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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Dec 22. 2015

자기 소개를 부탁해요

남자친구가 자기 친구 브라이언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His name is Brian and he is a great footballer!"


좋은 축구선수냐 아니냐는 남자친구에게 굉장히 중요한 퀄리티에요. 저는 그럴때마다 얘를 놀리면서 "It doesn't give much information to me"라고 해요. 그러면 남자친구는 축구를 잘하는건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거라고 반박해요. 걔가 팀플레이어고, 운동을 잘하니까 건강한 애고 등등. 


반면 저는 제 사람들을 "Her name is Yerin and she works at XX company."라고 소개를 하죠. 그런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직업, 직책에 집중해서 소개하는 내 소개법은 어쩌면 너무 얄팍하지 않은가..



우리에게 우리가 일하는 회사, 직책을 빼고 나면 뭐가 남을까요? 

직업을 얻기위한 인터뷰가 아니라면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어떻게 대답하세요?



제가 링크드인을 조인했을 때, 더블린으로 2주동안 트레이닝을 갔었어요. 그때 유럽 각국에서 온 신입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습니다. 첫째날에 자기를 소개하는 명패를 만드는 데, 꼭 그림을 그려서 표현하라고 하더라구요.  




제 소개는 이러합니다.


하트와 느낌표. 저는 저에게 '!'(깨달음, 영감inspiration)를 느끼게 하는 모든 것을 사랑해요.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알고 있던 것이지만 그걸보는 새로운 시각이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등의 상황들이 저에게는 '아, 이런걸 경험하려고 나는 살고 있는거야!'라는 삶의 의미를 줍니다. 저에게 삶의 의미는 삶을 다양한 느낌표의 순간들로 채우는 것일수도 있어요. 느낌표의 순간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저에요.   


미친애와 물음표. 저는 또라이(weirdo)들을 좋아해요.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저의 관심을 끌어요. 제가 어느날 깨달은건데, 제가 좋아했던 남자애들 중 많은 애들이 학창시절에 전교 꼴찌를 한적이 있는애들이더라구요. 단순 공부를 못하는게 아니라, 전교 꼴찌 수준이면 그건 절대 공부를 안하겠다는 굳은 신념이 있지 않고서는 어려운거거든요. 이왕 사회에서 시키는거를 안하려면 그정도 수준으로 안해야한다고 봐요. 제가 그런 미친 뚝씸이 없기 때문에, 남들의 시선에 'I don't give a shit'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 독특한 사람들을 저는 좋아해요.


Fine Dining. 그렇게 안보이지만, 핑크색 접시안에 음식들이 있는거에요...

아래 사진1번 음식의 이름은 '연못'이에요. 싱가폴같이 더운 나라에서는 눈을 볼 기회가 드물다고, 입에서 사르르 녹는 눈쌓인 연못을 표현한 음식이에요. 

사진 2번은 좀 더 개구장이 같은 작품인데, 숯빵이에요. 진짜 숯들로 데코레이션을 해놓고 거기에 숯모양 빵을 숨겨놓은것이지요.

저는 이렇게 셰프의 장인정신이 담겨있는 Dining experience를 좋아해요. 제가 음식이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는, 저는 사실 맛에 대해서는 그닥 민감하지는 않아요. (솔직히 설렁탕에 깍두기가 맛은 최고라고 생각해요.) 다만 셰프의 철학을 반영한 음식을 미각만이 아닌 시각, 후각등의 다양한 감각을 통해서 즐기고, 레스토랑을 들어서면서 나갈때까지의 고객과의 모든 접촉점들이 잘 통제되고 어우러진 그 경험 자체를 저는 좋아해요.        



성과 오두막. 집이 으리으리하던, 작고 포근하던에 상관없이 나름의 컨셉과 개성을 가지고 있는 장소들을 보고 즐기는 것을 좋아해요. 


다양한 사람들. 다양성은 저에게는 산소같은거에요. 저에게 삶의 의미를 주는 느낌표의 순간들은 다양성 없이는 발생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 있고 싶어요.      


수퍼맨. 다수의 사람들이 동질성을 강요하고 다양성을 파괴하려고 소수의 다른 사람들을 위한 횡포를 부릴때 저는 항상 소수와 약자의 편에 서는 힘쎈 사람이고 싶어요. 다양성은 사회에서 지켜주지 않으면 꼬꾸라지기가 너무 쉬워요. 제가 싱가폴에 왔을 때, 가장 감동했던 부분이 이거였어요. 인종도 종교도 언어도, 그게 무엇이든간에 공평하게 품어줄 수 있는 사회. 어떤 사람들은 크리슈나를 믿고, 어떤 사람들은 예수를, 어떤 사람들은 조상님을 믿고 그 모든 믿음은 동등하게 중요하죠. 제 매니저는 게이에요. 회사 사람들이 그 사실을 다 알죠. 그리고 회의 시간에 휴가 계획에 대해서 말하면서 그런 얘기를 사장님 앞에서 해도 전혀 문제 없어요.   


지구. 이런건 전 지구적 레벨로 봐야죠. 지구가 커서, 제가 발견해야할 세상이 넓어서 다행이에요.  




내가 무엇을 성취했는가보다 더 나를 나답게 만들 수 있는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아닐까요? 제 브런치 구독자 여러분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믿음들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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