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일까?

by 하늘해
시티 가든 그랜드 호텔 32층 루프탑에서


나는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일까.

새삼 이런 질문을 하게 되는 여행을 보내고 있다.


필리핀에 오고 나서 어딜 가나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친절함에는 친절해야 하는 이유도 딱히 없었다.


나만 유별난 건가 싶어 검색도 해봤는데,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닌 것 같았다. 필리핀에 오면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인상이라는 글들이 많았다.


누군가의 친절함을 그대로 받아보니, 나도 그런 친절함으로 또 누군가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절함에는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든 경험을 직접 해볼 수 없기에 검색을 하고, 후기를 찾아보고, 간접적인 정보에 의존한다. 그런데 그런 간접 경험들에는 극단적인 의견이 많은 거 같다.


마닐라의 교통 정체도 분명 정체는 있지만, 한국에서 충분히 겪어본 정도였고, 치안이 문제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렇다고 늘 인상을 쓰고 모두를 경계하며 지낼 필요까지는 없어 보였다.


결국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살고 있고, 모두가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막살고 있는 건 아니다. 세상의 다채로운 배경 속에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나는 무언가를 처음 도전하거나, 새로운 걸 배우기 시작할 때 두려움과 막막함을 꽤 크게 느끼는 편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감정조차도 별일 아닌 걸 별일처럼 포장되어 있는 간접 경험들 때문인 거 같다. 뭘 해도 진입장벽을 높여버리는 건 싫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여행의 두 번째 밤도 그렇게 마무리되고 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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