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Inter View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홍구 Feb 28. 2020

혹시 기생충, 보셨나요?

박세리 여자골프 대표팀 감독을 만나다

최근에는 아주 특별한 만남이 있었습니다. 바로 박세리 여자골프 대표팀 감독을 인터뷰하는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도쿄올림픽 현장에 직접 가니, 네가 만나보는 게 좋겠다는 부서 선배들의 배려가 있었습니다. 저 또한 초등학교 6학년이던 1998년 그녀의 '맨발투혼'을 새벽 중계로 봐가며 힘을 얻었던 이 중 하나였습니다. 


쉽지 않은 인터뷰가 예상됐지만 그 순간 기분은 무엇보다 설렘을 느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얻게 되는 기쁨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까지 주어진 시간은 이틀. 되는대로 그녀의 최근 인터뷰, 근황 자료들을 모았습니다. 최근에 출연한 예능도 잠시 살펴봤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자료들이 널려 있었기에 더 조바심이 났습니다. 이윽고 그녀를 만났습니다. 


사실 인터뷰어 입장에선 이처럼 '너무 이야기가 되는' 인터뷰이를 만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독특한 질문으로 이색적인 인터뷰를 연출해보고 싶지만. 그렇다고 빼놓을 수 없는 질문도 있기 때문입니다. 박 감독의 경우 아무래도 2020 도쿄올림픽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같은 인터뷰를 수백, 수천 번은 했을 상대를 인터뷰하는 일도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집니다. 이쯤되면 제가 인터뷰를 하는 건지 당하는 건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비가 흩뿌리는 어느 아침, 오전 10시 반 서울 강남구에서 그녀를 만났습니다. 

제 바른 손가짐이 보이시나요?


 으레 기자가 도착하면 선수, 감독들은 스태프들의 콜을 받고 인터뷰 장소로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박 감독은 약속시간보다 먼저 장소에 도착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약속 시간에 앞서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인터뷰를 해본 이의 저력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다소 근엄한 포스를 뽐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인사를 나눌 때부터 무언가 친절함이 느껴졌습니다. 한결 마음이 놓였습니다. 


  고심 끝에 이날 제가 처음 꺼낸 질문은 바로 

  '혹시 기생충 보셨나요? ' 였습니다. 


당시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지 얼마되지도 않았고,  기생충의 쾌거를 보면서 98년 US오픈 때를 떠올렸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던 터라 모처럼 변화구를 구사해봤습니다. 다행히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영화 이야기를 한참 하던 박 감독은 어느 한 시사회에서 봉준호 감독을 짧게 만났다는 기대 밖 이야기도 전해주었습니다. 아이스브레이킹치고는 나쁘지 않았던 질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작 기사에서 제가 그 문장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던 것만 빼면)


꽤 짧지 않은 1시간 여 인터뷰에도 그녀는 하나하나 집중력 있게 질문에 답을 해나갔습니다. 호쾌한 드라이버도 있었지만 잔디의 결을 헤아리는 쇼트게임의 섬세함이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타이거 우즈와 관한 이야기가 재밌었습니다. 

우즈의 올림픽 출전을 기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우즈가 아닌 '타이거'라는 이름을 불러가며

"타이거가 오면 재밌겠지만 혹시 골프장이 갤러리들을 다 수용할 수 있을지. 경기장에 영향을 주진 않을지 걱정스럽다"는 답변이었습니다. 나 역시 세계를 호령해본 골퍼다라는 자존감과 동시에 스타플레이어의 경기보다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우려하는 감독으로서의 마음가짐이 동시에 드러난 듯 해서 좋았습니다. 


인터뷰 뒤 기념 촬영 요청에도 흔쾌히 응해주었습니다. 

사실 취재원과는 사진을 잘 찍지 않는 편인데, 워낙 어려서부터 선망해왔던 선수라 꼭 함께 찍은 사진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가죽재킷이 멋지게 어울린 박 감독

p.s 사실 이 기사는 인터뷰보다, 기사출고보다 출고 뒤 제목달기 등 편집을 두고 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소위 그 기생충 이야기가 재밌냐 없냐, 작위적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편집부 선배와 꽤 설전을 벌여야 했습니다. 최종 45판에서야 그 제목이 결정됐습니다. 여전히 못내 아쉬움이 남습니다. 


p.s2 . 너무 많은 소재들을 담으려다보니 이야기가 깊이가 없이 껍질만 건드렸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선택과 집중이 참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잘 반면교사 삼으려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최고 용병의 낯선 시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