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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벼리 Sep 08. 2021

일 잘하는 사람의 특징

완급 조절이 필요해

번아웃을 몇 년간 버텨온 적이 있다. 신입 시절 뽀얗던 낯빛은 어두워지고, 행동에도 활기가 없어졌다. 상사가 시답잖은 농담을 던져도 영혼 없는 반응으로 일관한다. 제발 눈치가 있으면 그만 좀 하라는 무언의 신호처럼.


고유의 색깔을 가졌던 시절을 지나, 흡혈귀에게 피라도 빨린 것처럼 회색 인간이 되어 버렸다.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내가 점점 가루처럼 흩어져 사라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타노스의 손짓 한 번에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렸던 어벤저스의 한 장면이 연상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했을 때, 다시는 나를 갈아 넣으면서까지 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나는 나로 존재해야 한다. 애초부터 나와 일을 분리해야 했던 것이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번아웃이라는 건 매사에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 찾아오는 듯하다. 몇 년 동안 사내 평가에서 상위권을 유지했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마치 물에 뜬 백조가 물밑에선 쉬지 않고 다리를 젓듯이, 나 또한 그랬다. 인정 욕구는 인간 본성의 한 부분이라고 한다. 그때 당시에는 그 본능에 충실하며, 인정받고자 최선을 다했었다.


여기서 과거형으로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금의 나는, 인정 욕구를 많이 내려놓았다. 물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그때와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천성의 일부분이라 쉽게 고쳐지지 않을뿐더러, 나름대로 좋은 천성으로 여겨져서 남겨두기로 했다.


의식적으로 여유 있게 일하리라 다짐하고 업무에 임해도, 막상 일에 집중하다 보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부분 또한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람의 성격은 노력으로 고쳐지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은 부분이 바로 우리들이 '천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어느 정도 천성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순간부터 '여유'가 시작된다. 그 여유를 가지고 일을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 몇 가지를 정리해보겠다.



1. 어려운 일도 쉽게 만드는 융통성을 갖고 있다.

출근해서 항상 손에 익고 쉬운 일만 하다가 퇴근하면 좋겠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 쉽게 당황하거나 멘붕이 찾아온 상태로 "어떡해... 어떡하지?"만 반복하며 '일시 정지' 상태가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다소 놀라운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으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 내면에는 늘 여유가 있다. 사람이 당황하고 흥분하게 되면 사고 회로가 정지해 해결책을 제시하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늘 내면이 단단하고 중심이 곧게 선 사람에게는 급한 상황일수록 더욱 침착해지는 특성이 있다.


어려운 일을 어렵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이 어렵다. 하지만 어려운 일을 남들과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 되면 의외로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그저 'FM대로, 정석대로'의 프레임 안에 갇힌 사고방식이 아니라, 남들이 시키지 않은 방식의 답을 찾는데에 능통한 사람이 바로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2. 일을 쌓아두지 않는다.

그들은 일이 쌓이는 걸 못 본다. 해야 할 일이 눈앞에 있으면 우선순위에 따라 차근차근 해결한다. 그리고 '신속 정확함'을 추구한다. 제때 처리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것이 맞다. 일은 쌓이면 쌓일수록 산더미처럼 불어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에 보일 때 빨리 처리해버리는 것이 정신 건강이나 시간적인 측면에서도 아주 효율적이라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3. 웬만해선 적을 만들지 않는다.

아무리 일을 잘하는 능력자라도 혼자서 일을 하는 것에는 한계가 따른다. 점점 AI로 대체되는 시대가 온다고 해도, AI조차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결국 사람의 손을 타지 않는 일이란 없다.

예를 들어 내가 기가 막힌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누가 봐도 감탄할만한 결과물을 내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시샘하고 질투하는 적이 있다면? 아마도 주위에 험담을 늘어놓거나 탄탄대로에 장애물을 배치해놓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잘 될수록 베풀며, 겸손해야 한다. 


4. 완급 조절이 가능하다.

일 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업무 처리 속도가 빠르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속도가 빠르다 보니 상대적으로 업무량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혼자 일을 다하고 있는 듯한 기분에 휩싸일 때가 있다. '돈은 똑같이 받아가는데 왜 나만 일을 다 하는 것 같지?' 순간 억울한 마음에 울컥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 잘하는 사람은 업무를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않는다.


완급 조절을 하고, 업무 배분을 요청할 줄 안다. 모든 일을 혼자서 감당하려 하지 않는다. 나 또한 혼자서 감당하려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번아웃을 겪게 되었지만. 이 말 한마디면 모든 이유가 설명되지 않을까 싶다. 번. 아. 웃.


오랫동안 직장을 다니고 싶다면 완급 조절은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이다. 그게 잘 되지 않더라도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좋다.


주변 사람들의 인정이 아닌, 나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늘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사람들은 의외로 인간미 있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니 직장 생활에 지쳐간다 싶다면, 잠시 멈춰서 나를 되돌아보자. 혹시나 속도 조절 없이 앞만 보고 과속하고 있지는 않은지. 만약 계속해서 과속할 경우 내 속도가 체감이 되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새 고장 나버려도 본인 책임이다. 게다가 회사 탓을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회사는 원래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돈은 조금 주면서 몇 배로 부려 먹는 곳.


그러니 그걸 아는 똑똑하고 현명한 직장인이라면, 완급 조절을 하자. 완급 조절도 능력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다. 끊임없이 내공을 키우고,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100% 발휘하여 소진할 것이 아니라 80%만 사용하며 수시로 충전을 하는 것이 좋다. 마치 휴대폰 배터리 수명을 관리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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