해내고 나면 언제든 어딘가에서든 도움이 되요. 그건 낭비가 아니에요. 


'customer service'말고 다른것은 없나? 라고 했는데, 물론 있어요. 그런데 그 다른것은 내가 지금 하는 업무에 능숙해지고 난 후, 초조해서 마음으로만 고민하고 발만 구르는게 아니라, 주변에 물어보고, 찾아보고, 생각해보고 하다보면 customer service말고 내 현재까지의 경험을 레버리지해서 갈 수 있는 넥스트스텝이 보일거에요. 저는 한 2년은 제가 좋든 싫든 그 일을 해야 넥스트스텝이 어렴풋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리고 그때 지원을 했고, 두번 그렇게 이직하고 한번 그렇게 회사 내에서 직무를 바꿨어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다른 직무로 옮길 기회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좋아요. 그렇게 하려면 너무 초조해하며 '아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 ㅅㅂ...빨리 다른데로 도망쳐야해. 시간아까워'라는 마음으로 회사를 가면, 동료들 눈에도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란 생각이 안들거에요. 하찮은 일처럼 보이더라도, 열심히 하고, 좋은 성과를 내며 매니저나 회사의 리더십들과 계속해서 communication을하며 XX직무로 옮기고 싶다는 것을 계속 어필하면 기회가 올 가능성이 높아요. 물론 현재 직무로 회사를 가면 다른 동료들에게 움츠려들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해요. 회사는 권력집단이라서 실제 내가 얼마나 똑똑하고 가치있는 사람인지가 드러나기 전에, 더 중요한 포지션에 근무하는 사람, 더 높은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움츠려들게 되죠. 그래도 그걸 이겨내고, 밝게 잘 지내는게 중요해요. 


마지막으로, 그렇다고 다른 포지션을 찾고 지원을 하는 것을 멈추란 것은 아니에요. 다만 지금 현재 가지고 있는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면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해도 괜찮다는거에요. 직업을 찾는 방법에 대한 팁은 너무 길어서 사실 이번 4월에 책으로 출간해요^^;; 저 블로그 비슷한거 하는데 혹시 알아요? brunch.co.kr/@haneulalice 가 주소에요. 너무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매번 답해주기 시간적으로 어려워서 제가 보고 느끼고 들은걸 나누고 있어요. 근데 방법보다 중요한건 경험인데, 이미 한번 취업에 성공했으니 이게 어떤것이다에 대한 느낌은 있을거에요. 책이 혹시 나오면, 챕터 9에 '방법'에 대한 팁이 있으니까, 그걸보면 다음 직업을 찾는 방법적인 부분을 좀 더 다듬을 수 있을거에요. 즐겁게 지내요. 즐겁게 잘 지내고,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서 잘 어울리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가는 것 같더라고요. 기회는 사람을 통해 오니까요.   


화이팅!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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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직업출간작가
《당신의 이직을 바랍니다》의 저자 앨리스입니다. eBook 나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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