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됐든 도착

by 하늘해

마닐라에 도착하자마자 예상과 달랐던 점이 하나 있었다.

내가 가고자 했던 바탕가스 지역으로 Grab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서 천안 정도의 거리일까. 대략 100km 남짓한 거리였고, 택시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Grab을 이용하면 비용 흥정 없이 깔끔하게 이동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계산이 틀렸다.


공항 내 Grab Lounge에 가서 문의를 하니 장거리라 운행이 어렵다며 버스를 타는 게 낫겠다는 답을 들었다.


하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막상 리조트에 도착하고 보니,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서 내려 다시 이동하기가 결코 쉬운 곳은 아니었다. 꽤 외진 위치였다.


그때 공항 쿠폰 택시가 떠올랐다. 호텔 주소를 알려주자 차량 이용료와 톨비를 포함해 8,000페소를 제안받았다. 거기서 500페소를 깎긴 했지만, 첫날부터 택시비로 18만 원이 넘는 지출을 하게 됐다. Grab으로는 10만 원대 초반을 예상했었기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선택지는 없었다.


스타렉스 크기 정도의 미니버스를 타고 이동을 시작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고속도로는 막히지 않았고, 이동은 전반적으로 순탄했다. 다만 바탕가스에 진입하면서부터는 유튜브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현실이 되었다.


신호등은 없었고, 양쪽 1차선 도로에서 멈췄다 섰다를 반복하는 정체가 이어졌다. 지프니와 트라이시클도 많이 보였다. 어제 밤부터 공항으로 이동하고 비행기를 탔던 아이들은 피곤한지 버스 안에서 내내 잠을 자고 있었고, 덕분에 지루할 틈도 없었을 것이다.


바탕가스에 들어선 뒤 운전기사분이 상세 주소를 다시 물어보았는데, 생각보다 난감해하는 눈치였다. 바탕가스 안에서도 제법 외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주소를 찍고 근처까지 왔음에도 한동안 이곳저곳을 헤매긴 했지만, 결국 리조트에는 무사히 도착했다.


다행히 체크인 시간과 상관없이 도착하자마자 방을 내주었다.


공항에서 택시, 택시에서 리조트까지. 시간은 꽤 걸렸지만, 이전 여행과 비교하면 오히려 굉장히 편하게 숙소까지 이동한 셈이었다.


그렇게 첫날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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