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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지 Apr 16. 2021

그러니까 원이란 신기한 거다.

<노매드랜드>

그러니까 원이란 신기한 거다. 내가 사는  지구가 구체를 하고 있는 것도, 덕분에 앞으로 계속 걸어가면 모두 만날  있다는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자라게  것도, 동그란 것을 서로의 손가락에 나눠 끼며 영원을 약속하는 것과 계속해서 돌아오는 계절에 습관처럼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들도.  “이라는   없이 최대한으로 쓰인  단어 안에 담긴 것들이라니. 새삼스럽게  단어를 정성스레 바라본다. 산처럼 그어진 ‘시옷 굽이  ‘리을’, 단단한 ‘미음그리고 어딘가로 뻗고 있는 ‘’. 사람은  존재 이전과 이후까지 살아내는 존재가 아니었던가.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고 있다는 감각 속에서도 끊임없이 자라는 나무나 켜켜이 쌓인 지층을 보면서, 만난 적도 없는 존재의 멸종 앞에서, 우리는 삶을 느낀다. 원의 중심으로  없이 끌려가면서도, 결국 앞으로 걸어가는 일로 균형을 이루며 원을 그려낸다. 중심을 잃고 튕겨져 나가 방황하는 것처럼 보이는 펀이 그려낸 삶의 궤적이 완전한 원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은 인류와 인류 이전과 이후의 존재가 그려낼 삶이 원인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결국에는 만나게  것이라는 영원한 약속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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