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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지 May 14. 2021

당신의 끝과 나의 시작

<일간 이슬아>

나는 이렇다 할 루틴이 없다. 어디서 읽은 바에 따르면, 부자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잠자리를 정리하고 따뜻한 차를 마시고 짧은 명상을 한다고 한다. 부자들의 루틴이라고 하니 그거 한 번 따라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차 한 잔 정도야 뭐. 상쾌한 아침을 시작하기에 아주 좋은 시작처럼 보여서 나도 그들의 루틴을 따라 아침마다 따뜻한 차 끓이기에 몰두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난 오늘 아침에도 실온에 보관한 미지근한 물을 마셨다.


그들의 루틴과는 다르지만 나에게도 아침을 깨우는 습관이 있다. 핸드폰에 설정해 놓은 모닝콜이 울리면 재빨리 끄고 다음 모닝콜이 울릴 때까지 최선을 다해 잠에 든다. 어쩐지 그 시간의 잠은 지난밤 동안의 잠보다 훨씬 달콤하다. 그리고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다. 두 번째 알람이 울리면 더 이상 아침이 된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다.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일으켜 모닝콜 끄기에 열중한다. 한 번 더 울리면 신경질적인 아침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퉁퉁 부은 얼굴로 핸드폰 잠금을 해제하고 가장 먼저 메일을 확인한다. 이런저런 메일들 사이에서 내 목표는 단 하나다. 이슬아로부터 온 <일간 이슬아>가 바로 그것이다. 습관처럼 메일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니 그제야 오늘이 끝나고 새로운 오늘을 맞이하는 기분이다. 큭큭대고 웃다 보면 오늘, 아 그러니까 어제가 끝나고 오늘이 시작된다. 

자정 무렵에 보내기로 약속된 이슬아 작가의 편지는 거의 자정을 넘긴 시각에 도착한다. 안내 메일에도 명시된 사안이다. 자정이 넘어 보내는 일이 많으니 아침에 읽은 분들이 많다는 안내 사항 뒤에는 '하루 한 편씩 전송하는 약속을 꼭 지킬 테니 조금 늦어도 부디 느긋하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덧붙여져 있다. 처음에는 도착하자마자 읽고 싶은 마음에 계속 메일함을 새로고침 하며 기다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자기 전에 <일간 이슬아>에 대한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침이 오면 어김없이 <일간 이슬아>를 찾는다. <일간 이슬아>는 거의 최초로 내가 찾아가는 모닝콜이다. 읽다 보면 슬그머니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는 곧바로 다시 한번 읽는다. 잠결에 읽은 터라 늘 놓치는 부분이 있다. 같은 곳에서 다시 한번 큭큭대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그렇게 내 하루가 시작된다. 


아마 이슬아 작가의 하루는 <일간 이슬아>를 모두 전송하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12시가 지났으니까 하루가 지난 거지."라는 말은 적어도 <일간 이슬아>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14일에 도착한 메일의 제목에는 당당히 13일이라고 적혀있다. 아무리 14일이 되었을지언정 13일 자 <일간 이슬아>는 이슬아 작가의 13일에 발송된다. 지구의 자전과 상관없이 이슬아 작가의 하루는 <일간 이슬아>의 발송을 기준으로 돌아갈 터다. 그의 13일을 읽으며 나는 14일을 시작한다. 문득 그 사이의 시간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내가 13일을 어영부영 정리하고 잠든 그 시간 동안 하루 한 편씩 전송하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13일을 끝내지 못하고 깨어있을 그를 떠올린다. 참 찾아갈만한 모닝콜이라는 생각이 든다. 13일과 14일의 경계에서 읽은 그 문장로 시작하는 하루도 차 한 잔만큼이나 따뜻하다. 


오늘은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어제는 파주에 사는 이영애 씨의 인터뷰가 도착했다. 정말 미웠던 것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는 날이 온다는 희망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말미에 '그럼 나는 영애 씨의 조연이라서 기쁘다.'는 이슬아 작가의 글을 읽으며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이영애 씨가 수선한 옷을 입고 미래로 가는 이슬아 씨처럼, 나도 이슬아 씨가 쓴 어제를 읽으며 오늘로 간다. 



*<일간 이슬아> 2021.05.13 편을 읽고 쓴 글입니다. 

<일간 이슬아>에 걸린 링크는 이슬아 작가의 인스타그램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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