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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Apr 26. 2019

상하이 첫째날

매일 한 일을 까먹지 않기 위해 쓰는 일기

딜레이가 되어서 비행기가 예정대로인 새벽 세시반에 상해 공항에 내리지 않고 새벽 여섯시에 도착을 했다. 준야오 에어의 비즈니스석의 하드웨어는 나무랄것이 없었지만, 서비스는 역시 수준이 훌륭하지 않았는데, 나한테 자꾸 중국어로 말하고, 비행기 도착 20분전에 밥줄까?해서 응!이라고 하니까 근데, 빨리먹어 우리 곧 도착한다라고 한것도 웃겼다. 그러면 그냥 주지를 말지...


암튼 공항에 6시에 도착해서 재원오빠에게 문자하니까, 오빠가 고맙게도 디디를 불러주었다. 커다란 6인용 차를 불러줘서 난 출장온것마냥 정말 편안하게 호텔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호텔은 Modena by fraser 라는 곳으로 레지던스 형식의 호텔이었는데 나는 너무나 대만족. 복층 구조로 1층에는 식당, 1.5층에는 거실과 발코니, 2층에는 침대와 화장실이 있었다. 여기가 1박에 싱달러 70불정도니까 한달이여봐야 2100 싱달러 (아마 한달로 빌리면 훨씬 싸지겠지?) 거의 싱가폴에서 방하나 빌리는 수준으로 이렇게 높은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며 살 수 있다니! 중국 알러뷰다. 


감기 기운이 심해질까 걱정되어 감기약을 먹고 9시부터 12시까지 잠을 잤다. 뭐 별다른 약속이나 계획이 없는 것도 한 몫했다. 그리고 일어나서 짐에가서 달리기하며 땀을 쭉빼고 근육운동도 적당히 하니 몸도 마음도 상쾌해져서 3시쯤에 저녁약속이 있는 쪽으로 갔다. (xuhui area) 



오늘 만날 사람은 Henry인데, 원래 8시쯤 바에서 한잔하기로 했으나, 걔 스케쥴이 바뀌어서 저녁도 같이 하자고 했고, 그 사이에 재원오빠랑 저녁약속을 잡아놓은 나는 그럼 그냥 셋이서 저녁을 같이 먹자가 된 것이다. 



Henry에 대해서 소개를 하자면, 그는 중국의 많은 인구 중 난다 긴다 하는 애들 사이에서도 난다 긴다해서 좋은 대학교에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스탠포드 대학교에 교환학생인지 마스터인지를 갔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 캐좌절을 맛봤다고 한다. Academically 그들은 너무 천재적이었고, 자기가 도저히 엔지니어링으로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단다. 자기가 도저히 엔지니어링과 연구로 그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진로를 바꿔 한창 붐이던 스타트업씬에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50개 넘는 VC에 자기를 인턴으로 뽑아 달라, 공짜로 일하겠다라고 콜드메일을 보내고, 몇군데에 연락을 받는다. 그리고 마켓 익스펜션을 생각하고 있던 두군데에서 인턴오퍼를 받는데 그 중 비즈니스 모델이 좀 더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고, 훗날 이 회사는 닥터드레인가 빗트인가 팔렸다고 한다. 근데 그가 놓쳤던 다른 회사는 우버였고, 자기가 트레버스랑 대화했던 첫번째 중국인 직원이었을거라는 것은 씁쓸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때 우버의 모델은 중국에서는 듣보의 모델이라 이 회사가 뭘 하려는지 잘 이해가 안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스타트업을 맛보고 중국으로 돌아온 헨리는, 중국 피앤지에서 인턴도 한다. 그것도 팸퍼스를. 피앤지는 정말 훌륭한 조직이지만 이게 현 시점에 그렇게 어필링 하지 않을 수 있단 것을 말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왜 이미 큰 마켓셰어를 가진 큰 소비재가 어려운지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마지막 헐리우드 스타인것과 같아. 왜냐면 그 시점을 이후로 사람들은 다 자기 취향껏 스타를 소비하기 시작했으니까. 사람들은 더이상 최고의 제품, 가장 안전한 제품을 찾지 않아. 사람들은 그냥 자기 멋대로 자기가 생각했을 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소비하지. 그래서 피앤지 모델은 더이상 워킹하기 어려워."


난 지금껏 피앤지를 다방면으로 깠지만, 레오나르도는 개중 쌈빡한 예시였다. 난 마음 깊숙이 그의 의견에 너무 공감하지만,여기서 살짝 중립적인 의견을 말하면 피앤지의 주식은 내가 3년전 입사했을 때 87달러를 헤메던 것에서 최근 106달러까지 치솟았는데, 힘든시기를 거쳐 그만큼 비즈니스가 잘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미친 소비자 취향의 다양화가 일어나고 있는 마켓은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한국, 중국정도이다. 이게 각 나라마다 소비자들의 행동양식이 너무 달라서 변화의 소용돌이가 미친듯 빠른건 그냥 정말 중국적이고 한국적인 소비자들이고, 많은 다른 나라의 소비자들은 그다지 변화에 빨리 적응을 하지 못한다. 일단 이커머스도 큰다큰다하면서, 2배를 성장해봐야 그래도 전체 매출에서 아직 미미한 퍼센트만을 차지하고 있고, 새로운게 나오면 사보는 중국과 한국 소비자들과 달리, 많은 다른나라의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로열티 및 변화에 대한 저항도가 높다. 아마 유럽같은 안정적인 시장에서는 더더욱 변화에 보수적일거라서 중국과 한국처럼 대단한 취향과 변화에 적응도가 높은 소비자들이 좋아한 것이 다른 나라에서 먹힐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암튼 그 후, 그는 베인 컨설팅에서 어쏘로 한 1년 반정도 일하다가 take intelligent risk를 한다. 바로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것. 상해는 이 중국의 격한 스타트업 열풍 속에서도 큰 회사, 안정적인 회사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를 물어보니까, 그 당시 중국에는 스타트업에 눈먼 돈이 너무 많아서 다운 사이드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회사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고, 돈은 몰려드니 그걸 안잡으면 그게 바보지. 그는 2014년에 중국에 건강한 몸, 피트니스 열풍이 부는걸 보며 우후죽순 생기는 피트니스 클럽들 사이에, 몸 만드는건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해야하는데 식이요법에 대한 별다른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가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닭가슴살, 프로틴 바 같은걸 배송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현명하게도 그 도시락을 피트니스 코치들에게 공짜로 제공하고, 그들이 자기의 고객들에게 식단을 추천해 줄 때 이 회사를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했기에 아주 프로핏이 좋은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었다. 회사를 만든지 1년 8개월 후, 직원이 40명쯤 되었을 때, 마침 경쟁사들이 이 마켓의 가능성을 눈치채코 많이들 새길 무렵, 상장회사에서 회사를 팔라는 연락이 와서 후한 값을 쳐줘서 성공적 엑싯을 하게 된다. 


그 후 회사의 매각을 도왔던 벤처 캐피털 중개로 ele.me (얼러마)라는 중국판 배달의 민족에 Group VP로 얼리 스테이지에 조인하게 되고, 창업자들과 3년간 회사를 빠르게 키웠다. 얼러마는 음식배달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배달하겠다는 미션아래 배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배달한다고 하는데, 그는 언젠가 자기가 콘돔을 배달 시킨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재원오빠가 "그거 그래도 삼십분은 걸리는데..?"라고 했고 일동 숙연해지며 혁신에는 끝이 없음에 동의했다. 그리고 얼러마는 알리바바에 10빌리언 달러에 매각되고 네명의 코파운더는 인생 엑싯을 이룬다. 


그 후 헨리는 짐보리(gymboree)라는 영유아 교육회사에 COO로 조인해서 다른 문제를 풀고 있다. 그리고 그는 겁나게 외롭다고 한다. 65세의 CEO와, 50세 후반의 CFO와 일하는 헨리는, 니미럴. 28세의 COO다. 그는 회사에서 누구도 자기를 편하게 대하지 않고 거리를 둬서 C레벨은 너무나 외로운 자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말을 해줬다.


"You wanna go big, you are lonely. Nobody will understand you because you think differently. Every person choose his/her own career and you need to learn to play by yourself. Junior people need to be inspired but if you can inspire people, then you can go high."


또한 이 모든 것을 시작하기 위한 첫번째 스텝으로 이런 말을 했다.


"The first step is to realize you are unique and valuable. Don't go crazy and destroy your life because you have bad youth or whatever excuses. Control your emotion and don't let your emotion to control you. You will do that if you feel you are valuable"


그리고 도시락과 배달, 영유아 교육사업등 그가 했던 일의 인더스트리에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지만, 결국 비즈니스를 하는 핵심은 하나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것이 무엇인고 하니 그가 이렇게 말했다.


"Create value for customers. you feel you can create better value, then you go for it."


그는 나이에 너무나 걸맞지 않은 노자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매번 나를 숙연하게 했다. 그는 대부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며 대개는 늘 즐겁고 행복한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고 한다. 그리고 노자님은 9 to 6를 칼같이 지키며 일하고, 일하는 도중에 절대 딴짓을 안하기 때문에 항상 높은 효율을 유지하시며, 알콜을 즐기지 않으신다. 그렇게 노자님은 취침시간 11시가 가까워지셔서 10시에 집으로 돌아가셨다. 


아직 완전히 깨우치지 못한 중생 재원오빠와 나는 상해의 야경을 보러 와이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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