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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벼리 Feb 24. 2023

결혼 후, 다시 회사원이 되어보니

직장인의 프리랜서 도전기 31.

다시 회사원이 되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한 달 넘게 쉬어본 역사적인 기록이다. 그동안 '퇴사->이사->결혼->신혼여행'이라는 굵직한 이벤트로 인해 취업할 타이밍을 놓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나를 재정비할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다시 취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놀랍게도 새로운 시선으로 회사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토록 끔찍해하던 회사원의 일상이었는데 무엇이 나를 이렇게 변하게 만든 걸까?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를 오면서 자차로 출퇴근하는 것이 전쟁일 거라 생각했었는데, 드라이브라고 생각하니 즐거워졌다. 이제 내게 출퇴근이란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며, 오롯이 나만의 공간에서 감성을 만끽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회사 내에서의 인간관계 또한, 나도 모르게 예전과의 시선과는 180도 달라져 있었다. 겉으론 온화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고슴도치 한 마리를 품고 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의 나는 회사 안에서 구성원들을 내편 아니면 경쟁자의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편도 경쟁자도 아닌, 웬만한 사람들은 귀여운 존재로 인식하게 되었다. 어떤 느낌인지 감이 쉽게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운짓을 하는 사람도 귀엽게 바라보는 연습을 하다 보면, 내 마음속에서 미움이라는 감정이 싹트는 걸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은 스스로를 괴롭히기에. 최대한 미움의 감정을 키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만으로도 신경 쓸 것이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그런데 미운 사람을 마음에 품고, 일하는 내내 신경을 쓴다는 건 너무나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 잘하는 꿀팁 중 가장 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인사만 잘해도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간다는 것. 인사는 만국 공통으로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왜냐하면 '나는 너를 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라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건물 청소를 담당하는 청소부 아주머니, 건물의 특정 구역을 관리하는 분들과도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한다. 눈을 마주치며 나누는 인사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


굳이 회사 사람들과 모두 잘 지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적으로 만들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저 적당한 선을 유지하며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만 지내는 것이 현명하다.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지게 되면 본의 아니게 상처 주는 말을 주고받게 되고, 업무적으로 나누는 대화에도 감정이 섞일 수 있다. 그리고 감정이 섞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미워하는 감정이 싹틀 수도 있기에, 늘 선을 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관계는, 그저 마음 맞는 사람 한두 명 정도만 있어도 충분하다. 솔직히 두 명까지도 필요 없다. 그저 회사 안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이 담긴 대화를, 공감하며 나눌 수 있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회사 생활을 유지하는데 큰 힘이 된다.




한때 나는, 주말만을 위해 사는 사람이었다. 평일은 그저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하는 날들에 불과했을 뿐, 주말만이 온전한 내 시간인 것처럼 여겼다. 하지만 이제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는 것을 그때도 몰랐던 건 아니지만, 생각 따로 마음 따로였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과 마음이 하나가 됨을 느낀다.


물론 아직은 적응기라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녹초가 되어버리기 일쑤이다. 그나마 없는 힘을 쥐어짜서라도 꾸준히 하는 거라곤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이 최선이지만, 곧 적응이 되면 퇴근 후에도 나의 본래 캐릭터에 충실한 삶을 살아낼 것이다. 예를 들면, 유튜브 영상 편집이라던지 브런치 글쓰기와 같은 창작 활동 말이다.


창작이라는 걸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몸과 정신이 피곤할 때에는 긍정적인 결과물이 나오기 힘들다. 물론 개인차가 있을 수도 있지만, 나의 경우는 대부분 그렇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그런 결과물은 결국 체력과 시간만 갉아먹을 뿐이다. 뭐든 억지로 하는 건 어떻게 해서든 티가 나게 되어 있다.


만드는 과정이 즐거워야, 결과물을 보는 사람도 즐겁다. 이건 나의 창작에 대한 신념 같은 것인데, 그래서 심신이 너무 고달프면 그냥 다 놓고 푹 쉬어버린다. 푹 쉬고 나면 어느새 기운이 생겨서 나도 모르게 좋은 결과물을 만들 에너지가 생기는 걸 경험할 수 있다.


문제는 에너지가 충전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제멋대로라 짧을 때도, 길 때도 있다는 것. 하지만 인생에 정답이 없듯, 여기에도 정답은 없다. 그저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드는 나의 마음가짐과 긍정적인 생각이 중요할 뿐.




나는 항상 지금의 회사 생활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최종 목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기에. 마지막 회사 생활이라면 지금까지 버텨만 왔던 방식이 아니라 제대로 즐겨보기로 마음먹었다. 버틸 것인가 즐길 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온전히 나에게 달려있다.


생각의 힘은 강력하다. 왜냐하면 지금의 내 모습은 어렸을 때부터 늘 생각해 왔던 모습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완성형은 아니지만,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앞으로의 내 모습 또한 현실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사람을 변화시킨다. 비록 다시 회사원이 되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경험하지 못할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길 것이다. 꿈에 그리던 그때가 되면 지금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즐겁다. (비록 이 마음이 계속되길...)


앞으로 새로운 회사에서 경험할 에피소드들이 나의 글감이 되어줄 수도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다음엔 어떤 글을 쓰게 될지 기대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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