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기에 최고의 시기가 있을까, 직장인에게 말이다. 연차를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있어도 쉽게, 길게 쓰기 어려운 게 연차다.
막상 여행을 떠나도 마음이 완전히 놓이지는 않는다. 평일에 나만 자리를 비운 채 모두가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은근히 신경 쓰인다. 물론 사람마다, 업무와 회사마다 다를 것이다.
오늘 퇴근을 하고 집에 가서 한국에서 챙겨야 할 일들을 간단히 마무리한 뒤, 가족들과 여행을 시작한다. 지난주부터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콜록콜록 감기 기운이 남아 있는 가족들.
그럼에도 겨울에서 여름으로 잠시 이동하는 여행은 예정대로 이변 없이 시작된다.
이번 여행이 좋은 이유는 단순하다. 추운 겨울이 아니라 여름이라는 점. 나는 늘 여름만 있어도 괜찮을 정도로, 여름의 뜨거움과 긴 낮을 좋아한다.
가족들과 24시간 내내 붙어 있는 시간도 좋고, 새로운 도시를 경험하며 나름의 작은 미션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과정도 좋다.
여행을 위해 소요되는 경비, 내 부재로 인해 혹시라도 민폐가 되지 않도록 업무를 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 그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낯설고 예측 불가능하지만, 기간만큼은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는 안정감.
이번 여행은 필리핀의 휴양지가 아닌, 마닐라라는 도시로 향한다. 그 여행이 이제 곧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