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시간 15분 경유

by 하늘해


연초에 떠날 여행을 슬슬 계획하고 있다. 11월 안에는 비행기부터 끊어야 하는데, 일정만 대충 체크해 놓고 아직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원래는 연말에 가고 싶었다. 낯선 도시에서 새해를 맞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는데, 항공권 가격이 비싸서 엄두가 안 났다. 그래서 시기를 조금 늦춰 연초 항공권을 알아보다가 우연히 마음에 드는 티켓을 발견했다. 최종 목적지는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 비행기를 타고 갔던 나라다. 20년도 넘은 한참 전 이야기라 기억은 거의 없다. 한겨울에도 언제나 따뜻한 여름이라는 점이 선택의 이유다.


직항을 끊는다고 생각했으면 그냥저냥 무난한 여행이 될 텐데, 이번 티켓은 베이징에서 하루를 머무르는 일정이 붙어 있다. 그 하루가 긴장감도 있고 도전적인 느낌도 들 것 같다. 화요일 오전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면 12시 30분이면 베이징에 도착하고, 그날 하루를 베이징에서 보내고 다음날 아침에 싱가포르로 넘어가는 구성.


베이징을 경유하는 여행 후기를 찾아보니 대부분 천안문광장, 자금성, 왕푸징 거리 정도를 돌더라. 심지어 무료 경유 호텔도 제공된다고 하니, 한 번에 두 나라를 훑고 가는 기분이 새롭다. 내년엔 상하이도 가보고 싶어서, 이번에 중국을 잠시나마 먼저 경험하는 기분도 들고


싱가포르는 큰 걱정이 없는 여행지라 그런지 마음이 편하다. 도시가 워낙 깔끔하고 교통이 편리한 곳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그림이 그려진다. 앞부분에 베이징의 생경한 하루가 있고, 뒷부분에 싱가포르의 안정적인 여행이 이어지는 흐름이 맘에 든다.


아직 항공권을 끊지 않아서 이 여정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지만, 11월 안에는 정해야겠지. 마음 한편에서는 이미 두 도시를 갈 것처럼 설레고 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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