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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지 Apr 27. 2021

다가오는 종말, 다가가는 사랑

<세상의 끝까지 21일>이 남긴 것들


21일. 애매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신은 7일 만에 세상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21일이면 세상을 세 번은 만들 수 있는 시간이다. 물론 인간에게는 천지창조의 능력이 없으므로 이런 비교는 무의미하다. 인간은 주어진 시간을 견뎌야 하는 존재에 가깝다. 그럼에도 21일은 ‘넋 놓고 슬퍼하기’에 전념하기에 꽤 긴 시간 아닌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핑계로 움직이던 세상은 이제 정해진 결론을 향해 달려간다. 시계는 멈출 것을 알면서도 돌아간다.

당신을 포함한 모두에게, 지구라는 생명의 집합체에게 남은 시간이  3주뿐이라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영화는  뻔하지만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인간은 다시 한번 속수무책으로 사랑에 빠진다. 짐짓 허무하지만 과연 인간다운 결말이다. 인간은 21 동안 세상을 3번이나 만드는 솜씨 좋은 신은   없을지언정  순간의 사랑으로 서로의 세상이 되어줄 수는 있다. 종말 속에서도 사랑을 만들어 내는 이 인간에게 사랑 말고 다른 존재의 이유가 있을 리 없다. 여느 로드 무비가 그렇듯 보고 나면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진다. 다가오는 종말 없이도 다가가야 할 사랑을 찾아서. 당연하게 목적지가 될 사랑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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