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idea: The next big thing is here
"진짜 마케팅을 배우고 싶다면, P&G에서 3년을 일하는 것이 MBA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낫다는 얘기가 있어."
내가 P&G의 브랜딩 직무로 조인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말이었다. 입사한 날 Day 1부터 사랑에 빠지는 회사가 있다. 여유로운 회사 문화, 아침과 점심으로 제공되는 뷔페, 뭔가 다들 멋진 말만 하고 2주정도 트레이닝을 거치고 나면 뭘 해야하는지 바로 파악되는 회사, IT회사들이 주로 그런 듯하다. 반면 입사한 지 한참 지나고 나서야 회사의 저력이 보이는 곳들이 있다. P&G가 그랬다. 회사의 절차는 복잡하고 직원들은 모두들 바빠서 한 6개월 간은 '나는 어디? 여긴 누구?'의 상태로 버틴 후에야, 한 숨 돌리고 본격적으로 이 회사의 가장 엣지있는 부분인 브랜딩과 마케팅에 대해서 공부할 여유가 생겼다.
P&G는 브랜딩에 관한 자체적인 프레임워크를 가지고 있는데, 실제 업무에서도 자주 논의되는 부분이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 관련한 회사 온라인 강의를 듣던 중, 삼성의 마케팅 사례가 긴 시간을 들여 살펴볼 가치가 있는 의미있는 마케팅 사례로 소개되었다. 갤럭시 노트7 폭발 이후, 혹은 그 전부터 전국민에게 돌려까기를 당하고 있는 그 삼성이다. 지금이야 삼성에 한국 GDP가 크게는 20%까지 좌우되는게 말이되냐며 비판을 하고 있지만, 다른 회사라고 못할 것 없는 일을 삼성전자는 해냈다. 한 때 많은 국민이 이 회사가 너무 자랑스러워 마지못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사람들은 자기 손으로 영웅을 만들고 자기 손으로 끌어내린다.
오늘 네이버에서 캡쳐한 삼성전자의 지난 10년의
주가차트이다. 2010년을 주기로 전자는 3배가 넘는 주가를 올렸다. (아, 우리 아버지께 삼성전자의 주식을 사라고 했을 때가 80만원이었는데...)
2010년 이후, 삼성전자가 뭘 했기에 미국에 싼 맛에 쓰는 가전제품을 수출하는 회사에서 첨단 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일까? 여러 부분에서 모든게 잘 맞물려 들어갔기에 가능했던 일이겠지만, 나는 브랜딩에 관한 부분만 보려고 한다.
남자친구 감자(본명: 필립)는 사람 흉내 내기의 대가이다. 우리는 미국 대선을 같이 흥미롭게 지켜보며 각종 유행어들을 캐치해내는데, 감자는 하루에 한번씩 꼭 도날드 트럼프를 흉내낸다.
"I am going to build a huggggee wall and I am going to make Mexico to pay!"
"It's going to be huggggeee"
"Make America great again!"
기똥차게 도날드를 흉내내는 감자는 힐러리 지지자이다. 힐러리를 좋아해서가 아니고, 도날드가 도저히 말도 안되는 사람이라 힐러리를 지지하는 것이다. 여느때처럼 감자가 "I will make America great again!"을 흉내낼 때 나는 재빨리 물었다. "감자, 힐러리의 슬로건 기억해?"
...(침묵)...
"eh.. no... what was it?"
Make America great again
이것이 도날드의 big idea이다. 유감스럽게도 도날드의 big idea가 힐러리의 idea보다 더 강력하다. 자질구리한 디테일들은 대부분의 소문이 그렇듯, 점차 사라진다. 사람들은 많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하나의 파워풀한 생각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을 중심으로 브랜딩 캠페인은 돌아간다.
아래 광고는 2011년에 출시된 삼성 갤럭시 S2의 광고 캠페인이다. (https://youtu.be/GWnunavN4bQ)
삼성의 Big idea는 "The next big thing is already here"이다. 그리고 삼성은 이 파워풀한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마케팅을 전개한다.
아래는 갤럭시 S3의 광고이다. (https://youtu.be/i9Ozw3NLpEw)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줄을 서있던 사람 중 하나가
"아, 내가 사려고 줄을 서있던게 아니고, 부모님 대신해서 서있던거였어"라고 말하며 부모님에게 자리를 넘겨줄 때다. 마치 더 젊고 핫한 the next generation은 삼성이고, 기존의 강자인 애플은 구시대의 상징이라는 것이냥 말이다. 이 광고를 통틀어 '애플'이라는 단어는 한마디도 쓰이지 않았는데, 삼성은 꽤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
그리고 마지막 갤럭시 S4의 런칭 캠페인이다. 삼성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우리의 biggest fan들을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는 원시적인 짓을 하는가? 우리는 온라인으로 줄을 서도록 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내가 몇번째인지 알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삼성은 S4에 대한 정보를 줄서있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공유했고, 줄에 서있는 사람들이 그 정보를 자기 친구들과 공유하면 그에 맞춰서 앞으로 줄을 땡겨주었다. 이를 통해 삼성은 earned media (돈을 쓰지 않고 얻는 미디어 광고 효과)를 톡톡히 얻었다. (관련 영상을 보려면 - https://youtu.be/3QRQPsKx2No)
그리고 묻는다. "Who's the next big thing?"
물론 요새같이 originality가 중요한 세상에, 계속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우리가 더 낫다라고 하는 것은 간지가 안난다. 그렇지만 몇 년에 걸친 마케팅 캠페인은 Next big thing이라는 강력한 big idea를 계속 강화시켜 결국엔 정말 iphone vs 갤럭시의 구도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업계 후발주자는 누구나 업계 1위를 타겟하고 비교하며 따라가기 마련이다. 애플이라고 그런거 안했는가? Window vs. Mac에서 애플도 했던 전략이다. 사람들은 너무 많은 옵션은 좋아하지 않지만, 크게 2 - 3개의 선택권 안에서 고르기를 원한다. 삼성은 애플을 바짝 쫓는 전략으로 둘 중 하나의 선택권 범위에 훌륭하게 들어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Big idea가 있으니, 이제 인기가 많은 척을 해야한다.
2013년 3월 오스카 시상식, 역사상 가장 유명한 셀피가 갤럭시 노트로 만들어졌다. 유명한 쇼호스트인 Ellen이 갤럭시 노트3로 찍은 셀피는 약 3,300,000번 리트윗 되었다.
사람들이 논리적인 방식으로 소비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의 사고 싶은 물건은 이미 마음 속에 있고, 각종 방법을 통해 자기의 결정을 정당화할 뿐이다. 사람들은 하루에 크고 작은 수천가지의 결정을 한다. 그리고 그런 결정에서 최대한 안정적인 결정을 하는데, 안전빵 중 안전빵인 결정은 일번.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핸드폰은 고관여제품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사숙고해서 결정을 하게 되는데, 이 때 인기가 많은 핸드폰은 가장 좋은 핸드폰으로 인식이 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업계 1위 등의 수식어는 사람들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수월하게 도와준다.
그리고 또한 유명인들의 파워를 이용하고,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삼성이 Jay-z와 진행했던 마케팅이 그 예이다. 아래 영상에는 Jay-Z가 Rick Rubin, Pharrell Williams, Timbaland, 그리고 Swizz Beatz와 리코딩을 하는 영상이 담겨있다. 삼성은 새로 출시하는 S3, S4 그리고 NOTE2에 Jay-z의 새 앨범인 Magna Carta Holy Grail의 앨범을 담았다. 그리고 Jay-z의 앨범이 정식적으로 출시하기 3일 전, 핸드폰을 산 사람들이 미리 노래를 들어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삼성은 스케일이 크게 옥외 광고를 내건다.
"Appear to be popular even though you are not yet
(인기가 많은 것처럼 보여져라. 비록 '아직은' 그렇지 않더라도) "
2010년 3.3%에 불과했던 삼성전자의 마켓셰어는 The next big thing is already here 마케팅 켐페인이 시작된 2011년부터 급상승하여 호시절인 2013년 Q3에는 32.5%까지 가게 된다(당시 애플 셰어는 12.9%). 그러나 새로운 위협은 애플도 아니고 모두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중국 회사를 비롯한 정체불명의 Others에서 오기 시작 한다.
여기까지 하고 나니 삼성의 갤러시 캠페인을 이끌었던 사람이 궁금해졌다. 삼성의 The next big thing is here을 지난 5년간 이끌었던 사람은 삼성 미국의 CMO인 Todd Pendleton이라는 사람이다. 이런 분들은 구글에 이름만 검색하면 링크드인에서 바로 이력서를 볼 수 있다.
오우, 왜 삼성에서 이 사람을 모셔갔는지 알겠다. 헤드헌팅을 하던 시절에 가장 잘 일했던 클라이언트가 삼성이다. 삼성은 그 어떤 회사보다 좋아하는 인재 타입이 확실한데, 이 사람은 100% 삼성이 모셔갔을 인재이다. 삼성은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을 중시한다. 외국 사람이라고 다 회사를 자주 옮기는 건 아닌데, 아래 사람처럼 한 회사에서 한 우물만을 판 사람들을 좋아한다. 삼성 인사팀에 의하면 이런 사람들이 직무 이해뿐만 아니라 조직에 대한 이해도 높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이 분은 올해 3월을 기점으로 삼성 전자를 떠나 중국 회사인 LeEco라는 회사로 조인한다. 그리고 새로 삼성 미국의 CMO가 된 Marc Mathieu는 삼성의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여 애플처럼 삼성을 Lifestyle로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삼성 광고에 삼성 기어를 착용하고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이 자꾸 나오는 것.
삼성은 과연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요새 스마트폰을 바꾸려고 고민을 하면서 족히 30명한테는 핸드폰 추천을 요청했는데, 애플을 쓰는 사람들은 "넌 애플을 사야해! 애플 짱좋아!"라고 강력 추천을 했고, 내가 "왜 애플을 사야하는데?"라고 물으면 "Why not apple?! 애플은 왜 안되는데??"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두둔했다. 어떤 사람들은 애플은 제조업이 아니고 예술을 하는 회사라고도 했으며,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이 되어버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삼성 갤럭시를 추천하는 사람들은 다분히 이성적인 태도를 보였다. "개인의 취향이지 뭐. 근데 기능적으로 삼성이 제일 좋은 것 같아서 나는 엣지를 샀어. 핸드폰은 핸드폰이지."
삼성은 기능을 내세우며 애플을 추격했기에 더 좋은 기술을 가진 경쟁자가 나오면 자리를 내어줄 수 밖에 없다. 기술을 한뼘이라도 더 진보시키기 위해 삼성의 직원들은 오늘도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반면 미국의 10대들은 80%에 가깝게 애플을 지지하고 있다는 기사가 오늘 나왔다. 훌륭한 브랜딩, 마케팅 전략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갖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사랑, 그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건 회사 그 자체에서 나온다고 밖에 설명을 못하겠다. 노트7 이후 삼성의 회사 문화가 어떻게 변모할 수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