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동안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무엇일까. 아무 감정도 없이 멍한 상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특정 감정 없이 존재하는 순간들이 가장 많을 것이다.
삶이 행복으로 채운 감정으로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 있고, 매일 함께하는 감정은 그저 불안이다.
지금의 2호선 출근길, 간신히 앉는 자리를 확보한 운좋은 아침이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글을 쓰며 잠시 불안에게서 피하는 것이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일상 속의 섬세한 태도, 치밀한 계획으로 이어져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까?
불안 속에서는 막막함이 먼저 찾아온다.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도움을 청할 방법조차 없는 상황. 빛 한 줌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저 걸어가야만 하는 듯한 두려움.
물론 대학 입시나 자격증 시험처럼 목표가 선명한 경우도 있지만, 살면서 그렇지 않은 일들이 훨씬 많지 않은가? 음악으로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과정 속에서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조차 결국은 불안의 또 다른 현실이었다.
불안은 비난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예전에는 남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길을 택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해야 할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 나가야 하는 일들이 겹쳐지면서, 관계 속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과 문제들이 불안으로 다가왔다.
이 불안은 일상뿐 아니라 창작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나는 모르게 노력해 왔다. 관계 속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그게 타고난 성격이라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가 친절과 양보였던 것이다.
행복을 떠올리면 떠오르는 것은 어떤 결과의 성취는 아니었다. 첫 앨범 발매, 드라마 OST 참여, 혹은 사랑으로, 가족에게 찾아오는 어떤 특별한 사건이 아니였다.
행복은 그저 불안하지 않은 순간, 평온할 때이다. 그래서 행복의 기억은 평일 오전, 한적한 카페에서 보내던 시간이나, 여행 중 일상에서 벗어난 짧은 순간들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은 많지 않았고, 대부분의 순간은 결국 불안과 함께였다.
불안을 벗어날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해 걱정할 일이 없는 모든 것이 채워진다면 사라질까? 우선 이 전제는 포기에 가깝다. 결국 불안의 감정과 싸우든, 사이좋게 지내든지 사라지진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이제, 나는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