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은 퇴사다.
예전 직장에서 팀장님이 하셨던 명언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퇴근하면 퇴사했다 생각하고 회사 생각하지 마~"
그 팀장님은 모든 사람들에게 친근했고, 늘 웃는 얼굴이었으며,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래서였을까? 사회생활을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 여유는 산전수전을 겪으며 내공이 쌓인 것이었다. 가진 자의 여유라고 할까?
나는 운 좋게도 좋은 팀원들을 만나 입사 초반부터 쉽게 친해졌고, 퇴근 후 치킨에 맥주를 즐겨 마시곤 했었다. 그때가 가장 즐거웠던 직장 생활로 기억에 남아있다. 무엇보다 가식 없이, 진정한 동료애라는 것을 느꼈던 때였으니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명언 같은 저 말을 어떤 상황에서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기도 했지만 저 말을 다른 이에게 했던 것인지, 나에게 했던 것인지조차 기억에서 희미해져 버렸다. 하지만 저 명언만은 기억에 또렷하게 남은 걸 보니 어지간히 인상 깊었나 보다. 그리고 어느새 10년 전 그 팀장님의 나이와 비슷해졌고, 이런 글을 쓰고 있다.
쉬는 날만을 바라보며 열심히 일했고, 드디어 맞이한 꿀같은 휴일이다. 즐겁기만 해도 모자랄 시간에 불청객 같은 생각들이 훼방을 놓는 꼴을 더 이상은 볼 수 없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회사 생각의 스위치를 끄는 방법을 하나씩 실천해 본다.
첫째, 퇴근과 동시에 퇴사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다. 하지만 생각이 마음대로 되려면 산에 들어가 도라도 닦아야 되는 것 아닌가? 싶을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생각도 부단한 연습과 반복이 필요하다.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것이다. 우선, 퇴근과 동시에 다른 것에 생각을 집중한다. 최대한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생각이면 좋다. 이 때문에 회사 생활에만 올인하는 사람들은 취미 생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운동도 좋고, 글을 쓰는 것도 좋다. 본인에게 잘 맞는 취미를 찾아서 그 행위에 오롯이 집중해보자. 그 순간만큼은 직장인이 아닌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생각하면서.
둘째,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은 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주말에도 온전히 쉬지 못하고 회사 생각이 난다면, '사람' 아니면 '일' 생각일 것이다. 사람에 해당된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지금 그 사람은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은 나라는 존재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즐거운 주말을 만끽하고 있다. 그런데 나 혼자 짝사랑하듯 그 사람을 생각하며 온전한 주말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억울하지 않은가? 몇 분이라도 빨리 생각의 풍선을 터뜨려 버리고, 나에게 집중하자.
셋째, 쉴 때는 제대로 쉰다.
회사는 나 한 명 없다고 망하지 않는다. 내게는 일이 전부일 수 있어도 회사 입장에서는 내가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업무 특성이나 회사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주말이면 쉬기 마련이다. 남들 쉴 때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들에 비해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남들 쉴 때는 푹 쉬어두자. 하루 이틀하고 끝낼 일이 아니라면 말이다. 흔히 알려진 일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있다. 바로 일할 땐 확실히 일하고 놀 땐 확실히 노는 것이다. 몰입을 잘한다는 것은 성공하기에 유리한 조건임은 틀림없다.
시간이 지나 지금보다 내공이 더 쌓인다면 네 번째, 다섯 번째 항목들이 추가될 수도 있지만, 일단 지금까지는 최선의 방법들이다. 잊지 말자. 상대방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인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이 가장 소중하고 애틋하다. 그러니 다른 사람은 그만 좀 보고, 애틋한 내 인생을 쓰담 쓰담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