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어제보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서, 올가을 처음으로 코트를 꺼내 입고 출근길에 나섰다.
사람들이 계절을 물으면 나는 늘 여름이라고 말한다. 땀이 많고 더위를 참기 힘들어 여름을 싫어하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여름이야말로 계절의 절정 같다고 느낀다. 해가 길고, 낮이 길어진 기분이 좋다. 무엇보다 옷차림이 가벼워서 좋다.
결국 여름이 좋은 이유는, 겨울이 불편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위는 어떻게든 식힐 수 있지만 추위는 그렇지 않다. 옷을 껴입어도 춥고, 껴입다 보면 몸이 무겁고 답답해진다.
같은 여행지를 다녀와도 계절에 따라 남는 기억은 다르다. 도쿄가 그렇다. 부인과 함께한 여행도, 아이들과 떠난 여행도 모두 여름이었다. 대중교통을 타고, 하루 종일 걷고, 놀이기구를 기다리며 땀도 뻘뻘 흘렸지만 내 기억 속 도쿄의 여름은 언제나 화창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반대로 겨울의 도쿄는 무겁다.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을 오가던 기억, 출장 촬영으로 갔던 터라 가족 여행과는 비교가 어렵지만 떠올려지는 건 추위 속에서 몸을 웅크렸던 기억뿐이다. 오사카 출장도 마찬가지였다. 내내 기침을 달고 다녔다. 심지어 노르웨이의 오로라도 환상보다는 혹한의 기억으로 남았다.
이제 연말이 다가오며 다시 여행 계획을 세워보니, 현실적으로는 일본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일본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비행기에서 내려 얇은 옷으로 갈아입고 거리를 걷던 그 여름의 감각을 다시 느끼고 싶지만, 이번엔 겨울이다.
그래도 어쩌면 겨울 여행에 대한 새로운 기억이 생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