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되면 각종 통계자료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 중 옥석을 가리는 일도 제법 흥미로운 작업입니다. 저는 종종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자료를 읽어보곤 합니다. 여러분도 읽어보셨을 법한…매년 치킨집 8000곳이 문을 닫는다거나, 노래방은 폐업이 창업의 2배라는 기사들의 출처가 된 곳입니다.
10일에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2019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가 꽤 인용됐습니다. 지난해 초등학생 장래희망 5위가 유튜버라는 조사결과로 주목을 받았던 자료입니다.
올해도 초등학생의 크리에이터 구애 현상은 이어졌습니다.
출처=교육부
눈여겨볼만한 건 올해부터는 조사 항목에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명시됐다는 점입니다. 지난해만 해도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학생은 인터넷방송 진행자(유튜버)라는 항목에 체크를 해야 했습니다. 크리에이터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겠죠.
2년 전인 2017년 만해도 크리에이터(혹은 유튜버)는 Top10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랬던 크리에이터가 지난해에는 5위로 차트에 신규 진입하더니, 올해는 무려 의사, 조리사를 제치고 3위에 올랐습니다. 많은 매체에서는 ‘유튜버가 의사를 앞질렀다’는 타이틀을 뽑았습니다. 조만간 크리에이터전문대학원이라도 볼 수 있게 될까요?
10년 전인 2009년과 비교해보면 꽤 경향 차이가 큽니다.
2019년 현재 초등학생의 희망직업은 운동선수(11.6%), 교사(6.9%), 크리에이터(5.7%), 의사(5.6%), 조리사(4.1%) 순입니다. 2009년 당시에는 교사(11.3%), 의사(8.6%), 요리사(7.0%), 과학자(6.2%), 가수(5.4%) 순이었습니다. 2009년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2002년생은 내년이면 고3이 됩니다. 그들은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요?
초, 중, 고교 별로 차이도 꽤 납니다. 중학교에선 5위 뷰티디자이너(3.2%)가 눈길을 끕니다. 뷰티디자이너는 헤어, 메이크업, 네일아티스트, 타투이스트, 뷰티매니저를 포함한다고 합니다.
고등학교에선 간호사가 3위(3.7%)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습니다. 초, 중학교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직업군입니다. 10년 전에는 간호사가 2위(5.2%)이기도 했네요. 이 부분은 제 생각으론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5위 군인 2.9%에서는 뭔가 ‘말뚝이라도 박자’라는, 벼랑 끝에 몰린 뭔가 절박함이)
희망직업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중학교가 71.9%로 가장 낮습니다. 초등학교는 87.2%, 고등학교가 79.5%를 기록했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 그 고뇌가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