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처리장은 똥만 들어오는 곳이 아니었다. 화장지뿐만 아니라 생리용품, 콘돔, 인간과 동물의 몸에서 소화되지 않는 씨앗들도 함께 들어왔다.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던 날이었다. 선별기계가 고장 나서 쓰레기들이 폐수처리장 수면 위로 둥둥 떴다. 미생물 분해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건져 내야만 했다. 머리에 둥근 밀짚모자를 쓰고 빨간 고무장갑을 손에 끼면 준비 완료. 그다음 긴 막대기 끝에 뜰채를 묶어서 건져 올렸다. 뜰채가 수면 위를 훑고 지나면서 수많은 찌꺼기가 올라왔다. 천천히 빨간 고무 대야에 옮겨서 털어냈다. 쓰레기 중에 제일 많은 것은 씨앗이었다.
건져낸 씨앗 중에 ‘스타워즈’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타는 우주선을 닮은 것도 보였다. 스타워즈에서 자주 등장하는 우주선인데, 절대 파괴되지 않는 생명력이 긴 우주선이다. 혹시 씨앗 안에 누군가 타고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했다. 나는 다양한 씨앗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랐다. 그리고 그들을 땅에 심었다.
며칠 뒤 새로운 운전기사가 정화조 차에 똥을 가득 싣고 왔다. 그는 처음 폐수처리장에 와서 어떻게 호스를 연결하는지 몰랐다. 내가 대신 투입구에 호스를 연결해야 했다. 어깨 넘어 보았지 직접 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운전기사는 불안했는지 뒷걸음치며 멀리 떨어졌다. 나도 연결했을 때 뭔가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 들었지만 펌프의 녹색 버튼을 자신 있게 눌렀다.
펌프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나더니 갑자기 투입구 빈틈으로 똥물이 분출했다. 빨간색 버튼을 눌렀지만 이미 똥물은 하늘로 솟구쳐 올라간 뒤였다. 똥물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고스란히 내 머리 위로 쏟아졌다. 똥덩어리가 내 머리 위에 '철퍼덕'하고 떨어졌다. 그리고, 머리에서 얼굴로 흘러내렸고 가슴과 등까지 감싸버렸다. 눈과 입을 꼭 닫은 채 몸은 땅에 붙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사무실에 있는 동료가 뛰어나와 물을 뿌려 주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옷을 하나씩 벗었다.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끈적한 감촉과 지독한 냄새는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마지막 누런 양말까지 벗어냈다. 웅크리고 앉아 물줄기를 맞았다. 부끄러움도 창피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동료는 알 몸으로 앉아 있는 나에게 비누와 수건을 주었다. 비누에서 좋은 향기가 났다. 그 어떤 향기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한 번의 호흡으로 뼈 속까지 향기가 전해질 정도였다.
그는 물 호수를 이용해 바닥에 물을 뿌렸다. 조금 전 불쾌했던 감정들이 똥물과 함께 씻겨 내려갔다. 그가 비처럼 물을 뿌려서일까? 물줄기 넘어 무지개가 나타났다. 무지개는 맑은 날에 뜬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렇게 물줄기가 쏟아지고 나서야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얼마 전 씨앗을 심어놓은 곳에서 새싹이 얼굴을 내밀었다. 새싹이 나를 보며 웃는 것 같았다. 흙 속에서 단단한 땅을 뚫고 나온 새싹이 경이로웠다.
'씨앗이 부서지고 죽지 않았다면 새싹이 나오지 않았겠지?'
잠시 동안 나는 새싹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알몸으로 바라본 세상은 무지개처럼 아름다웠다.