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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Dec 18. 2015

어떻게 살아갈지 선택하기

(5) 기타에 속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

2013년에 공채시즌이 끝나고 취업이 안되어서 속상해할 후배들에게 글을 쓴 적이 있어요. 그때 썼던 내용을 조금 수정해서 여기에 쓰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후배벗들(대부분 후배벗이라고 믿고 + 동기, 선배님벗들)


저는 예전에 싱가폴 취업 후기를 쓰고, 종종 업데이트를 하겠다고 약속했던 졸업생이에요.

높지 않은 토익(5번 응시하여 간신히 905) - 즉 영어를 잘 못했단 거에요..
특별할 것 없는 경영, 그것도 마케팅 전공
정말 벗들이 갖고 있는 스펙보다 훨씬 낮은 스펙으로 외국에서 살고 싶다는일념 하나로
STX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아주 짧게 다녔었어요)
무작정 싱가폴에 와서 취업을 하고 난지 어느새 2년이 지났네요. (지금은 4년째죠..)

여담이지만 제가 STX 다닐때만 해도 회사가 괜찮았어서, 사람들이 그 좋은데, 거길 그만두고 나간다고 미쳤다고 했는데 지금은 저에게 신의 한수였다고 해요. ㅡㅡ.. 정말 인생은 모르는 것같아요.

취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취준을 하고 나서도 내가 살고 싶은 삶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했고, 아직도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렇지만 동시에 '난 내일 죽어도 내 삶은 꽤 괜찮은 삶이었기에 후회없어.' 라고 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20대라고 생각하기에, 제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무엇보다, 이번에 취업이 안되었기에 인생에 가장 중요한 고민과 선택을 할 수 있는시간이 주어진 벗들이 그 소중한 시간을 우울함 속에 낭비하지 않기를 바라기에 좀 긴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저도 싱가폴에 오자마자 바로 취업이 된 것이 아니고, 아무것도 없이 5개월을 잡서칭만 했거든요. 그런데 그 시간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고민의 시간이었어요. 무엇보다 사람들이 말하는 '신의 직장', '50대 좋은 기업'에 얽매이지 않고 '난 뭘하면 좋지? 난 뭘하고 싶지? 뭘 잘하지?'에 더 충실하게고민할 수 있었거든요. 주변에서 나에게 어줍잖은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다같이 공채를 향해 달려가는 취업준비가 아닌 나 혼자 하는 취업준비였으니까요.. 벗들도 느끼겠지만, 취업준비를 할 때 나를 제일 힘들게 하는건 주변 친구들, 가족,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조언과 오지랖이잖아요. 벗들에게는 다음 공채까지 어쩌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중요한 고민할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거에요, 지금.


그런데 이 고민이 워낙 개인적이고, 상대적인 거라 제가 공통적인 '해법'을 제안할 수는 없어요.
이건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열심히'만 하면 찾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열심히 하면 할수록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지게 되는 아이러니하고 복잡한 문제죠. 학원에 가서 자격증을 따는것보다, 정말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갖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옳은 선택임을 말하고 싶어요. 


오늘 쓰고 싶었던 내용은 '선택'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 자기 삶에 대한 '비전'이 클리어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심지어 많은 기업들도 그렇죠. 많은 기업들이 자기가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딘지 잘 몰라요.  

'2020년 매출 30조달성!'

저건 비전, 목적이 아니죠. 저건 사장님이 직업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고, 부사장님이 재계약을 하기 위한 조건이고, 그러니까 사원들이 개미같이 일해줘야 한다는 명령이죠.  

우리 스스로가 우리 삶에서 어디로 갈지 모를 때, 사회는 우리가 그래도 사회의 부품으로 무언가를 하도록 디자인을 해놨어요. 하고자 하는걸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결국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 권리를 포기하게 되요. 우리의 소중한 인생이 다른 어떤 욕심 많고 배려심없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그 사람들의 손에 맡기는 거에요. 완전 틀린 선택이어도 괜찮아요. 깊은 고민끝에 나온 내 스스로의 결정이라면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비전과 목적이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기 때문이에요. 많은 경우 외국의 스타트업들이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건 외국애들이 더 훌륭해서 그런게 아니고, 걔네가 우리보다 빨리 산업화를 했기에, 자본주의를 극한까지 밀어 붙이다가 '아 시발. 이건 아냐'라고 생각하고 삶에서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걸 우리보다 먼저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얼마전 네이버 뉴스에 기사가 뜨더라고요, 우리나라 사람들 노후 준비가 하나도 안되어 있다고. 노후 대비를 20대, 30대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태어나자마자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준비했고, 좋은 대학에서는 취업 준비를 하고, 취업을 하니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는 소리를 예전부터 농담처럼 했는데 신문 기사에서 진지하게 말하더라고요. 살기위한 삶을 사는 것처럼요.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 얘기를 좀 해볼게요.




친구 A.

미국에서 회사를 창업해서 성공적으로 회사를 판 오스트리아 친구에요. Biofuel을 만드는 법을 개발했다고 하더라구요. 이 친구는 인구과잉(over population)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기술의 진보 때문에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 과잉이 되었고 음식, 물, 에너지, 자원,환경에 대한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종말을 볼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관람객이 아니라 참여자다."  

얘는 그렇기 때문에 재생 에너지에 관심이 많고 그걸 위해 자기가 무엇을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는 중인거에요.

친구 B.
다른 한명은 구글에 다니는 친구에요. 30세.
구글에서 마케팅을 하는데, 수익이 나는 부분이 아니에요. 예전에는 구글의 광고를 파는 직무를 했었고 자기가 지금 하는 마케팅은 '세계의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도록 하는' 마케팅이래요. 구글에서 고용해서 구글에서 월급주고 하는 일인데, 크롬/안드로이드를 사용하게 하는것도 아니고 그냥 인터넷 접속을 더 많이 하도록 마케팅을 하는거에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실리콘벨리의 리더들은 인터넷이 인류의 많은 문제들을 풀 것이라는 강한 신념이 있대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회사가 사명을 가지고 이 일을 하는거에요. 두번 다시 수익을 내는 것에 집중하는 직무, 회사로는 돌아가지 않을거라고 하더라구요.


친구 C.

또 다른애는 지금 24세인데, 대학교를 중퇴하고 드론의 부품을 만드는 회사를 창업했는데, 막 이런 얘기를 해요. 


"사람의 세포는 별 문제 없이 가장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120세까지 살도록 디자인 되어 있대. 그런데 암, 스트레스, 비정상적이게 빠른 노화등으로 사람들은 빨리 죽는거라고. 사람의 몸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처럼 생각하면 어떨까? 우리는 병으로 인해 사람이 죽게 되는 마지막 세대를 살고 있는지도 몰라." 




쟤들은 다 각각 믿는 바는 서로 달라요. 그런데 셋의 공통점은 문제 의식들이 얘네들의 마음속 깊은데서부터 나온것이고 그것을 위해 자기들의 재능, 노력, 시간을 쓴다는 점입니다.  


어떤 사람은 20대 부터 노후를 준비할거고, 어떤 이들은 인류의 미래를 걱정합니다. 같은 동시대에 태어나서요. 


우리는 어떤 삶을 살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어떤 문제를 고민할 것인지, 그로 인해 어떤 삶을 살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어요. 내가 정말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주체적으로 한 선택일수록 먼 훗날 후회를 안할 확률이 높구요.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사는 삶을 보고 모방하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지요. 우리는 일단 내 스펙으로 갈 수 있는 모든회사, 내 점수로 갈 수 있는 모든 학교에 지원을 하고, 학교나 회사가 나를 선택하도록 해요. 굳이 그 회사, 그 학교일 이유는 없죠. 그리고 그 중 나를 선택해준 곳에 가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그 조직이 요구하는대로 공부하고 일해주는 거죠. 이 연쇄적 사이클에 나 자신의 신념, 비전, 무엇보다 내가 한 '선택'에 대한 합당한 이유가 없다면 아마 우리는 모두 '나는 뭐하고 살고 있는거지?' 에 대한 고민을 끝내지 못할거에요. 그러니, 나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내 신념을 찾고, 그것을 선택을 할 준비를 하세요. 여러분이 20대든, 30대든, 40대든, 50대든 상관없이요. Calling이 언제 올지 모르니까요. 

저도 제가 뭐할지 모르겠지만, 처음 한국에서 취업준비를 할 때보다는 마음이 덜 초조해요. 어떻게든 나는 살아갈것이다는 확신이 있고, 특히 삶이 나를 알아가는 여행이란 걸 알게 된 이후에는 성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걸 경험하고 느끼기 위해서 사는 방향으로 산다면 의미있는 생애를 살다 갈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요.

제가 종종 글을 쓰겠다고 한건, 제가 만났던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통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공유하면 벗들이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될것 같아서에요. 

(1)- 공무원 (2)- 전문직 (3) - 대기업 (4) - 중소기업 (5)- 기타

항목이 있다면, 저는 (5) - 기타에 속하는 사람들을 여기에서 많이 만났거든요.
(5)기타에 속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즐거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나누면서 더 많은 벗들이 용기있게 (5)기타를 선택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에게도 아직 오지 않은 calling이 왔으면 좋겠구요.

 



번외지만 신념이란게 굳이 인류적일 필요는 없어요. 제가 제일 닮고 싶은 신념가는 제 남자친구입니다.


남자친구 Philip.


저는 저렇게 신념이 강하고 자기 사업을 하는 애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선택한 사람은 "나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이야."라고 말하는 남자친구 Philip이에요. 워크라이프 밸런스에 대해서 대화를 하면 "우리가 지금까지 말했던 것들 중에서 제일 덜 중요한게 일(work)이야."라고 말하는 애입니다. 저는 얘가 저렇게 말하면 멋있어보여서 그렇게 말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합니다. 저에게는 얘가 제일 연구대상이었어요. 현재에 만족하고, 행복하거든요. 그 예로, 자기가 사랑하는 제가 행복한게 자기한테 중요하대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나이트클럽을 가서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고오면, 자기도 좋답니다 ㅋㅋㅋ 제가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얘가 둘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1) 얘는 부처다 

2) 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당연히 2)이라고 생각해서 많이 싸웠는데, 지금은 1)얘는 부처다 인것같아요.


저는 얘랑 시골에서 농사 짓고 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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