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Inter View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홍구 Feb 13. 2020

최고 용병의 낯선 시즌

고군분투 프로배구 한국전력 외국인 선수 가빈 슈미트

사실 저는 그의 피해자(?)입니다. 그 때문에 배구를 안 보기 시작했던 것 같거든요. 뻔한 승부 만큼 스포츠에서 재미없는 일이 있던가요. 그래서 사실 저는 언젠가 그를 만나면 꼭 그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프로배구 한국전력의 외국인 선수 가빈 슈미트(34)를 만났습니다. 


사실 그는 V리그에서 단 3시즌만을 뛰었습니다. 그럼에도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는 건 그의 경기력 때문일 겁니다. 삼성화재 왕조의 주역,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MVP), 외국인 선수 최다 득점 등등. 수식어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7년 만에 V리그로 다시 돌아온 가빈은 낯선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전체 1순위로 호명된 가빈은 현재 남자부 최하위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고 있습니다. 가빈과 최하위라 영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네요. 득점 2위로 그나마 고군분투하곤 있지만 기량도 전성기만하지 않단 평가를 받습니다. 


인터뷰 사진이 나오기까지.jpg


한국전력의 안방 수원실내체육관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왠지 모르게 저는 그를 보며 '사자'라는 동물이 떠올랐습니다.  선한 미소와 웃음 속에서도 눈빛 만큼은 강렬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당신 때문에 내가 배구를 안 봤다'라는 하소연으로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사진을 위한 여러 포즈 요청에도 그는 친절히 응해주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합니다.


인터뷰는 최하위 팀에서의 고군분투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습니다. 제 마음을 끌었던 답변은 "지금의 경험 또한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답이었습니다. 30대 중반 베테랑(가빈 또한 1986년생)이 된 그가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V리그에 대해 "부담감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준 무대"라고 말한 그의 답변이 묘하게 크로스오버 됐습니다. 가빈은 올 시즌을 통해 한 걸음 더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을 깨달아 가는 건 아닐까요. 


최종기사에는 빠졌지만 최근 단체생활 적응의 어려움으로 팀에서 이탈한 신인 구본승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가빈은 "그는 잠재력이 있는 선수다.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었다. 다시 배구 인생의 기회가 오거든 배구는 팀 스포츠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평생 전세계를 누비며 선수생활을 해온 그였기에 다른 무게감으로 들렸습니다. 선, 후배 관계에 얽혀 있는 국내 선수들에겐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일 겁니다. 


그래서 나온 기사가 다음과 같습니다.


P.S 기사를 쓴 뒤 편집부 선배와 한바탕 씨름을 벌여야 했습니다. 요지는 팀이 1등도 아니고, 선수가 굉장히 잘하는 것도 아닌데. 이 기사를 어떻게 하냐(이 화상아) 였습니다. 물론 선배의 이야기도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지적입니다. 그래도 꼭 성적으로만 모든 걸 설명하고 싶진 않습니다. 적어도 기사에서만큼은요


P.S2 가빈은 이번 시즌이 끝난 뒤 7월 하와이에서 캐나다 아티스틱 수영 대표 출신인 카린 토머스와 결혼을 합니다. 두 선수는 2016년 리우올림픽을 준비하며 만나게 됐다고 합니다. 피앙세는 현재 국내에서 가빈과 함께 머물고 있습니다. (나도 그때 리우에 있었는데 ..............) 한 번 더 축하를 전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노장이 돼가는 동갑내기를 바라보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