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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Nov 06. 2015

사장님, 저에게 5분만 시간을 주세요

[신입공채지원] 인사팀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면..

가장 바라는 것은 외국에서 사는 것이었지만, 막학기의 대학생으로 공채를 지원하지 않을 배짱은 없었다. 주재원의 기회가 있지 않을까, 일단 일을 시작하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모든 대학생들이 그렇듯이 기업들의 공채 시즌에 맞춰 닥치는대로 지원을 했다. 그리고 해외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는 외국계 회사의 Management Trainee 프로그램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프로그램들은 놓치지 않고 모두 지원을 했다. 


정말 신나게 떨어졌다. 

서류부터 다 떨어졌다. 


여기까지는 흔한 얘기다. 그렇지만 위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에서 나는 나의 캐릭터가 그리고 나의 강점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서류에서 신나게 떨어지면서 생각했다. 


 '인사팀이 내 서류만을 봤기 때문에 나를 떨어뜨린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날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그렇지만 산전수전을 겪은 회사의 리더십이라면 날 알아볼것이다.'  


면접만 가도 나를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텐데, 그것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의 경력개발센터에서 문자가 왔다. 원래 그 시즌에 각 회사에서 캠퍼스 리크루팅을 오기 때문에 하루에도 두 세개씩 참석하라는 문자가 오곤한다. 그런데 그 문자는 특별했다. 



10대 대기업 xxx 캠퍼스 리크루팅, x월 x일 x시 xx관. *사장단 참석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사장단 참석' 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게 많은 친구들이 캠퍼스 리크루팅을 참석하지 못하면 "뿅뿅아, 필기했니? 뭐 중요한 내용이 있었어?" 라고 서로 정보를 주고 받곤 했다. 사실 잘 생각해보면 몇천명이 아는 정보가 정보로 어떤 가치가 있을까? 목적을 확실히 해야한다. 나는 저 캠퍼스 리크루팅에 '정보를 얻기위해' 간것이 아니라 'Job을 얻기위해' 갔다. 즉, 사장님을 만나서 나라는 인재가 있다는 것을, 나를 뽑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 갔다. 사장님이 오시는 것이 나에게는 기회였고, 난 그 기회를 잡아야 했다. 


이력서를 프린트해서 문 앞에서 기다렸다. 역시 사장님께서는 수행원들 사이에 둘러 쌓여서 강당을 들어가셨다. 한눈에 저 분이 사장님이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사장님 바로 뒤로 따라들어가서 사장님이 앉으신 좌석 바로 뒤에 앉았다. 그리고 그 당시에 종이가 없어서 노란색 포스트잇에 메시지를 썼다. 




XXX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경영학과 XX학번 XXX라고 합니다. 저는 오늘 사장님을 뵙기 위해 이자리에 왔습니다. 저에게 5분만 주신다면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사장님은 뒤를 돌아보셨고, 고개를 끄덕이셨다. 


나는 사장님께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그 당시 내가 커리어에 관해 들었던 조언 중 나에게 굉장히 도움이 되었던 조언을 생각했다.


"미시적인 것은 예측이 어렵지만, 거시적인 것은 예측이 가능하다. 즉, 니가 2년 후에 뭐하고 있을지 예측하기 아주 어렵지만, 2년후에 사회가 어떻게 돌아갈지를 예측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니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면, 사회가 필요로 할만한 비즈니스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라."  


"박사님, 그러면 한국의 10년 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비즈니스는 어떤 것인가요?!"

"신재생에너지다."


2011년 서울에서 유래없는 blackout이 있었을 정도로 에너지가 화두였던 시점이었다. 그리고 이 회사는 에너지 회사였다.


사장님께서는 회사가 찾고 있는 인재에 대한 짧은 연설을 하셨고, 자리로 돌아오셔서 강당 밖에서 얘기를 하자고 하셨다. 나는 내가 왜 에너지 회사를 가고 싶은지, 그리고 사장님의 연설에 기반해 나의 어떠한 경험들이 회사가 찾고 있는 인재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 사장님은 고개를 끄덕이시고 몇가지 질문을 하신 후, "그럼 지원해봐."라고 하시고 떠나셨다. 


난 본능적으로 저렇게 했지만, 내가 했던 행동은 결국 네가지 중요한 교훈과 내가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1. 결국 문제를 풀게 하는 것은 절차가 아니라 사람이다.  

2. Be different and stand out

3. 항상 Decision Maker를 찾아서 직접 협상하라 -> 이건 세일즈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이다.

4.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안된다. (하라는 대로 열심히 자소서를 쓰고 기다리고 있기, 열심히 정보를 모으기, 인터뷰 준비하기 등. 절차의 적합성을 떠나 목적을 direct하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한정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내리는 판단을 수긍하며 의기소침해지지 말자는 것이다. 서류에서 줄줄이 떨어졌던 그 시기는 정말 마음아픈 시기였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사람들의 판단에 동의하는 대신 내 자신을 믿고 나중을 위한 멋진 한 방을 준비할 수 있다. 누구도 우리 자신만큼 우리를 잘 알지는 못하기에.  


두달 후, 난 그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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