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곳의 디즈니랜드, 하나의 기억

by 하늘해
홍콩 디즈니랜드


놀이공원을 떠올리면 언제나 먼저 생각나는 건 롯데월드였다. 중학교 3학년 때 생일날 친구들과 갔던 기억, 가족과 함께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누나에게 기대어 잠들었던 기억도 남아있다.


하지만 늘 아쉬웠던 건, 긴 시간을 기다려도 정작 놀이기구는 금세 끝나버린다는 점이었다. 기다림의 설렘만큼 즐거움이 오래가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디즈니랜드는 달랐다. 일본 도쿄에서 처음 갔을 때, 가장 크게 놀란 건 어트랙션의 시간이었다. 기다림 끝에 올라탄 기구가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고, 이야기처럼 흘러가는 체험은 기다림의 보상처럼 느껴졌다. 그때의 만족감은 여전히 선명하다.


그리고 이번에는 홍콩 디즈니랜드였다. 클룩에서 4인 기준 58만 원이 넘는 티켓을 예매하고, 마음 단단히 먹고 떠난 날. 하지만 하필이면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렸다. 돌이킬 수도 없고, 대충 즐길 수도 없던 상황 속에서 우리는 집에서 챙겨 온 우비를 입고 디즈니랜드를 시작했다. 공항에서 곧장 들고 온 백팩 네 개는 사물함에 맡겼는데, 두 칸만 빌려도 4만 원 가까운 비용이 나와 입구부터 물가의 위엄을 실감했다.


디즈니랜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2년 전 일본에서 만난 ‘미녀와 야수’ 어트랙션이었다. 컵 모양의 라이드를 타고 영화 속 장면을 따라가던 그 순간, 음악과 조명, 움직임이 완벽하게 하나로 엮여 있었다. 기다린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고, 내겐 여전히 최고의 디즈니랜드 경험으로 남아 있다.


홍콩에서는 그와 비슷한 ‘겨울왕국(Frozen Ever After)’을 꼭 가봐야 한다고들 한다. 입장하자마자 달려갔지만 임시 폐장이라 헛걸음을 했다. 다행히 오후에 다시 열렸고, 배를 타고 엘사의 얼음 궁전을 지나며 ‘Let It Go’를 맞이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눈보라와 조명이 어우러지고, 갑작스러운 후진 낙하가 더해져 반전의 스릴을 주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일본에서 경험했던 미녀와 야수의 감동만큼은 아니었다.


두 나라 모두에서 탔던 하이퍼 스페이스 마운틴은 또 다른 비교 포인트였다. 스타워즈 테마의 롤러코스터로 암흑 속을 질주하는 스릴은 똑같았지만, 홍콩은 공간이 좁아 어디에 부딪힐 듯 아찔했고, 오히려 그 덕분에 더 무서웠다. 일본에서는 스케일에 압도되었다면, 홍콩은 몸으로 와닿는 긴장감이 강했다.


비는 하루 종일 멈추지 않았고, 실외 어트랙션은 대부분 탈 수 없었다. 결국 실내 위주로 시간을 보냈고, 점심은 패스트푸드를 피하고 싶어 조금 나은 식당을 선택했지만 국내 뷔페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만족감은 크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언맨을 실제로 만나 사진을 남기는 순간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기억이 되었다.


홍콩에서 돌아오니 자연스럽게 2년 전 도쿄의 날들이 겹쳐졌다. 그날 도쿄는 무척 뜨거웠지만 화창했고, 실내와 실외를 가리지 않고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족끼리 함께 떠난 첫 해외여행이었다는 사실이 모든 순간을 감동으로 만들었다. 아마 아이들은 태어나서 그날 가장 많이 걸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에버랜드와 서울랜드, 롯데월드에서 느꼈던 짧지만 강렬한 행복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제는 그 기억 위에 아이들과 다시 겹쳐가는 새로운 추억들이 쌓인다. 비에 젖은 홍콩 디즈니랜드의 하루조차도, 언젠가는 웃으며 다시 떠올릴 소중한 장면이 될 것이다. 다음에는 기회가 된다면, 상하이 디즈니랜드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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