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까지 21일>이 남긴 것들
21일. 애매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신은 7일 만에 세상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21일이면 세상을 세 번은 만들 수 있는 시간이다. 물론 인간에게는 천지창조의 능력이 없으므로 이런 비교는 무의미하다. 인간은 주어진 시간을 견뎌야 하는 존재에 가깝다. 그럼에도 21일은 ‘넋 놓고 슬퍼하기’에 전념하기에 꽤 긴 시간 아닌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핑계로 움직이던 세상은 이제 정해진 결론을 향해 달려간다. 시계는 멈출 것을 알면서도 돌아간다.
당신을 포함한 모두에게, 지구라는 생명의 집합체에게 남은 시간이 단 3주뿐이라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영화는 꽤 뻔하지만 늘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인간은 다시 한번 속수무책으로 사랑에 빠진다. 짐짓 허무하지만 과연 인간다운 결말이다. 인간은 21일 동안 세상을 3번이나 만드는 솜씨 좋은 신은 될 수 없을지언정 한 순간의 사랑으로 서로의 세상이 되어줄 수는 있다. 종말 속에서도 사랑을 만들어 내는 이 인간에게 사랑 말고 다른 존재의 이유가 있을 리 없다. 여느 로드 무비가 그렇듯 보고 나면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진다. 다가오는 종말 없이도 다가가야 할 사랑을 찾아서. 당연하게 목적지가 될 사랑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