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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지 May 02. 2021

한 줌의 자격

<두 번째 장례>가 남긴 것

두 번째 장례 Second Funeral (2021)

김태경 감독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얼마의 자격이 있는 걸까. 나는 그를 사랑한 유일한 사람 아니고, 가장 잘 알고 있고, 가장 사랑했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면. 그 사람의 죽음 이후의 생에 대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두 번째 장례>는 죽음 이후 찾아오는 살아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산 사람은 산 사람끼리 살아야 한다는 극 중의 대사처럼, 영혼결혼식을 앞두고 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이미 죽은 이의 의견을 바라는 것이 아닌 산 사람의 마음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떠나는 시점과 보내는 시점이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 낙차에서 오는 무게가 삶을 덮쳐 온다. 수현은 종훈의 죽음 이후 더 이상 그와의 관계를 한마디로 설명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이’라는 둘 사이의 연결고리가 희미해진 탓이다. 함께한 삶이 무색하게 느껴질 즈음, 수현은 종훈의 유골함을 들고 그가 좋아했던 바닷가를 찾는다. 그곳에서 그를 떠나보낸다. 그 어떤 서류도 말해줄 수 없는 자격이 거기에 있다. 그가 가장 사랑했던 장면을 알고 있다는 자격. 이 세상에서의 사랑이 유효하다는 증거. 한 줌의 자격을 떠나보내고 나서야 수현은 종훈의 어머니의 선택을 이해한다. 재가 된 물건들과 미뤄둔 답장을 보내며 이미 떠나간 사람을 마침내 보내준다. 덮쳐온 무게가 연기가 되어 날아간다.


*수현 역의 강진아 배우의 눈빛과 목소리가 많이 남는다. 아름다운 빛과 풍경도.



*제 22회 전주 국제 영화제 선정작입니다.

현재 온라인 상영 중으로 <wavve>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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